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리디 여린 한 소녀가 난민의 인권을 생각해보게 하는 메시지를 던져 어른들을 부끄럽게 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인 그 학생은 추방당할 위기에 처한 난민인 자기 친구를 돕고자 청와대에 청원운동을 주도했다. 일곱 살 때 한국에 와서 한국학교를 다니며 기독교로 개종했다가 지금은 성당에 다니는 그 친구는 한국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는 이란 국적의 평범하고 착한 아이다. 그러나 이란에서 배교는 사형에 준하는 중형이므로 난민신청을 했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기각해 소송을 했다가 2심에서 또다시 기각, 대법원 판결을 기대했다. 대법원에도 처리할 사건이 많다는 핑계로 심리조차 열리지 못하고 기각시켜 버려 국민들에게 호소를 해서라도 그 친구를 도와주려는 아름다운 실천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난민에 대한 정책과 인식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난민에 대해 동정적으로 말했다간 대판 싸움 나기 딱 좋을 정도로 우리 사회가 난민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하다. 토론의 불씨를 당긴 건 심각한 종파분쟁과 내전으로 늘 불안한 조국의 폭력적인 상황을 피해 국제미아로 떠돌다가 제주도에 상륙한 500여명의 예멘인들. 이 분들을 따뜻하게 대하는 이들도 있지만 예비범죄자라도 되는 양 극단적인 냉대와 이슬람에 대한 혐오까지 보이며 광기를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현재 전 세계 난민의 인정률은 37%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8%에 불과하다. 2013년에 난민법을 시행했지만 보수정권의 영혼 없는 이미지 정치에 불과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민인권에 대한 정책과 의지는 제로상태였다.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외침을 많이 받았던 우리 민족은 피란 봇짐 싼 횟수로도 단연 세계 선두를 차지할 정도이다. 말하자면 어느 시대 어느 역사를 막론하고 과거 서러운 난민이 아니었던 적이 한 순간도 없었던 우리였다. 상해 임시정부도 난민정부였고 유엔 설립 후 최초로 도움 받은 난민도 한국인들이었다고 한다. 구한말 가난과 일제 침략을 피해 하와이의 사탕수수밭과 멕시코의 에네껜 농장으로 끌려가 혹사당한 수많은 한국인들의 슬픈 노동이민의 역사가 예멘인들의 고통과 오버랩 되는 건 우연일까.

“예멘 난민은 제2의 조두순, 유영철입니다. 범죄자인지 강간범인지 알지도 못하고 수용하시나요?”테러에 가까운 욕설섞인 반대 청원글을 보면서 우리가 언제부터 그렇게 잘 살았다고 살길 찾아온 난민들을 무시하고 짓뭉개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지 안타깝다. 백번 양보 하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빤히 보고 있다. 부모인 우리의 난민을 대하는 자세가 자녀의 인권 감수성, 인간애와 직통으로 연결된다.

서방선진국이 아닌, 우리와 종교와 문화패턴이 다른 가난한 이슬람권에서 왔다는 이유로 극단적인 배타성을 보이면서 아이들에게 세상을 편견 없이 사랑하고 소통하라고 가르치는 건 형용모순이다. 지구촌이라는 용어가 진부하게 여겨질 정도로 인종, 민족, 피부, 종교, 문화 등 나와 타자를 가르는 경계를 뛰어넘어 모두를 포용하는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교육이 보편이 되어 버렸다. 단일민족이라고 과시하고 자랑하며 우리끼리만 똘똘 뭉쳐 사는 건 과거 히틀러의 광기처럼 시대역행적인 쇼비니즘(광신적, 배타적 애국주의)을 찬양하는 꼴이다.

부모인 우리가, 난민을 인권 차원으로 접근하면서 그 보편성과 다문화의 가치를 실천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이슬람 친구를 위하는 중3 학생의 따스한 마음과 인권감수성이 더없이 귀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