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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10월호/371호]미디어와 만나기_영화'헤어질 결심'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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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2-10-07 14:55 조회3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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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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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여자의 남자, 한 아이의 아빠, 조그마한 회사의 대표인 마흔여덟 꼰대의 시선.

 

 아내가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러 가자고 한다, 딸아이는 자기 스타일 아니라고 둘이 가란다. 나는 고마움에 따라 나선다. 함께 해줌에, 나를 끼워줌에 감사할 줄 아는 나니까. 영화를 보고 근처 선술집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옛 추억을 회상하며 한 잔.

영상미… 이건 모르겠다. 그냥 중경삼림과 화양연화의 왕가위, 양조위, 장만옥의 향수가 느껴진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주인공을 분해하며 두세 잔. 살인사건을 좋아하는 형사, 미결사건을 벽에 붙여놓고 매일 곱씹으며 불면증에 시달리는 형사, 연구원인 아내와 주말부부로 사는 남자, 음식도 잘하는 남자, 피의자 여성을 조사하다 정난 남자, 품위와 자부심이 뭉쳐있는 남자, 여자에게 정을 줘서 붕괴된 남자, 가족 간의 신뢰가 깨져 아내가떠난 남자, 떠나는 아내에게 아무 말도 못하는 남자, 정난 여자를 다시 찾아가지만 영원히 못 찾는 남자.

 재중교포 3세 여자, 아픈 엄마를 약으로 편하게 해줬다는 여자, 3개월 밀항선을 타는 여자, 매 맞는 아내, 돌봄 노동자, 소유욕 강하고 폭력적이고 산을 좋아하는 남편을 산에서 죽게 해준 여자, 정을 통한 남자를 힘들게 하려는 남편을 죽게 만드는 여자, 한 남자에게 영원히 기억에 남고자 스스로 사라지는 여자.

 

 배려를 생각하며 서너 잔.

사람이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좋아할 수는 있다. 하지만, 배려가 있어야 한다. 내가 조금 손해(허용 가능한 범위 안에서) 보더라도 그 사람을 위해 주는 것이 배려라고 배웠고, 그렇게 생활하며 쓴 잔을 삼킨 적도 많지만 덕분에 다리는 펴고 잠을 자고, 복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경험한다. 어찌 보면 요즘엔 이걸 팔불출이라 하는 지도 모르겠다. 나만을 위해 배려해야 잘 살고 잘 난놈이라 여겨지는 세상이 돼 버렸으니.

정안이 해준에게 “난 당신만 있으면 행복한데, 당신은 살인이랑 폭력도 같이 있어야 행복하잖아” 이 대사가 나에겐 제일 아프게 다가왔다.

 

먹먹함에 다섯 잔.

 마음으로 좋아할 수 없지만 영화는 참 잘 만들었다고 머리가 인정한다. 먹먹한 영화….팬데믹에, 전쟁에, 자본주의의 민낯 속에 먹먹한 대한민국. 현실이 더 영화 같은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 먹먹함은 청량하다.

 

초심을 생각하며 잔을 털자.

 아주 오래전 헤어질 결심을 한 후배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너 제수씨와 결혼하기 위해 프러포즈할 때 어땠어? 결혼식 신랑 입장 들어갈 때 어땠어? 초심을 돌이켜보고 한 번 더 생각해봐. 후배는 아직 헤어지지 않고 살고 있다. 내가 잘 살아왔다는 말은 아니다. 나 역시 한길로 가다 샛길로 빠져서 혼나고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헤어짐을 당하지 않도록 노력할 결심에 하이볼 한잔 추가.

“신랑 ○○○군은 신부 ○○○양을 아내로서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평생을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우리 때 결혼식에 꼭 등장하는 주례사였다. 나 역시 힘차게 “네”라고 했다. 난 희대의 사기꾼이다. 고마움보다 미안함이 크다. 고운 눈에 눈물 고이게 한 적이 많다. 어느덧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어가고 있다. 주름도 생기고, 하루하루 바둥바둥 살고, 그게 한 달이 되고 그게 일 년이 되더니 어느덧 23년이 지나간다.

‘헤어짐을 당하지 않도록 노력할 결심’에 아내 손을 꼭 잡고 집으로 향한다.

나기인 (서울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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