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 이야기 93 - 대전 둔산중학교

미래의 세계는 창의력과 인문학적 성찰이 삶의 질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 될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고민과 성찰이 우리네 삶을 엄청나게 변모시킨 점을 보면 더욱 이 점을 주목하게 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떤 교육활동으로 학생들의 창의력을 더욱 고취시킬 수 있는가?

창의력 고취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분명 예술교육이다. 나에 대하여, 그리고 너에 대하여 성찰하고, 이를 확장하여 우리네 삶을 인식하며, 사회를 이루며 활동하는 개인의 가치를 화두로 삼는 예술활동이 학교 교육활동과 반드시 접맥되어야 한다.

특히 함께 사는 지역사회와 공동체가 되어 문화 예술의 정보를 교류하고 체험하는 활동은 학생의 표현세계 가능성을 확대할 뿐 아니라 예술 잠재력을 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예술 체험활동을 통해 궁금증과 질문을 유발하고 내 방식대로 연구해보는 탐구력, 예술의 불확실성을 감내하고, 포기하지 않는 의지력, 나에게 잠재된 상상력, 엄격한 자신의 성찰과 전문성으로 다져진 인지능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인과의 공동작업 및 내 생활 주변과의 관계성 찾기를 통한 건설적 피드백의 교환이야말로 과정과 결과를 학습하는 중학교 시기에 꼭 필요한 창의력 증진 기회가 된다.

지난해 호주 작가 탄야 슐츠와 미술교사인 나는 공동 수업을 하고 수업에서 제작된 작품을 전시하는 대전시립미술관 ‘헬로우 시티’ 기획전을 가졌다. 색채의 공감세계를 체험하는 연계 수업으로 작가의 표현기법(Pip & Pop)을 이해하고 설치작품 제작과정에 학생들이 동참한 것이다.

작가는 한국성(전통문양, 탑, 족두리 등의 장식과 형태)이 강하게 드러나는 표현 주제를 작품에 적용했고, 미술관에 학생들이 만든 작품이 같이 전시되기도 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외국 작가의 눈으로 본 한국 색채를 작가의 표현기법으로 새로운 이미지로 만들어 내는 과정에 감동했어요”, “작가의 작품 제작과정에 참여하고 인터뷰 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라고 전했다.

수업을 참관한 교사들은 “미술관 연계수업 속에서 해외 작가와 학생들이 직접 교감하면서 작가의 표현기법을 이해하고, 한국풍물 속 색채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 시각적 공감언어를 나누는 새로운 지평을 여는 미술수업이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내가 살고 있는 ‘대전’은 어떤 풍경으로 공간에 그려질 수 있을까?’란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생활풍경을 탐색하고 선재(線材)인 철사를 이용하여 입체로 표현하는 수업이었다. 중학교 3학년은 물건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고, 입체공간을 인식하여 확장된 공간을 이야기로 표현할 수 있는 시기이다. 따라서 공간과 이야기를 합쳐보는 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전시립미술관의 ‘도시·풍경’ 전시에 맞춰 학교와 지역사회 미술관이 같은 주제를 공유하면서 도시가 갖는 의미를 표현하는 것이 수업의 목표였다. 그 기저에는 예술집중 교육을 통해 자신의 환경을 성찰하면서 자신의 의미와 가치를 인식하게 되는 인성 교육적 측면이 깔려 있었다.

대전시립미술관 이상봉 관장은 “학교가 지역사회와 함께 공유하며, 학생 스스로 자신의 환경을 성찰하면서 자신의 의미와 가치를 인식하는데 미술관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프로그램을 공유하겠다”고 하면서 적극적인 지원을 했다.

미술교사로서 나는 중학생이 되면서 잊게 된 학생들의 다양한 감각(미각, 청각, 시각 등)을 되살리는 수업이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수업 전에 색채학습을 수행하여 학생들의 잠재된 색채미의 표현 가능성을 탐색했고, 여러 가지 상황 제시를 통해 자신만의 생각과 마음으로 대전이라는 도시를 스토리텔링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또한 교사의 낭송을 통해 대전이란 공간이 지닌 사회적 의미와 역사, 환경과 지정학적 의미를 듣고, 드로잉 작업과정과 입체 전환 단계별 학습과정을 설계하여 학생의 표현 사고가 점진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했다. 다음은 수업 내용이다.

자, 이제 여러분의 감각 속에 숨어 있는 선을 찾아봅시다.

1. 상황에 따른 표정을 보고 선으로 표현하세요.

상황 A : 대전의 향토음식인 두부두루치기 사진과 뜨겁고 매운맛을 표현하는 선생님 동작과 표정을 보고 느낌을 학생들은 스케치했다.

2. 대전을 설명하는 낭송을 듣고 연상되는 것을 선으로 표현하세요.

상황 B : “대전은 경부선 철도와 호남선 철도가 연결되어 있고, 갑천 유등천이 합쳐져 대전천이 되고…” 학생들은 대전을 소개하는 말을 경청하고 연상되는 선을 긋기 시작했다.

3. 음향효과를 듣고 떠오르는 장면을 글로 쓰세요. 그 후에 대전을 위한 이야기로 글짓기를 해볼까요?

상황 C : 가위질 소리 → 발자국 소리 → 성냥 켜는 소리 → 총소리 → 물소리

4. 대전의 인상적인 풍경을 기억해 봅시다.

상황 D : 각자 준비한 대전광역시의 인상적인 풍경사진을 관찰한 후 풍경 속에서 발견한 선을 조각 작품으로 전환시켰다.

대전의 풍경 속에서 찾은 선

학생들은 ‘도시·풍경’ 전시 작품이 새롭고 개성이 독특하여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선생님, 대전의 인상적인 풍경이 이렇게 많았나요? 자연의 풍경을 보고 소리를 들으며 형태와 색으로 나타내는 것들이 신기합니다”, “대전의 한빛탑을 디자인 한 사람은 물에 비치는 다리의 모습도 생각하고 디자인한 것이군요”, “제 작품을 대전시청에 보내야겠어요” 등의 수업평가가 있었다.

수업의 실천목표를 세워 1학기 미술 수행과정을 준비하고 있었을 때 “15세가 된 중학교 3학년은 학교의 예술교육에서 어떤 경험을 해야 할까? 어느 정도의 예술 활동이 지속해서 풍부하게 제시되고 수행해야 할까? 이 정도는 되어야 중학교 3학년이지”라는 고민을 했는데, 자주 가던 대전시립미술관의 전시 프로그램이 교육과정과 일치함을 발견하고 연계수업을 준비하게 되었다.

지역사회와 예술활동을 연계하면 중학생 활동에서 다양한 가치를 얻을 기회가 많아진다. 학교 내의 예술활동이 갖지 못하는 작가와 작품의 만남, 미술관장과의 인터뷰, 큐레이터가 하는 일, 도슨트의 해설 방법, 기획전과 상설전을 통한 미술관 교육, 미술관의 교육 프로그램 참여 등의 기회는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학교 예술교육의 성장과 학생의 창의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분명했다.

앞으로도 이런 연계수업 프로젝트는 더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어야 하고 그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하겠다. 미술관 연계수업의 고충을 묻는 교사에게 “교사가 먼저 참여하고 두드려 미술관 문을 열어놔야 합니다. 미술관과 연계한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기다리기보다 먼저 다가가야 합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이 선택한 예술 활동에 따른 격려와 자신의 작품을 인식하기, 지역사회의 문화 예술활동에 참여하고 지속적으로 관심 갖기, 지역사회에 자신의 창작 작업을 공표해 보는 경험과 비평해 보기, 창의 및 문화예술 분야의 직업 체험하기 및 직업군 탐색해 보기, 무용·연극·미술·음악·영화 등의 디지털 매체 활동 체험하기 등은 미술관 수업을 계획할 때 수업 주제로 삼을만하다.

오늘도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잠재력을 키워나갈 방법을 많은 교사들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또 과감하게 도전하고 있다.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안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이상돈 (대전 둔산중학교 수석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