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신문 341호] 기획특집/ 세월호참사 6주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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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0-04-17 11:27 조회2,617회 댓글0건본문
세월호참사 6주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모든 게 혼란스럽다. 학교 개학도 처음으로 한 달 동안 연기되었다. 이런 상황이라서 행사나 종교예배도 속속 취소되고 있다. 4월 15일로 다가온 21대 총선을 앞두고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월호참사 6주기를 맞는다. 코로나19 상황을 봐야 하지만, 세월호참사 6주기 행사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기억식이나 추모행사는 못 하는 걸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이 상황에서 유가족들이 먼저 걱정을 한다. 만약 추모행사를 하다가 코로나19 확진자라도 나온다면 온갖 비난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6년 동안 유가족들은 모욕과 조롱 등의 혐오표현에 시달려 왔던 터다. 매년 4월이 다가오면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려야 하는 유가족들이 이런 것까지 걱정하게 하는 되니 안쓰럽기 그지없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문화제나 대규모 기억 행사들은 취소가 되거나 축소되어 진행된다. 그렇지만 세월호참사 6주기를 그냥 넘길 수도 없다. 세월호참사 피해 당사자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 4.16재단 등은 이번 6주기를 맞는 고민이 깊다. 이번 6주기의 기조는 ‘기억, 책임, 약속’으로 잡았다. 국가가 국민을 구하지 않았던 참사임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한 생명안전공원을 제대로 만들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자들을 드러내고 이들의 책임을 본격적으로 물어야 한다. 다시 세월호참사가 났던 그때 우리가 했던 약속들을 환기한다. “잊지 않겠다.” “행동하겠다.”고 약속했던 일들을 되새기면서 우리가 그 약속을 얼마나 충실히 지키고 있는지 돌아보자는 의미다.
이런 기조 하에 전국에서 다시 노란리본 달기 운동을 벌인다. 배지도 다시 달고, 가방에 리본도 달고, 거리에는 노란 현수막을 걸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6년이나 지난 시점이고, 코로나, 총선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시민들과 함께 ‘노란리본 물결’을 만들려고 한다. 과연 우리는 다시 세월호참사를 이 시점에서 기억해내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결의를 모아갈 수 있을까? 세월호참사 이후 안전사회를 만들자고 했는데, 과연 우리 사회는 안전사회로 가고 있을까? 이런 점들을 되짚어보는 그런 6주기였으면 하는 마음들이 모이고 있다.
6년의 노력을 폄하하지 말자
지난 6년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해왔을까? 사람들은 6년 동안이나 진상규명을 외쳐 왔는데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다고 한탄한다. 절망과 원망이 공존하는 한탄에는 시간이 많이 흐름에 따라 지침과 마음 급함도 포함되어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진상규명을 줄곧 외쳐왔지만, 침몰 원인도 알지 못하고(일부는 선체조사위원회의 이른바 ‘열린안’을 중심으로 잠수함과 같은 외부의 충돌이 침몰원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구조세력들은 적극적인 구조를 하지 않아서 304명이 수장되도록 했는지도 모르고, 박근혜 정부가 지독하게 진상규명을 방해한 이유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 그러니 이런 말들이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지금은 진상규명으로 가는 과정에 있다. 우리는 종종 세월호참사가 박근혜 정권에서 발생했음을 잊는 것 같다. 박근혜 정권이 세월호참사를 묻으려고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가를 잊은 것 같다.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선언문에 서명한 문화예술인들이 블랙리스크로 고통 받았던 것도 잊은 것 같다. 감시와 탄압이 일상이 되고, 혐오표현이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 유가족들의 행진은 번번이 광화문 광장 앞에서 막히고는 했지만, 세월호광장을 만들어내고, 박근혜 정권에서도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해냈던 것, 쉽게 묻혀 버린 수많은 참사와는 달리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가 조사 기구를 세 번째 만들어서 가동시키고 있음도, 그런 힘으로 박근혜 정권을 탄핵시켰던 일도 잊은 건 아닌지….
지난 시기의 우리의 노력을 폄하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세월호는 3년 동안의 투쟁 끝에 인양하게 만들었고, 그 선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었으며, 지금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를 통해서 진상규명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거기에 지난해에는 검찰 특별수사단이 만들어져서 수사도 다시 진행되고 있음도 보고 있다. 물론 이들 기구와 검찰의 진상규명 과정이 답답할 정도로 진도가 나지 않고 있어서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니 더욱 조바심이 날 수도 있다. 어떤 범죄 혐의들은 공소시효가 곧 끝날 상황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세월호참사와 같은 대형 사건들의 진상규명이 선진국가들에서도 수십 년이나 걸렸던 것, 광주 5.18의 진상도 40년이 되는 지금까지 다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욱이 권력의 최상부가 개입된 사건이라면 조작과 은폐, 왜곡도 더욱 심각했을 것이라는 점도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전부는 아니지만 당시 대통령인 박근혜와 직접적으로 참사의 진상규명 작업을 방해했던 김기춘, 조영선 등이 법원에서 재판 받고 있는 일도 처음 있는 일임을 인정했으면 좋겠다. 물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것만큼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이 다 될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는 다짐을 했다. 끝까지 잊지 않고 행동하겠다고.
6년 전의 약속과 다짐
우리는 세월호참사 당시 이런 약속도 했다. “4.16 이후는 그 이전과 달라야 한다.”고. 한편으로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주장하고 그런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세월호참사 이전의 우리사회를 성찰하고 다시는 과거의 그때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를 변화시키고, 정치를 변화시키고, 경쟁과 효율만 쫒던 경제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세월호참사 이후 많은 변화 중에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이 안전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점일 것이다. 만약 세월호참사가 없었다면, 구의역 김군은 사건도 쉽게 묻혔을 것이고, 김용균도 금세 잊혔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산업현장에서 매일 6명이 죽어나가는 비참한 현실에 눈을 떴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났을 때 여성들은 침묵하지 않았고, 그 흐름은 뒤에 미투 운동으로 발전했다. 세상의 약자들이 체념만 하지 않았다. 유가족과 함께 한 이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교육 현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학생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준비는 되어 있을까? 사고가 날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수학여행을 가지 말라고 막기만 했던 6년 전과 얼마나 달라졌을까? 감옥 같은 교실 속에서, 입시경쟁에 내모는 교육의 현실이 얼마나 생명과 안전이라는 가치에 부합되게 바뀌었는지를 모르겠다.
이번 6주기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6년 전의 우리가 다짐했던 그 약속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유가족들을 비롯한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다시 귀를 기울이고, 그들과 연대하는 일과 나의 행동 방향을 일치시킬 방안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 그런 6주기였으면 좋겠다. 노란리본 배지를 다시 달고, 함께 안전하게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꿈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박래군 (4.16재단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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