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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공성 | 220호 이제는 대안 고등교육을 생각하자 다양한 학생 활동이 존재하지 않는 대학은 죽은 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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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9-12 14:57 조회8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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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기업들은 대헉이 불량품을 자기들에게 떠넘긴다고 불평하고 있다. 대학은 대학대로, 책 읽어내는 능력도 없고 글도 제대로 못 쓰는 학생들을 길러내는 중등교육에 대한 불만이 높다. 말하자면 공교육 시스템 전체가 불량품 생산라인이 된 셈이다.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바뀐 2000년대 들어 불량 비율이 더 높아졌으나 인간교육이 아닌 인력교육에 올인한 결과가 참담한 셈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정보화, 세계화 물결로 국가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고,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지구촌을 양극화 사회로 몰아가고 있다. 한국 사헉는 십여 년 전 IMF 시쾌 이후 진행된 신자유주의 흐름이 속도를 더해가면서 빠르게 중남미형 사회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의 몇 년이 우리 사회의 미래에 중대한 갈림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대의 실업과 빈곤화 문제는 사회 불안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사무자동화와 저임금 외국인노동자의 유입으로 갈수록 취업문은 좁아자고 노동시장이 유연화 되어가고 있다.

지금 십대들이 맞닥뜨릴 사회,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평생학습 사회로 접어들면 일생 동안 새로운 분야의 일을 위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찾아올 것이다. 대학 졸업장을 우려먹을 수 있는 사회는 빠르게 저물고 있다. 진로교육을 대학진학 요령을 가르치는 것쯤으로 여기는 제도권 교육은 아이들의 미래를 무책임하게 방기하는 것이다. 세상을 읽는 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진로교육의 핵심이 되어야한다.

지난해〈녹색평론〉에서는 앞으로 '농촌 자녀 대학보내지 않기' 운동을 펼치겠다고 했다. 대학진학를이 80퍼센트를 웃도는 상황에서,이제 웬만한 대학을 나와 봐야 살아가는 데 아무런 보탬도 안 될 게 뻔한데,대회에 목매달면서 부모와 아이들의 삶을 희생하는 일을 더이상 되풀이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도시 자녀들도 마찬가지다. 살고 있는 지역의 대학을 다닌다면 숙식비가 따로 들지않아조금 유리하긴 하지만, 많은 경우 대학 진학은 삶을 유예하는 것일 따름이다. 공교육이든 대안교육이든 아이들의 삶을 진정으로 염려한다면 더 이상 속보이는 대학 진학를 높이기에 앞장서지 말아야 한다.

최근 중등 대안학교 현장 중심으로 포스트 중등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초등학교 출신들이 자라나면서 고등부과정에 대한 고민과 함께 진로 문제가 논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출범한 대안교육학부모연대도 인턴십이나 멘토 네트워크를 만들어 아이들의 진로에 도움이 되고자 준비하고 있다.

풀무학교 전공부처럼,여력이 되는 학교부터 특성을 살린 전공부를 하나씩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전공부들이 생겨나고 이들이 서로 연계되면 네트워크형 대안대학이 될 수 있다.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공부는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실무 능력은 혼자 익히려면 몇 배로 힘이 든다. 인문학적 소양과 실무 능력을 함께 기르는 전공부는 일종의 네트워크형 평생학습센터 같은 곳으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친구들과 고등부 과정 아이들이 함께 할수도 있고 어른들도 같이할수 있다.

공간민들레에서는 언론출판 관련 전공부를 만들어 글로써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고 길을 찾을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한겨레문화센터 출판과정, 서울출판인학교 오마이뉴스 기자학교 같은 기존과정을 선택해서 밟을수도 있고 20명 정도가 되면 독자적인 과정을 만들 수도 있다. NGO 활동가를 기르는 일도 대안교육 진영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활동가의 몇 년치 월급을 털어넣으면서 굳이 대학의 NGO 학파를 다녀야 할까. 몇몇 시민단체와 연계해서 NGO전공부를 만들어보자. 시민단체들은 유능한 일꾼을 길러낼 수 있어 좋고, 대안교육 진영은 교육과 사회문제를 더 긴밀히 연계시킬 수 있게 된다. NGO 전공부는 활동무대를 국제적으로 넓힐 수도 있다.

전원형 학교라면 건축관련 전공부를 생각해볼 일이다. 생태건축에 관심이 있거나 그냥 집짓기나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아이들이 모여 실제로 집을 지으면서 공부하면 된다. 실제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건축만큼 중요한 분야도 없다. 건축 분야는 설계와 시공으로 나뉘는데, 시공 분야는 대학 졸업장과 무관하므로 집을 직접 짓는 데 관심 있는 이들은 시공 분야로 나가면 된다. 집 짓는 일을 하다 설계사가되고 싶거나 대학공부의 필요성을 느끼면 그때 대학에 들어가도 늦지 않다. 확실한 동기가 있으면 늦공부도 어렵지 않다.

다양한 전공부가 있다 해서 제도권 대학을 굳이 마다할 일은 아니다. 관심사에 따라 전공부를 거쳐 사회에서 일을 하다가 더 깊은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면 그 때 대학진학을 할 수도 있고 바로 대학 진학을 선택 할수도 있다. 대학을 통해서만 진입할 수 있게 된 직업 영역들도 적지 않다. 어떤 분야에서나 건강한 삶을 살면 되는 것 아닌가. 대학 진학에 목을 매도 안 되지만,대학을 도외시해서도 안될 일이다.

하지만 갈수록 대학 학비가 치솟고, 졸업장은 예전처럼 힘을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굳이 대학을 택하지 않고도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하는 것은 대안교육 진영의 당면과제이다. 예능쪽도 굳이 제도권 학교를 통하지 않고도 가능한 길을 열어야 한다. 베네수엘라의 청소년 오케스트라처럼 소외 계층도 예술을 통해 삶을 고양시킬 수 있는 길을 우리도 열어가보자. 문제 해결의 열쇠는 돈이 아니라상상력과 열정이다. 세상에 늘려 있는 자원을 어떻게 끌어내고 연결할지 상상력을 펼치자. 세상에 충 만한 선한 의지와 아이들 속의 잠재력이 융합하여 핵융합이 일어날 수 있도록 창의력과 열정을 발휘할 때다.


현병호(격월간『민들레』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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