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무더위 때문에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나날이다. 대낮에 길가에 서있자면 몸이 익어버릴 것 같다. 얼른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나 지하철, 버스로 몸을 피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스럽다. 밤에도 에어컨 없이 잠을 청하기는 어렵다. 더위는 누구에게나 평등할까?

7월 25일 현재 폭염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벌써 14명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죽음이다. 해마다 열사병으로 숨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사회적 취약계층이다. 외부에서 일하는 노동자, 농민, 에어컨은 꿈도 꿀 수 없는 취약한 주택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뜨거운 차안에 남겨져 탈출할 수도 없고 구조요청도 할 수 없는 유아나 장애인 등이다. 해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와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는데 국가는 국민에게 ‘전국에 폭염특보 발효중, 논밭 작업, 건설현장 등 야외활동 자제, 충분한 물 마시기 등 건강에 유의 바랍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한 것일까?

김승섭교수의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 나오는 ‘불평등한 여름, 국가의 역할을 묻다’(23-30쪽)에서 이 질문의 답을 찾아보았다. 1995년 7월 한 달 동안 시카고에서 폭염으로 인해 7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했는데 이는 13년간 평균 400여명이 사망한 것에 비하면 재앙에 가까운 수치였다. 미국질병관리 본부에서는 이 때 사망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결과 질병으로 인해 침대에 누워있어야 했던 사람들, 에어컨이 없이 지냈던 사람들이 일반인에 비해 3배 이상 더 위험했다. 그리고 사회적 고립, 즉 혼자 사는 사람들, 폭염에도 집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이 숨졌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사망한 이들이 왜 에어컨이 있는 시설로 갈수 없었는지 왜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 사망자가 유독 많이 발생한 지역에서는 범죄와 불안한 치안으로 인해 외출을 꺼렸고 다른 주민을 믿지 못하다 보니 집 밖에서 발생하는 위급한 상황에 개입하지 않게 되어 공동체가 와해되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고 좀 더 시원한 곳을 찾아 거리로 나갈 수도 없었던 것이다.

1995년 폭염이 지나가고 4년 뒤인 1999년에 그와 비슷한 재앙이 시카고에 다시 찾아왔을 때 사망자가 1995년 700명보다 훨씬 적은 110명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이미 사망원인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도 준비되어 있었다. 1999년 7월 폭염이 찾아오자 시카고 시장은 비상기후대응전략을 작동시키고 곧바로 폭염중앙통제센터를 열었다. 폭염을 피할 수 있도록 에어컨이 작동하는 쿨링센터 34곳을 열고 누구든지 그 센터까지 갈 수 있도록 무료버스를 제공했다. 쿨링센터의 수가 부족하다고 판단되자 하루 만에 학교 31곳을 새로운 쿨링센터로 신속히 지정하기도 했다. 더불어 혼자 사는 노인들, 낙후된 건물에 사는 거주민들의 상태를 경찰과 공무원이 일일이 확인했다. 특히 치안이 불안해 쿨링센터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폭염이 가장 심했던 4일 동안 사람들의 집을 일일이 방문해 건강상태를 확인했는데 그 숫자가 총 3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고 사회적인 원인을 찾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역할이고 존재이유이다. 우리 사회는 유난히 ‘해마다 반복되는’,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끊임없이 일어나는’ 참사, 사건, 사고가 많다. 왜 그럴까? 그동안 국가가 반복되는 원인을 찾아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보다 임기응변, 책임전가하기에 급급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국민을 재난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본분을 다하는 국가에서 살고 싶다.

고유경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