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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저는 | 320호 나는 왜 책을 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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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8-07-05 17:44 조회9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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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 책방 풀무질 오픈 후, 4번째 일꾼으로 199341일부터 책방을 맡았다. 그땐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에 맞서 세상을 올곧게 바꾸려는 뜻을 가진 인문사회과학 책방들이 대학 앞에 한두 개씩 있었다. 지금은 거의 문을 닫고 서울대 앞의 그날이 오면과 성균관대학교 앞의 책방 풀무질만 남았다.

책방 풀무질책을 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점점 힘들어가는 책방 풀무질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평소에 동네책방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고마운 마음을 건네고 싶었고 동네책방에서 책을 사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책을 사 달라고 외치고 싶었다. 둘째, 풀무질을 도와주는 성대 학생뿐 아니라 책방에 드나드는 동네 사람들에게 작은 보답이나마 하고 싶었다. 그들 모두가 모이는 자리를 만들어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셋째, 내가 글을 쓰면 종이에 복사를 해서 책방에 오는 손님들께 나눠드리지만, 책으로 엮지 않으면 그냥 사라져 버릴 것이기 때문에 25년 동안 책방을 하면서 잊을 수 없는 이야기들과 동네책방이 살 수 없는 도서 정책, 세상을 맑고 밝게 하는 이야기들을 쓰게 되었다. 책을 내고나니 평소에 안 오던 사람들이 책을 사러 왔다.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사면 싸고 빠르게 살 텐데 앞으로는 동네책방에서 책을 사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또 책방 풀무질에서 책방을 새롭게 꾸미고 책을 정리하고 책읽기 모임을 같이 하면서 힘을 주었던 열댓 사람들이 책 펴내는 날에는 모두 와서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했다. 마지막에 바랐던 일도 이루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종로도서관에서 내 책이 들어왔다고 그곳 일꾼이 전화를 주었다. 6월 중순에는 성동구립도서관에서 내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눈다.

이런, 글을 쓰다 보니 자랑만 늘어놓았다. 사실 책이야기를 하면 쑥스럽고 부끄러울 뿐이다. 책방 살림이 좋으면 조용히 책을 팔면서 책을 읽으며 살고 싶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책방을 지킬 수 없다는 마음에 책을 냈다. 더군다나 우리회에 나 스스로가 이런 일을 알리게 되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래도 한 번쯤은 읽어주기 바란다. 굳이 풀무질에 와서 책을 사지 않고 동네 작은 책방을 이용하기 바란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동네에 복덕방, 머리방, 소주방, 다방(찻집), 점방(가게)도 있어야 하지만 책방이 없는 길은 좀 어둡지 않은가. 집 나간 아이 하나를 보듬는 마음으로 사라져가는 동네책방을 아껴주었으면 좋겠다.

동네책방을 살리려면 우리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첫째가 되어야 한다는 일등주의, 오로지 이름난 대학에 가려는 학력중심주의, 돈만 많이 벌면 자연을 더럽히고 사람들 사이에 정이 깨

져도 좋다는 경제성장지상주의를 버려야겠다. 정말 힘든 일이지만 꼭 해야 할 일이다. 그런 뜻을 담아 썼다. 나혼자 하면 뜬구름이지만 같이 가면 현실이 될 것이다. 그때 온 세상 아이들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고 남북이 평화롭게 하나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은종복 (회원, 풀무질 일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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