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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11월호/372호] 기획특집_학생인권조례 10년, 현황과 한계(6-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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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2-11-11 13:44 조회3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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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 10년, 현황과 한계

 

박종훈, 「학생인권조례 10년, 그 성과와 한계: 소위 ‘학생인권법’ 제정 논의에 부쳐」,

『인권연구』 4-2, 한국인권학회, 2021, 125~175쪽 발췌.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학생인권조례가 처음으로 제정된 지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그동안 총 7곳의 지방자치단체에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다. 그동안 학생인권조례는 행정적으로는 학생인권 기구의 설치, 체계적인 인권행정의 안착화, 권리구제로 인한 학생인권의 제도적 확인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사법적으로는 교육감에게 주어진 학생인권 사무 및 관련 기구 설치 권한에 대한 정당성과 학생에게 보장된 인권과 권리를 판결을 통해 재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에 학생인권조례의 제정 효과를 정량화해서 검증하려고 하였으나 눈에 띌 만한 큰 성과를 얻을 수 없었으며, 조례 제정 이후 학생 인권과 교권의 갈등 구조는 더욱 고착화되었고, 인권행정은 형식화되는 등 여러 한계에 부딪히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조례의 강제성 결여는 실제 학생인권조례의 실효성에 의문을 가져왔다.

 잠시 숨을 고르고 차분하게 돌아본다는 마음으로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을 보내는 동안, 학교의풍경도 그만큼 달라졌는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 때이다.

 

Ⅰ. 학생인권조례 제정 현황

1.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역

 현재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방자치단체는 경기도, 광주광역시, 서울특별시, 전라북도, 충청남도, 제주특별자치도, 인천광역시까지 총 7곳(이하 각 ‘경기’,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 ‘인천’으로 표기)이다. 각 지역별 학생인권조례의 제정 시기 및 주요 특이사항을 통해서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기, 광주, 서울, 전북으로 활발하게 이어지던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움직임이 그 이후부터 주춤하다가 최근에서야 다시 제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각 지역별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이 큰 틀에서는 유사하지만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셋째, 보통 권리를 보장하는 법규범은 뒤에 제정될수록 그 내용에 새로운 권리를 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데, 학생인권조례의 경우는 조금 다른 경향을 보였다. 예를 들어 제주의 경우처럼 논란이 되는 조항을 제외하거나, 인천처럼 ‘학생인권’이 아니라 ‘학교구성원 인권’을 담는 방향으로 조례가 제정되기도 하였다.

 

2.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지 못한 지역

 그 외 지역에서도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강원도, 경남, 부산, 세종, 울산 등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나 하지 못하고 있는 지역이다.

 구체적으로 경남의 경우에는 2008년부터 학생인권조례 제정 논의가 시작되었다. 2009년에는 경남교육연대를 중심으로 학생인권 실태조사를 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경남도교육위원회에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청원하였으나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청원안은 발의도 되지 않고 폐기되었다. 그러다 2012년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경남본부가 주축이 되어 학생인권조례를 주민발의 하였으나 부결되고 가장 최근 2019년 진보성향의 박종훈 교육감이 직접 도의회에 학생인권조례안을 제출했지만, 역시 교육위원회에서 찬성 3표, 반대 6표로 부결되었다.

 이는 2010년대에 이르러 전국적으로 소위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당선되어 학생인권에 대한 관심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조례까지 제정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자, 학생인권의 문제를 조례를 넘어 법률에서 다뤄야 할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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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Ⅱ. 학생인권조례가 부딪힌 한계

1. 학생인권조례 제정 효과의 입증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을 통한 효과를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 인권의 증진 정도를 수치화, 계량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고 나서 이로 인한 학교의 변화를 확인하고자 하는 연구가 다수 있었다. 그러나 이를 수치화해서 설명하려는 시도가 크게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학생인권조례제정 운동은 학생도 인간으로서 기본적 인권을 누려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하고, 그것으로 인한 정량적 효능 검증이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인권이나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학생인권조례에서 보장하고 있는 학생의 인권보호나 관련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먼저다. 그렇지 않고 정량화된 결과만 보고 학생인권조례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헌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근거를 들어 헌법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2. 학생인권과 교권의 갈등 구조 고착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학생인권 대 교권이라는 대립구도와 갈등은 시행 이후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실제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교권의 하락을 가져왔다는 실증적 근거와는 관계없이, 학생인권과 교권이 대립적 관계라고 이해하거나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인식하는 교사들이 다수 있음을 확인한 연구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우려스럽다. 일단 조례를 제정한다고 해서 학생에게 없었던 인권이 새롭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인권조례의 취지는 그동안 인권의 주체로서 학교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던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학생의 인권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보호하는 데 있다.

 

3. 인권행정의 형식화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인하여 인권교육이 의무화되고 교육청에 인권사무가 정착되었다고 언급하였다. 그런데 제도적 정착화가 곧 제대로 된 운영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각 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의 구체적 운영 현황을 보면,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드는 점이 많다.

 현재 대부분의 학생인권조례에서는 ‘학생인권에 관한 교육’을 하라고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학교에서 민감하게 생각하는 학생인권에 관한 내용보다는 일반적인 인권에대한 교육으로 갈음하고 있다는 점이다.

 

4. 조례의 강제성 결여

 학생인권조례의 구성을 보면 크게 학생의 권리조항과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체계 마련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에서 이 권리조항을 어겼다고 하더라도 큰 제재 수단이 없다는 데 있다. 법률에 비해 조례가 가진 강제력의 한계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학교에서 정하는 학칙도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에 위배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심지어 학생인권조례를 근거 규범으로 삼아 정책을 수립한 교육청에서도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실제 정책 집행에서는 난색을 표한다. 그 사이에 여전히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학칙에 대한 논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고통받는 것은 학생들이다.

 

Ⅲ. 학생인권조례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제언

1. 학교 단위의 실천

(1)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으로 학생인권조례 실천

 많은 학교에서 인권교육을 하고는 있으나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거나, 특히 학생의 인권에 대한 교육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교에서 인권교육을 필수가 아닌 교양의 영역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 교육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하는 것이다. 인권교육의 내용은 보편적인 인권의 내용만 가르쳐서는 안 되고 학생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인식하고 그 선을 고민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2) 학교 내 인권 문제 해결 역량 마련

 과거 획일화된 시절과는 달리 학교마다 인권 침해의 양상에도 점차 차별화가 생기면서교육청의 일괄적인 지시만으로 학생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므로 기존의 위에서 아래로의 통제 방식을 넘어서서 학교 안에서 직접 인권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학교 차원의 ‘학교 인권위원회’를 운영하는 등의 방법으로 구성원 스스로 학교 내 인권 침해 문제를 발견하고 시정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이다.

 

2. 교육청 및 지방자치단체 단위의 실천

(1) 학생인권옹호관 제도의 독립성 보장 및 옴부즈퍼슨 기능 강화

 학생인권옹호관 제도를 두고 있는 대부분의 조례에서 두고 있는 조항이 있다. 바로 학생인권옹호관의 독립성 보장이다. 그런데 교육청에서 학생인권옹호관과 같은 인권 기구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인권 보장 기구의 애매한 정체성 때문이다. 현재 서울교육청을 비롯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대부분의 교육청이 학생인권 보장기구를 두고는 있지만, 별도의 인권 감시 기구가 아니라 인권 실무 기구로 운용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학생의 체벌이 신고되면 학생인권옹호관이 직접 그 체벌 사안을 처리하는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2) 학생인권조례의 실질적 구속력 강화

 현행 학생인권조례는 별도의 벌칙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즉 학교가 학생인권조례를 위반할 경우 교육감은 학교나 소속 공무원에 대한 일반적인 소속 지도 감독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투표로 선출되는 선출직 교육감의 입장에서 폭력 등 확실한 위법 사항을 제외한 학생인권조례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학교에 직접적인 조치를 취하는 게 부담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변화가 없다면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은 학생들에게 의미없는 신호만을 줄 뿐이다.

 

3. 국가 단위의 실천

(1) 학생인권교육의 교육과정 체계화

 ‘학생인권에 관한 교육’이라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추상적이고, 촘촘한 교육과정의 문제상 교육의 횟수를 늘리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단순히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을 알려준다고 해서 그것을 학생인권에 관한 교육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인권교육의 상당수가 외부 강사나 인터넷/동영상 강의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 또한 결국 창의적 체험학습과 같은 비교과 수업에서의 이벤트로 인권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1회성 이벤트 교육으로는 자신-타인-공동체의 인권을 함께 고민하고 돌볼 역량을 키울 수 없다. 그러므로 비단 사회교과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범교과적으로 교육과정 내에서 체계적인 인권교육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2) 법률 차원의 학생인권 보장

 학생인권조례는 근본적으로 조례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또한 각 지역마다 조례가 따로 만들어지면서 반대 목소리에 따라 그 내용은 크게 달라지기도 했다. 인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로서 보편성을 가지는데, 학생의 보편적인 인권이 그 반대의 정도에 따라서 각 지역마다 차등을 가진다는 것은 큰 모순이다. 또한 위에서 언급된 학생인권 보장체제의 개편, 학생인권교육의 보장과 교육과정 내 체계화, 학교 내 인권기구 설립 등은 단순히 조례의 제정만으로는 분명한 한계를 지닌다.

박종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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