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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공성 | 319호 학교 실내 공기질 유지, 무엇이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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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8-06-05 16:51 조회8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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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세먼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학부모들의 교실 내 공기청정기 설치 요구가 높다. 지금 당장 걱정을 덜기 위한 부모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교실 내 공기청정기 설치로 생겨나는 부차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지난 5월 환경교육을 위해 학교 교실에 들어갔다. 공기가 덥고 탁해서 학생들에게 얘들아,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수업을 시작하자.”라고 말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반장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 오늘 미세먼지 나쁨이라 학교에서 창문을 열지 말라고 했어요.”“너희는 이 공기가 불편하지 않니?”라고 물었더니, “덥고 답답하지만, 미세먼지를 마시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요? 공기청정기도 돌 아가고 있는데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우리가 잘 모르는 교실 공기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수업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얘들아, 교실 공기의 질을 이야기할 때 너희는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학생들의 대답은 예상대로 미세먼지 정도였다. 이렇게 알고 있는 이유는 대부분 언론에서 교실 공기의질을 이야기할 때 미세먼지만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미세먼지 외에 다른 실내 공기질 항목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바로 이산화탄소 농도이다. 학생들에게 간이 측정기로 교실안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보여주었다. 측정기에 표시된 숫자는 2,800ppm이다. 이 농도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학교보건법교실 내부의 공기질 기준에 따르면 미세먼지 100/이하, 이산화탄소 1,000ppm 이하로 관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학교 교실에는 최소 22명에서 최대 35명까지 학생들과 교사가 함께 생활한다. 그러다 보니 1시간마다 환기를 하지 않을 경우 교실 안 이산화탄소 농도는 보통 1,800ppm을 넘어간다. 2시간 이상 환기하지 않으면 이산화탄소 농도는 간이 측정기로 측정할 수 없는 3,000ppm 이상을 웃돌게 된다. 이산화탄소 관리 기준은 1,000pp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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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간만 창문을 닫고 있어도 관리 기준을 두 배 가까이 넘어선다.이산화탄소 농도별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450ppm까지 건강한 환기 관리가 된 레벨, 700ppm까지 장시간 있어도 건강에 문제가 없는 실내 레벨, 1,000ppm까지는 건강피해는 없지만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레벨, 2,000ppm까지는 졸림을 느끼는 등 컨디션 변화가 생기는 레벨, 3,000ppm까지는 어깨 결림이나 두통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등 건강 피해가 생기기 시작하는 레벨, 3,000ppm 이상이 넘어가면 두통, 현기증 등의 증상이 나오고, 장시간으로는 건강을 해치는 농도이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예보됐을 때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면 교실 내 미세먼지는 일부 감소하지만,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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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이 이러한데 우리는 보통 날이 덥거나 춥거나 또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는 교실 창문을 꼭꼭 닫고 지낸다 학교는 에어컨을 켜면 차가운 공기가 밖으로 나갈까, 난방을 켜면 따뜻한 공기가 차가워질까, 공기청정기를 켜면 더러운 공기가 교실로 들어올까 걱정되어 창문을 열지 말라고 학생들에게 권고하기도 한다. 더욱이 전기요금을 아껴야 하니 창문을 닫아주세요!”라고.

얼마 전 서울시교육청에서 발표한 학교 미세먼지 관리목표 및 저감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공기청정기 설치가 교실 미세먼지 농도 감소에 효과가 크지 않다고 한다. 특히, 환기가 되지 않을 경우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게 측정됐고 공기청정기보다는 이산화탄소 고농도 해소를 위한 환기설비 설치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부에서 진행한 초등학교 공기정화장치 효율성 평가 및 설치기준 등 마련 연구에서는 공기청정기 한 대로는 교실 내 미세먼지를 최대30%까지 감소시킬 수 있으며, 여러가지 유형의 공기청정기를 복합적으로 설치할 경우 미세먼지(PM10) 70%, 미세먼지(PM2.5) 40%까지 농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도 교실당 단일 공기청정기 한 대만으로는 효율적인 저감 효과를 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으면, 공기청정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부모들의 주장은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교실 내 공기청정기 설치가 실내 공기질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은 여·야 할 것이 없이 학교 공기청정기 설치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이들의 약속에 과연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 의문이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만든 교실 공기질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읽어봤을까? 학교 현실에서 공기청정기를 관리할 인력과 예산이 없는 것을 알고 있을까? 공기청정기가 설치되어 있어도 소음 때문에 학업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 곳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이산화탄소가 높아지면, 우리 아이들의 건강에 피해를 주고, 졸림을 느껴 학업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준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다른 대안은 없는가? 교실 내 공기청정기 설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학교 내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소비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 환경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학교 안 유휴 공간에 나무를 심거나 자가용 등교를 삼가고, 학교 옆 주차를 자제시키는 등 여러 실천 가능한 방법으로 미세먼지를 줄여나가면서 언제든 교실 창문을 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수업을 끝내고 교실을 나가는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거침없이 얘들아, 창문 열고 환기하자!”라고 말하는 날들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김현정 (성남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 참고문헌

- 초등학교 공기정화장치 효율성 평가 및 설치기준 등 마련 연구_교육부/20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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