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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2,3월호/375호] 미디어와 만나기_잃어버린 영혼을 찾으러 떠나요(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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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3-03-07 15:42 조회2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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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영혼을 찾으러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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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옆에 책이 한 권 있어 집어 들었더니 딸아이가 보고는 재미 있다네요. 뜻밖에 생긴 사고로 몸에서 쫓겨난 두 아이 영혼, 몸이 돌아오기를 거부한다네요. 청소년 성장 소설이려나 싶어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뻔한 이야기쯤으로 여겼죠.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뻔하지 않네요. 어느 순간 주인공 한수리가 나였어요. 또 다른 주인공 은류가 사는 모습 속에 내가 보여요. 화들짝 놀랐습니다. 언젠가 집사람이 내게 한심하다는 듯 ‘정신 차려’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때 느꼈던 자괴감, 나를 부정하는 느낌이 다시 찾아오더라구요. 어릴 적 봄에 앓은 홍역이 생각났고 몸살에 시달렸네요. 번 아웃 증후군으로 서너 해 시달리기도 했고 좀 나아지는 듯하다가도 또 일 속에 빠져버려 헤어나오지 못하는 일상. 정말 정신 없이 사네요. 내게도 영혼이 떠난 걸까요.

 

몸에 영혼이 없으면 살아있기나 한 걸까요. 다행히 주인공 한수리와 은류에게는 몸으로 다시 돌아갈 시간 주어졌어요. 딱 일주일. 한수리는 공부도 잘 하고 놀기도 잘 놀아 두루두루 완벽한 엄친딸이 되고 싶어 해요. 노는 시간을 만회하려고 밤새 책을 파느라 녹초가 돼서는 ‘반쯤 풀린 눈으로 간신히 등교하는 주제에’ ‘여유로운 척, 밝은 척’ 풍경 사진에 감상적인 글을 SNS에 올리죠. ‘공부를 안 한 척, 그럼에도 좋은 점수를 받는 척 연기’를 하며 ‘그 연극을 위해 몇 배 더 노력’하는 아이죠. ‘스스로에게 충실하’고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운 딸’, ‘친구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으며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철저’해요 그랬던 수리가, 몸만 남은 수리가 국어 수행 평가를 잊는 바람에 인터넷을 뒤져 짜깁기하는 모습에 영혼 수리는 절망을 느낍니다. ‘남의 글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도둑질’하는 ‘뻔뻔한’ 몸 수리를 막을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릅니다. 하지만 ‘너는 지금까지 네가 쌓아 온 이미지를 육체가 허물어뜨릴까 봐 이러는 거야? 네 육체가 옳지 못한 짓을 해서 막으려 한 게 아니라?’며 추궁하는 선령 말에 수리 마음에 틈이 생깁니다. 수리는 자신에게 엄격한 나머지 주변 평가와 이미지를 지키려고 몸을 한계까지 몰아간 것일까요. 그래서 몸이 영혼을 거부한 것일까요.

 

은류는 시한부 ‘동생과 살다 보니’ ‘철이 일찍’ 들었습니다. ‘엄마를 울리지 않’고 ‘아빠를 한숨짓게 하지 않’으려 애씁니다. ‘착하게 살아야 동생이 낫는다는 엄마의 마음을’ 지키려고 조용히 사는 아이, 다른 사람 부탁을 싫다고 못하는 아이, ‘자신을 늘 변두리로 밀어내고, 무리에서 언제 배척당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아이입니다. 할머니에게 맡겨질까 봐 ‘양보하고 인내’합니다. 그래야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영혼 류는 ‘창문 너머’ ‘너무 익숙해서 생경한 류가’ 수업을 듣고 있는 얼굴 표정과 뒷모습을 보며 자기 내면을 들여다 봅니다. 아픈 동생을 잘 보살피고 의젓하게 살라며 어른들이 덕담에 담아 얹어 준 ‘추’가 무거웠나 봅니다. ‘나와 완이에게 똑같은 말을 해 주기를 바랐다. 완이에겐 말썽부리지 마라, 나에겐 건강하고 무탈하게 지내라 말해 줬으면 했다.

 

완이가 일곱 살이었을 때 나는 고작 아홉 살에 불과했다.’(81쪽) 얼마나 힘들면 ‘내 모습을 실시간으로 봐야 하는, 끔찍한 형벌’로 느껴졌을까요. ‘인간은 한 손에는 문제, 다른 한 손에는 해답을 들고 있’지만 ‘문제가 뭔지도’ 몰라서 ‘답’을 못 찾는다네요. 수리와 류는 어떤 답을 들고 자기 몸으로 돌아갈까요. 어리디 어린 수리와 류가 오히려 나를 다독거리며 내 안으로 들어와 깊이 숨어 버린 영혼을 어루만져 주네요.

 

심주호 (홍보출판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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