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마당

학부모신문

Home > 자료마당 > 학부모신문

교육공공성 | 320호 학생이 만족하는 ‘후드티교복’ 학교

페이지 정보

본부사무처 작성일18-07-04 10:17 조회2,065회 댓글0건

본문

겨울철 꽉 끼는 동복 외투를 입기 불편해서 가디건 위에 검정 패딩을 입고 학교에 갔다가 압수를 당해서 눈이 펑펑 오는 날 가디건만 입고 집에 온 적이 있다.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 왜 이런 취급을 받고 다녀야하나 생각이 들었다. 왜 동복을 안 입었냐고 묻지도 않는다. 그냥 뺏는다.”(서울 D고등학교)

양말은 아무런 로고나 무늬가 없는 흰 양말만 신어야 한다.”

환절기에는 추워도 겉옷 못 입는다. 한겨울에야 겉옷을 허용해주는데 그마저도 검정색과 곤색, 회색만으로색 제한이 있고, 난방도 잘 안 되는 교실이면서 외투는 교실에 들어오면 입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수면양말도 못 신게 해서 수족냉증인나는 견디기가 힘들다. 속옷은 흰색만 입어야 한다.”

하복이나 춘추복 위에 겉옷, 외투를 입으면 벌점 3점이다. 여름에 조금 날씨가 쌀쌀해서 겉옷을 입었더니 벌점을 받았다.” (충북 G중학교)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이하 너머 운동본부)20159월부터 11월까지 SNS를 통해 학생들의 불량학칙 제보를 받았다. 107건 중 30%는 학교의 외투 규제에 대한 내용이었다. 너머 운동본부는 서울·경기·대구·대전 등 지역 교육청과 교육부에 외투 규제를 학칙으로 명문화한 학교들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그 결과 교육부는 20161학교규칙(겉옷규제) 시정 촉구 민원 관련 단위학교 학교규칙 개선 요구라는 제목의 공문을 17개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냈다. 그러나 학교현장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201712월에도 외투규제에 대한 기사가 검색되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학생들을 괴롭히는 복장규제는 외투만이 아니다. 동복, 춘추복, 하복을 입는 시기도 학교가 정해준다. 사람에 따라 추위 또는 더위를 느끼는 온도가 다른데, 아무리 더위를 타거나 아무리 추위를 타도 학교에서 정해준 기간이 아니면 입을 수 없다. 치마길이에 대한 규제, 생활복을 등하교시에는 입을 수 없다는 규정 등이 학생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불편해하는 규정들이다. 한겨울에도 여학생들은 치마를 입고 덜덜 떨며 등하교 해야 한다. 그나마 교내에서 체육복 바지라도 입는 것을 허용하는 학교도 등하교시에는 치마만을 입도록 한다. 양말색, 속옷색까지 규제하는 학교가 있다니 이쯤 되면 학생들은 학교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 군대나 교도소에 다니는 것이나 다름없다.

교복 때문에 생기는 불필요한 갈등과 징계가 이렇게 많고 교복이 학생들의 활동을 제한하고 개성을 무시하고 있다면 이제 교복의 굴레와 속박에서 학생들을 풀어줄 때가 된 것 아닐까 너희 때가 좋을 때다.” 어른들은 늘 말씀하셨다.

지금이 왜 좋을 때인가요고등학교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되묻고 싶었다. 그때 우리는 학교라는 우물 속에 갇힌 작은 개구리에 불과했고, 오로지 대학만이 우리의 하늘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지금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의 머릿속에 학교는 단지 대학을 위한 수단’, ‘재미없는 공부를 해야 하는 곳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공부는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수많은 것들 중 일부일 뿐, 우리는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바로 공부를 재미있게 하는 방법이다. 공부와 즐거움은 절대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알고 보면 꽤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관심 있는 분야와 주제에 대해 연구하여 소논문을 쓰거나, 친구 혹은 선후배와 멘토·멘티 역할을 하는 것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나는 목동이 아닌 지역 중학교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한가람고등학교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후드티교복교과 선택제가 주된 관심사였다. 입학안내 책자에 소개된 사진과 글로만 접하다보니 과연 진짜일까반신반의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러나 입학설명회에 다녀온 후, 의심은 확신을 넘어 간절함으로 바뀌었다. 아직도 2년 전 입학설명회 때 첫인상이

떠오른다. 외국 학교에 온 듯한 시설, 듣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던 교장선생님 말씀, 그리고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직접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는 과목선택제도. 모든 것이 인상 깊었지만, 중학생의 시선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바로 후드티교복이었다.

그때는 그런 교복을 입고 다닌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만큼 혁명에 가까웠다. 늘 꽉 끼는 와이셔츠와 조끼, 팔을 올리기 힘들 정도로 작은 재킷,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치마까지.

학교 3년간 매일 교복과 싸우며 지냈는데, ‘이 학교라면 더 이상 교복으로 인한 불편은 없겠구나.’ 싶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입학 후 가장 만족한 것은 단연 후드티교복이다. 교복셔츠에 비하면 편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고, 날씨와 계절에 맞도록 다양하게 매치하여 입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요즘 여러 방송사에서 교복을 주제로 자주 찾아오는데, 이미 우리들에게 후드티교복은 일상이 되었기 때문에 우리교복을 특별하게 여기는 취재진들이 신기할 따름이다.

끝으로 이 글은 단순히 학교에 대한 홍보만을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단지 대한민국의 한 고등학생으로서 우리학교가 학생이 원하는 학교의 모습을 잘 반영했다고 생각했으며, 이 글을 통해 학생이 주인이 되는 학교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예담 (한가람고 2학년 3)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