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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치 | 319호 '합리적인 학교 청소예산 확보운동'의 필요성과 전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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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8-06-05 17:00 조회8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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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근무하는 학교에 처음 온 해 1학년 담임을 맡았다. 입학식 전날 내가 맡게 될 교실이 어떤 상태인지 둘러보기 위해 교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교실 문틈, 구석구석 끼어 있는 묵은 검은 먼지들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학교에서 이런 장면은 이미 오랫동안 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묵은 때가 낀 학교 공간들은 나를 계속 불편하게 했다. 처음 기대를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입학식 날 교실에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이런 교실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갈까. 입학식 날 아이와 함께 교실을 찾을 부모님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흐트러진 아침 독서용 책이나 물건들을 정리하고 바닥 먼지를 빗자루로 쓸어냈다. 그러나

플라스틱 빗자루로는 문틈에 낀 먼지를 뺄 수 없고 묵은 때를 제거할 수도 없었다. 예전보다 더 질이 나빠진 플라스틱 빗자루는 계속 머리카락이나 먼지들이 달라붙어서 계속 떼어내면서 쓸어내야한다. 학교 물품은 질이 아닌 일단 싼 것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싼 것을 고르다 보니 그런 빗자루들이 여전히 학교에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나 교사가 되어 학교에 처음 갔을 때나 교직에 들어온 지 17년이

지난 지금도 청소 도구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학교 대부분 공간을 학생들이 청소해야하는 상황도 달라지지 않았다. 단 하나, 학교에서 바뀐 것은 내가 처음 교직에 들어온 후 몇 해가 지나서 아이들이 청소하던 화장실을 전문 청소 인력이 맡게 되었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빗자루와 쓰레받기, 그리고 전문적인 관리도 되지 않아 장마철이 지나면 냄새가 나서 쓰기 어려워지는 대걸레들이 전부다. 진공청소기가 갖춰진 학교가 거의 없을뿐더러 진공청소기가 비치되어 있다는 어떤 학교 선생님에 의하면 미세먼지를 거를 수 있는 필터 대신 스펀지가 간신히 큰 먼지를 거를 뿐인 값싼 진공청소기라고 한다.

 

학교 공간에서 특별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실내 체육관(강당)이 없던 학교들도 최근에는 운동장을 줄이더라도 실내 체육관을 구비하는 상황이다. 학생들의 학습 방법은 시대가 흐르면서 매우 다양해졌고 이에 따라 학교 공간에 과거에는 없던 다양한 특별실이 생겨났다. 미디어를 사용하거나 활동 중심의 교육이 강화되면서 멀티미디어실이나 컴퓨터실, 영어학습실, 개별학습실 등이 생겨났다. 한 반 학생들의 숫자는 30여 년 전 50~70명이던 수준에서 25~3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학생 수는 줄어들고 청소해야 할 학교 공간은 더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학교 공간 청소를 학생들에게 전담시키고 있는 관행은 계속되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학부모들이 번갈아 와서 청소하던 관행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도 겨우 1년 전부터이다. 2017년 서울시 교육청이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 청소 전문 인력을 보내주는 예산을 책정했기 때문이다. 교육적 의미에서 학생들이 학교에서 청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그러나 학교 전체 연면적(건물의 각층 공간 바닥면적의 총합을 의미) 대비 교실이 차지하는 면적은 중학교에서 15% 정도이고 초등학교에서 30% 정도로 학교급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교실 외에 특별실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70% 정도 차지한다. 한 개 반이 기본으로 교실과 바로 옆 복도 청소를 담당하고 특별구역을 두군데 배정받아 청소를 담당한다. 교육적 목적을 이미 과도하게 초과한 청소 구역 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학교의 청소 상태가 열악할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실내에서 체육활동을 하라고 교육청에서 학교에 공문을 보낸다. 그러나 개교 이래 한 번도 전문 청소 인력이 청소해 본적이 없는 곳, 청소 구역을 배정받은 반이 청결을 유지하기에는 과도하게 넓은 강당(체육관)이 과연 미세먼지가 심한 실외보다 안전한 곳인지 장담할 수 없다.

 

학교 교육관련 정책을 얘기할 때 어느 해부터 4차 산업 혁명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빠질 수 없는 관용 어구처럼 쓰이고 있다. 첨단으로 가는 사회에 학교가 대비해야 한다는 담론이 지배하고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청소예산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학교 현실은 왜 바뀌지 않고 수십 년 동안 지속되는가.

학교의 열악한 청소 환경을 목격할 때마다 떠오르던 이 생각 때문인지 어느 날 학교 청소예산이 다른 관공서 예산과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정이긴 하지만 대체로 내가 가끔 방문하는 공립 도서관이나 구청, 시청, 시교육청, 지역교육청은 학교와 달리 청소 상태가 매우 좋은 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수업 사이사이 쉬는 시간에 관공서에 전화를 돌렸다. 관공서의 면적이나 청소예산을 확인하기 위해 총무과에 전화해서 기록해 보았다. 내가 아는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중학교 4, 고등학교 1곳의 학교 연면적과 청소예산을 행정실에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표를 만들어 비교해 보니 결과는 놀라웠다. 각 관공서 청소 예산을 건물 연면적으로 나눠보니 중학교나 고등학교는 1당 청소예산이 1천원대에서 2천원대였다.

그런데 학교외의 다른 관공서는 13만원에서 4만원대였다. 비슷한 사용 인원수로 환산하는 경우 거의 20배 정도의 차이가 나타났다. 합리적인 학교 청소예산 확보 운동 전개 20181월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의 간담회에서 합리적인 학교 청소예산 확보의 필요성을 호소했고, 2월부터 이 자료를 기초해서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3월 말부터는 2~3주 만에 3천 명 정도의 서울 교사들이 서명에 동참해 주었다. 410일에는 이 운동에 참교육학 부모회와 실천교육교사모임이 함께 동참하여 보도자료를 내고 오프라인 서명도 시작했다. 오마이뉴스에서 기사로 다뤄주었고 다음 포털에 이 기사가 떴다. 411일 경북지역의 예비 교육감 후보가 우리 성명서와 보도자료를 인용하면서 합리적인 학교 청소예산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417일 서울시 교육청에서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강당 (체육관)이 있는 서울의 초··고에 강당청소비 200만원씩을 책정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후 서울교사노조가 포함된 교사노조연맹이 교육부와의 단체교섭을 위해 사전 모임을 했을 때 합리적인 학교 청소예산 확보 문제를 얘기했고,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430일 세 개 단체는 기자회견을 하고 서울시 교육청에 3600여 명에 달하는 서명을 전달하고 교육감 예비 후보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여러 노력 끝에 이번 교육감 선거 공약에 학교 청소예산 문제를 포함시키는 후보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러한 약속들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요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장경주 (서울교사노동조합 정책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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