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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 QA | 221호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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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9-06 17:34 조회8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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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끝나고 빈둥거리고 있는 딸을 꼬여 여행을 보냈다. 가기 전에 여행계획서를 짜라하니 "즉흥 여행 이야"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곤 했었다. 한심하기는 쯧 쯧... 속으로 혀를 끌끌차며 네가 ‘1박 2일’을 너무 열심히 보더라니 하며 어디 이 추운 겨울에 계획도 없이 가서 고생 좀 해봐라 하며 놔두었다. 어차피 더 말해야 잔소리밖에 더 되겠는가. 떠나기 하루 전날 같이 가기로 한 친구들이 펑크를 내어서 단둘이 떠나야 한다고 투덜거린다. 나도 두 명이서 간다니 슬슬 걱정이 되어 다음에 날씨 따뜻해지면 가는게 어떠냐고 슬쩍 물어보니 "내가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몰라서 그래? 엄마, 난 갈거야" 한다. 꼬시기 실패!

드디어 떠나기로 한 날이 달들어 제일 춥다고 방송에서 떠들어댄다. 나도 나가야 되는데 어차피 잘됐다싶어 애를 재촉했다. 준비를 마치고 나와 차에시동을거니 걸리지 않는다. 이게 웬 일이람, 여태 이런 일이 없었는데…. 할 수 없이 콜택시를 불러 딸과 함께 버스정거장까지 가기로 했다. 그런데 옆에 있는 딸아이 얼굴이 우울 그 자체다. "고대하던 여행을 떠나는데 왜 기분이 별로야"하고 물으니 "차도 그렇고 친구들도 그렇고 또 엄마가 아침에 뭐 찜질방에서 성폭행 사고가 있었다고 찜질방이 절대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했잖아" 하며 입을 삐쭉거린다. 사실 나도 그렇다. 그 날따라 티브이를 켜놓고 있다가 그 뉴스를 들은거다. 여행 경비가 넉넉지 않은 딸아이가 찜질방에서 자면 된다고 해서 내심 걱정하고 있었던 차에 뉴스를 듣자 마자 쪼르륵 달려가 그 사실을 말해준 것이다. 엄마가 얼마나 얄미웠을까?

딸아이가 엄마 맘을 알았는지 열심히 핸드폰으로 자기 소식을 알려온다. 내가 걱정이 되어 작은 도시보다는 부산에 가는게 어떠냐고 추천을 했었다. 해운대도 가고 태종대도 가보고 그리고 또 부산에 새로지은 백화점에 가면 일본 온천보다 더 시설이 좋은 곳이 있다니 가보라고 은근슬쩍 압력을 넣었었다. 어차피 우리딸은 도시지향적이다. 쇼핑을 좋아하고 화려한 곳을좋아한다.

다음날 아침일찍 딸아이가 한껏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해왔다. 여기 해운대인데 바다가 너무 너무 예쁘다고, 파도 소리 들리느냐고. 날씨도 무척 따뜻하고 바람도 하나도 안 분다고 자랑이다. 다행이다. 밤기차 타고 가라 해놓고는 은근히 별 걱정을 다하고 있었던 터이다. 나는 아들과는 달리 딸아이를 내보내면 자꾸 신경이 쓰인다. 괜히 보냈나하며 은근히 후회하기도 한다.

아이가 찜질방에서 잔다고 알려왔다. 밤새 걱정이 되어 아침 여덟시쯤에 일어났겠지 싶어 전화를 했다. 받질 않는다. 아직 자나보다 싶어 아홉시쯤 또 했다 그래도 안 받는다. 그러기를 열두시가 넘도록 삼십분 간격으로 전화를 해대도 연락이 안된다. 이게 웬일인가 싶어 같이간 친구에게 전화를 해봐도역시나 전화가 안 된다. 참다못해 남편한테도, 손주 보러온 시부모님께도 연락이 안된다고 얘기해버렸다. 점심 먹으러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저녁때까지 연락이 없으면 경찰에 신고해야 되냐고, 보는대로 빨리 연락하라고. 십분쯤 지나니 전화벨이 울린다. 어제 늦게자서 여태껏 잤단다. 참! 나는 온갖 상상으로 속이 탔건만 애는 잠을 잤다니…. 하지만 마음이 놓인다. 한바탕 수선을 뒤로하고 나가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조금 늦게 연락이 왔다면…, 후우~ 생각하기도싫다.

딸아이가 여행 일정을 줄여 일찍 돌아오겠다고 해서 그날 저녁에 데리러 나갔다. 서울에서 곱창 전골은 꼭 먹고 오겠다더니 음식점을 못찾아서 저녁을 못먹었단다. 집에 빨리 오고 싶었던지 KTX를 타고 왔다. 데리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엄마는 그렇게 걱정하면서 어떻게 외국에 배낭여행 가라고 하냐”고 묻는다. 대답이 궁색해진 나는 지금은 너무 중요한 시기라 만약에 잘못되면 수습할 시간이 없고 아직은 너무 어리다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평소에 배포크게 굴다가 뭔 쪼잔한 모습인지 남녀평등 부르짖으며 아이들 키우다 이 웬 소심인지 모르겠다. 어차피 세상은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섞여있는걸 아이가 어리다고 생각지 말고 세상을 믿고 그리고 우리 아이를 믿고 기다려야겠다.

김종화(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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