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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10월호/371호] 어린이·청소년 인권_학생회에 정치적 권리와 지위를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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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2-10-07 14:48 조회4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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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의 학생회는 상황이 아주 다르다. 비록 최근에는 대학교들 중에서도 투표율이 저조하거나 후보가 나오지 않아 몇 년째 비대위 체제인 곳도 많지만, 과거 민주화운동이 활발하던 시기부터 대학 학생회는 학생 사회의 정치적 총의를 모으고 이끌어가며 사회운동의 한 주축으로 대우받았다. 그 시기 이후에도 학생회들은 학생들이 더 가깝게 느끼는 학생 복지 사업을 활발하게 해왔다.

여전히 정치적 사안에 입장을 발표하는 연서명이나 각종 집회 현장에서 대학 학생회의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운동적 성격이 약해졌고 영향력과 규모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대학의 학생사회는 운동의 주체로서 또는 자치의 주체로서 명맥을 잇고 있다.

 

 하지만 초·중·고의 학생회는 어떠한가. 학교를 다니며 겪어본 바로는 이러한 주체로서 존중도 인정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나지 않게 학교 측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활동만이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고, 학생회 회의를 할 때면 안건들을 미리 교사들이 다 정해놓은 상태로 학생회 임원들은 사실상 거수기 역할만 하는 학교들이 많다. 사회운동의 주체는커녕, 학생회가 직접 계획을 세워서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개선하는 작은 사업 하나를 추진하기에도 마땅치가 않다.

 

 초·중·고 학생회가 이런 현실에 놓여 있는 이유는 첫째, 자치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회장 선거를 포함해 학생회를 꾸리고 운영하는 방식과 과정, 학생회 집행부나 의결기구가 결정하는 과정, 예산을 사용하는 과정 등이 학생회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이루어져야만 학생회가 ‘자치’를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학교에서는 학생회 운영에관한 규정도 모두 학교장이 결정하고, 심한 경우는 학생회장 후보의 선거 연설문도 교사가 사전 검열한다. 예산 사용이나 회의 안건 등도 교사들의 감독을 받거나 교사가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이유 두 번째는, 학생회는 물론 학교 안에서 학생들의 ‘정치’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회가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학생 사회를 활성화시키고, 학생들의 여론을 형성하고 행동을 조직하며, 학교 안팎에서 목소리 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학교가 학생의 언론·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제한하는 학칙을 가지고 있다.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는 곳도 적지 않다. 선거권·피선거권 제한 연령이 18세로 낮춰지는 등 최근 법제도에 큰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반영한다 해도 ‘18세 이상 학생만’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한 곳도 있는 등 학교 안 정치적 권리 보장은 요원하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지만, 초·중·고의 학생회 또한 대학 학생회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조직이다. 학생 자치를 실현하고, 학생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한 조직이며,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조직이기도 하다. 그러나 초·중·고 학생회의 경우에는 유독 교사의 지도를 받아야 하는,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연습 과정’ 정도로 여겨지기 일쑤다. 이는 마치 마을 자치나 노조 활동 등을 선거를 위한 연습이라고 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문제가 있다. 18세 선거권·피선거권 이후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청소년 참여권 정책은 바로 실생활에 가깝게 와닿는 학생 자치의 개혁 아닐까.

 

 나아가서는, 노조가 모여 만들어진 산별노조나 민주노총처럼 각 학생회를 연결하고 연대할 수 있는 지역/전국 단위 네트워크도 상상해본다. 그러면 개별 학교를 넘어 전국의 교육 정책에도 개입할 수 있고, 이제 곧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에도 학생 대표가 대표성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학생들의 입장에서 의견을 내는 것을 넘어 학생들을 조직하여 교육 당국의 인권 침해에 전면으로 맞설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동맹휴학이나 백지동맹까지도 주도할 수 있는 자주적인 학생회를 꿈꿔본다.

달랑베르 (청소년 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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