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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9월호/358호] 사설_모든 학생 뒤에 가려진 개별 학생(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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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1-09-14 15:20 조회9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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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학생 뒤에 가려진 개별 학생

 2018년 학생부 개선방안 숙의를 시작으로 대학입시, 학교폭력, 학원 일요휴무 등 교육계에 공론화와 숙의가 활발해졌다. 올해는 2022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하면서 국가교육회의가 숙의 형태로 주체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몇 년 전에 비해 숙의 문화도 진일보했고 각 주체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기사, SNS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얻거나 학교의 3주체 토론회 자리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입시, 교육 정책 등에 대해서는 좀처럼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 그러한 인식의 차이에는 주체별로 정형화되거나 일반화된 공식도 없다. 학생이니까 진보적이고, 학부모라서 보수적이지도 않다. 교사니까 학생보다 교사의 입장을 주장할 것이라는 생각도 오해다.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지 않고 개인별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펄떡이는 공론화 현장이 많아지고 있음은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얼마 전 학생, 학부모(시민), 교사가 함께 했던 공론화 현장에서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빠른 합 의가 이루어지는 지점을 발견했다. ‘모든 학생’이라는 표현에는 소수의 개별 학생들도 포함되어 있으니 별도로 명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거론된 문장이 두 가지였는데, 첫째는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대학 입시 관련 의견서에 ‘대학 비진학 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이라는 표현은 중복된 부분이니 ‘모든 학생’으로만 표기하자는 것이었다. 둘째는 기초 학습 지원 방안에 대해 ‘학습이 느린 학생’이라고 포괄적으로 제시하면 충분하니 ‘경계선 지능, 난독, 난산, 다문화, 저소득층 학생’ 등을 자세히 열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참가자 대부분 두 문장에 모두 합리적이라고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것이 해당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발표한 토론자는 “교육 제도나 정책을 만들 때 일반적이지 않은 학생들은 ‘모든 학생’ 뒤에 가려져 그동안 이들을 위한 별도의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비진학 학생이라고 명시해야 그들을 위한 수업을 준비할 것이고, 학습이 느린 원인을 세부적으로 구분해 놓아야 유형별로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할 것이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는 그동안 모든 학생을 위한, 모든 학생이 삶의 주체가 되는 교육을 추구한다고 하면서 학생상(像)을 정해놓고 일반화한 것은 아닐까. 학생이 학교에 가는 이유는 공부하러 가는 것이고, 학생이라면 상급 학교로 진학하는 게 당연하고, 학습이 느린 이유는 공부를 안했거나 이해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던 건 아닌지.

 

 ‘대학입시 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단체가 10주년을 맞아 ‘대학은 당연하지 않으니까’라는 문장을 완성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대학은 당연하지 않으니까 대학 선발용 교육은 이제 그만’, ‘대학은 당연하지 않으니까 등록금 말고 청년 자금으로 폭 넓게 지원하기’, ‘대학은 당연하지 않으니까...’ 문장을 이어서 완성해 보면 좋겠다. 

 

 모든 학생 뒤에는 마이크를 잡을 기회도 없고 가려져서 보이지도 않는 ‘개별’ 학생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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