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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 QA | 222호 웃자고말한딸한테죽자고덤빈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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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9-06 16:04 조회8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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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를 키우다 보면 참, 나는 애만도 못하구나 라는걸 절실히(!) 느낄때가 있다. 오늘처럼...

초등학교 2학년 올라가는 딸이 있다. 어떻게 저런 녀석이 내 속에서 태어났나 싶을정도로 이 엄마랑 다르게 눈치 빠르고, 야무지고, 계산적이다. 대체로 곰탱이처럼 무딘 이 엄마 닮지 않아 다행이다 생각하는 편이지만 가끔씩은 머리 쓰는게 너무 보이고 지만 생각하는 모습에 얄미울 때도 있다. 인터넷에 어쩌다 뜨는 버릇없는 무개념 20대여자애들 모습과 딸애 모습이 겹칠때면 훈육차원에서 정색을 하 며 혼을 낼때도 있다.

요며칠, 겨울이 갑자기 끝나고 봄이 와버린 것 같은 포근한 날씨에 봄방학이라고 방 안에서 뒹굴거리는 아들,딸을 데리고 경복궁 나들이를 떠났다. 간식거리와 따끈한 차가 든 보온병을 배낭에 넣고 발걸음도 가볍게 아이들 손잡고 룰루랄라 도착해보니,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휴관일이었다.

떠나기 전 경복궁에 대해서 알아보라고 다그쳐 한시간 가까이 경복궁의 역사에 대해 공부해야 했던 애들은 길길이 뛰며 공부한거 다 헛수고 됐다고 난리가 났다. 미리 휴관일도 알아보지 않은 엄마는 졸지에 죄인이 됐고, 결국 퉁퉁 부은 아이들을 끌고 삼청동으로 가선 비싼 레스토랑에서 한턱 쏴야만 했다. 지하철역 근처에 세워둔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남편한테 전화가 와서 함께 만나 집에 들어오게 됐다. 오랜만의 서울 나들이라고 너무 피곤해서 도저히 남편 저녁을 해줄 수가 없을 것 같아 ‘*파게티’라도 사서 끓여주려고 잠깐 가게에 갔다왔다. 그런데 남편과 딸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내용인즉 딸이 어젯밤에 자기가 용을 타고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다고 했고, 평소 로또 사는게 취미인 남편은 그 꿈을 자기한테 팔라고 했는데, 딸이 천원, 이천원, 만원 그렇게 꿈값을 올리다가 나중엔 100만 원주면 판다고 했다는 것이다. 기가막혀 웃음이 나오는데 남편은 ‘이 아빠를 상대로 딸이 한 몫 챙기려고 그런다’며 서운해 죽는다. 생각해보니 괘씸하기도 하다. 아니, 어떻 게 어린 녀석이 벌써 돈을 밝히고..... 낮에 얄미운 것도 있고 해서 정색을 하고 따져 물었다.

“너, 진짜로 100만원줘야지 꿈 판다고 했어?”“............” “넌, 그까짓 꿈이 엄마 아빠보다 더 중요해?” 묵묵부답으로 있는 모습이 더 얄미워서 화를 내고야 말았다. “넌 나쁜 어린이다. 엄마아빠가 고생고생해서 키워 주었더니 돈만 알고... 100만원 줄테니 그거 가지고 그냥 집을 나가라...”

묵묵히 있던 딸이 울기 시작했다. 울면서 “엄마.... 이 얘기해도 화내면 안돼.... 사실은 그 꿈, 거짓말이야.” 꿈 얘기를 하다가 흥이나서 며칠전에 본 만화영화랑 섞어서 얘길 해본건데 아빠가 돈 받고 팔라하니 이건 아닌데 싶었나보다. 안 팔려고 가격을 자꾸 올렸던건데.......
 
밤에 자고 있는 딸애 얼굴을 들여다보니 아까 내가 딸에게 퍼부었던 지독한 말들이 떠올랐다. 사실은내 기분에 휩쓸려 아이를 혼내면서도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그동안 얼마나 많이 이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했던가 싶은 생각에 자꾸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어진다.

강승희(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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