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마당

학부모신문

Home > 자료마당 > 학부모신문

교육자치 | 280호 학부모-교원이 함께라서 더 좋은 길, 은빛초등학교 <은·수다>

페이지 정보

본부사무처 작성일16-07-08 17:30 조회1,796회 댓글0건

본문


학부모는 교육의 3주체 중 하나이다. 또한 3주체의 핵심인 아이들을 위해 교사와 상호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중요한 존재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주고받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관계는 우리에게 지속적인 노력을 요하는 숙제로 남아 있
다. 그러나 나는 서울형혁신학교인 은빛초등학교의교원-학부모 협동 학습동아리를 통해서 이것이 불
가능한 과제가 아니라는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형혁신학교 동아리 공모 

 

서울시 교육청에서 지난 9월 5일, 학교혁신우수사례를 발굴하고 학교구성원의 자발적 연구 활동을 지
원하고자 ‘학교혁신학습 동아리’ 공모를 발표했다. 우리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 학부모 위원들
은 이를 좋은 계기라 여겨 학부모 단체장을 중심으로 동아리 구성원을 꾸렸고 합류 인원이 늘어나면서 동아리가 활력을 띄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은 문제가 있었다. 회계 상의 이유로 동아리 대표는 반드시 교원이어야 했으며 학교당 1팀만 지원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걱정이 앞섰다. 열린 분위기의 서울 은빛초등학교, 그리고 학운위 2년차인 나조차 선생님 앞에서는 모든 언행이 조심스러운데 선생님들과 함께 동아리를 꾸려갈 수 있을까? 게다가 2학기에는 혁신 학교 나눔마당, 백서, 각종 학내행사 등으로 숨 가쁜 일정이 기다리는데 과연 선생님이 동아리에 합류해 주실까? 하지만 우리는 용기를 내어서 수업혁신팀장인 황성희 선생님을 찾아가 동아리 구성 취지를 설명하고 함께 할 선생님을 주선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선생님은 사실 교원 팀으로 동아리를 짜서 공모 신청을 하려고 계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니 교원 동아리 지원은 포기하고 학부모와 교원이 ‘함께’ 하는 동아리를 꾸려 그 팀으로 지원해보자고 했다. 연구 주제 선택을 위해 학부모들이 먼저 모였다. 논의 끝에 ‘학부모 단체의 4년간 활동을 되돌아보고 향후 방향성을 검토할 계기’가 될 수 있는 연구를 해보자고 결정했다. 바로 계획서를 작성하고 학부모 단체를 담당하셨던 학교문화팀장인 김은미 선생님께 지도교사로 위촉을 부탁했다. 9월 17일, 두 분 선생님을 모셔 놓고 계획서 검토를
위한 미팅을 가졌다.


준비가 그리 길지 못했던 연구계획서를 발표하는 순간 내 마음의 떨림은 굉장했다. 나는 우선 동아리 이름으로 ‘은·수다(蒐多)’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한자 ‘蒐(모을 수)’와 ‘多(많을 다)’를 차용했고 더불어 ‘은빛의 사람·생각을 많이 모은다’는 다중적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형혁신학교 서울은빛초등학교 학부모단체활동에 관한 인식’이라는 연구 제목과 연구계획인 ‘부서장 인터뷰(질적연구)-학부모대상설문(양적연구)-향후 제2기 혁신학교 학부모
단체의 방향성’을 발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두 선생님은 박수까지 치며 공모 당선여부에 관계없이 이 연구를 함께 할 거라며 다소 흥분된 반응까지 보여주셨다. 결국 학부모 9명, 교원 4명의 <은·수다> 동아리가 성공적으로 출범했고 우리의 마음이 모아진 덕인지 9월 29일에 ‘공모 당선’이라는 기쁜 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시작부터 쉽지 않은 길 

 

시작부터 현실적인 문제들이 발생했다. 당시 학부모단체는 은빛초의 최고규모 행사인 ‘은빛아람제’와 구청 지원을 받는 학교와 마을결합축제인 ‘금암문화예술제’를 앞두고 매우 분주했으며 선생님들 역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연구를 진행해야 했다. 이번 연구동아리 사업은 학부모단체 기반을 다지는데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나는 이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단체장들께 양해를 구하고 나를 포함해 양은래, 조은남, 김영희님으로 책임연구원을 구성해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설문지 개발부터 삐걱거렸다. 설문지를 만들 때 연구 주제에 맞는 문항 의도, 연결성, 분석 및 보고서 작성까지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해야 했는데, 그 과정을 생략하고 일단 문항만 두서없이 나열한 것이 실수였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와 팀원들은 지쳐갔다. 그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힘들어하는 나를 보고 김영희님께서 새로운 조력자를 소개해 주셨다. 바로 2014년 초 은빛초로 부임하신 윤길복 선생님으로, 학교에서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얻고 있는 훌륭한 교사이자, 개인적으로는 사회과학분야 박사과정을 마치고 짬짬이 대학 출강까지 가시는 분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조력자를 만나 은·수다 연구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윤 선생님 덕분에 갈팡질팡했던 설문지 설계가 일사천리로 끝나고 드디어 설문지를 배포하였다. 그러나 총 30문항, 400장에 이르는 설문지 코딩도 문제였다. 그런데 나와 함께 엑셀 통계를 담당하기로 한 은남님이 갑자기 자전거 사고를 입었다. 나 혼자만으로는 촉박한 일정을 맞추기 힘든 상황이었다. 사방팔방으로 도와 줄 사람을 찾던 중 허경진 아버지회장님이 프로그래머인 송용환 아버님을 소개해 주셨다. 송용환 아버님은 주말을 희생하며 엑셀을 다루지 못해도 코딩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셨다. 그 덕에 우리는 도와 줄 분들을 더 모아 무사히 코딩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였다 

 

10월 22일, 설문지 수거와 통계작업이 마무리되었다. 이제 드디어 데이터 분석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제야 ‘서울은빛초학부모단체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윤선생님과 우리는 함께 분석을 진행한 후,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학부모단체에 대한 일반 학부모들의 인식을 만족, 관심, 참여, 소통이라는 네
개의 파트로 나누어 보고서 작업을 완료하였고, 이를 11월 28일 모든 연구원들 앞에서 리뷰 했다. 이
날, 참교육학부모회 박이선 부회장님을 초청하여 ‘혁신학교학부모의 역할’에 대한 강연 및 컨설팅도
함께 열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2기 혁신학교 방향성에 대해 좀 더 다양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나눌
수 있었다.


설문 결과도 유의미했다. 특히 ‘혁신학교인 은빛초등학교에 얼마나 만족하십니까?’라는 질문에 90.8%의 학부모가 ‘만족’으로 응답하여 혁신학교 재지정 신청을 앞두고 학부모의 혁신학교에 대한 열망을 확인하면서 교장선생님 이하 모든 구성원들에게 고무적인 기운을 불러오기도 했다. 분석 결과를 통해 이미 예측한 상황을 확인하기도 하고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보고서에 2기 학부모단체의 방향성을 담아 두었고 이제는 과제를 실천하는 가슴 뛰는 일만 남겨두고 있다.


연구 결과 자체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바로 ‘과정’이었다. 우리는 설문을 통해 은빛초 학부모들의 허심탄회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고 쉽지 않은 관계의 선생님들과 하나의 연구 주제를 통해 마음을 모을 수 있었다. 양적인 팽창도 있었다. 교원 4명과 학부모 8명으로 시작했던 <은·수다>는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에는 교원 6명, 학부모 14명으로 더 든든한 체계를 마련할 수 있었다. 12월 9일에 교육청 보고서 제출과 더불어 두 달 동안 쉼 없이 달려온 프로젝트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뒤풀이 자리에서 우리는 다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은·수다>는 계속될 것을.
임지은 (서울 은빛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 부위원장)

 

*이 기사가 실린 학부모신문을 확인하려면 위 링크를 클릭하세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