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마당

학부모신문 돋보기

Home > 자료마당 > 학부모신문 돋보기

[23년 5월호/377호] 교육현장이야기_전남 용방초등학교 - No.1이 아닌 Only 1, 세상에 없던 학교를 꿈꾼다!(2-…

페이지 정보

본부사무처 작성일23-05-10 10:59 조회175회 댓글0건

본문

전남 용방초등학교 - No.1이 아닌 Only 1, 세상에 없던 학교를 꿈꾼다!

 

2.png

 

저마다의 빛깔이 어울려 참 삶을 가꾸는 용방초등학교 

학생들은 지리산과 섬진강의 품에서 자신을 드러 내고 어울림을 배워나간다. 우리 고장의 자연과 사람에게서 일어난 배움은, 자기 삶의 주인으로 당당히 서서 주변과 조화를 이뤄가며 민주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 것이다. 섬진강은 사람들과 가장 가까이에 서 온갖 동식물들과 함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흐르는 강으로, 생명 있는 것들이 삶을 풍요롭게 일궈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어머니의 젖줄이다. 

지리산은 산봉우리가 첩첩이 겹쳐지고, 아흔아홉 골짜기들이 어우러지는 깊고 넓은 산이다. 서로를 품어주고 키워주며,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자연은, 우리에게 참 삶을 가르치는 소중한 선물이다. 

각기 다른 곳에서 생활하던 아이들이 섬진강의 조화로움과 지리산의 넉넉함으로 두 발 굳게 딛고, 만나고, 도전하고, 교감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어울릴 줄 아는 삶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너그러운 자연의 품에서 구례 마을의 아이들로 더 크게 성장할 것이다. 

 

학교,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곳 

분주한 아침, 한 대의 자동차에서 두 아이가 내리면 엄마는 한참 본관에 걸린 국기를 바라보다 다시 차에 오른다. 이역만리 어머니 나라를 떠나 가정을 이뤄 살고 있지만 한시도 잊은 적 없는 모국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그 마음을 알아준 학교에 대한 고마움 아니었을까? 학교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모두에게 따뜻한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종교, 국적, 성별, 이념 등 모든 차이에 앞서야 하며 교육과정으로 실행해야 한다. 

우리 학교에는 필리핀, 캄보디아, 베트남 국기가 태극기와 함께 사이좋게 걸려있다. 짐작한 대로 우리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어머니 나라 국기들이다. 해당 다섯 가정의 동의를 얻어 여러 나라의 국기를 게양한 이유는 분명하다. 학교에 들어서면 누구나 저 마다의 빛깔로 빛나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우리 학교의 교육 비전은 ‘저마다의 빛깔이 어울려 참삶을 가꾸는 용방’이다. 한동안은 ‘어울려 참삶을 가꾸는’에 방점이 찍혔다면 지금은 ‘저마다의 빛깔’에 집중하고 있다. 

건강한 공동체는 건강한 개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가 내건 비전과 목표에 도달하 지 못할지라도, 우리는 이곳에서 더 나아진 사람이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가 비단 아이들만 성장시키는 곳이 아니라 그곳에 함께 있는 나를 포함한 어른들도 성장해야 한다. 

 

용방 자전거 마라톤을 마치고 

2021년 제7회 용방 자전거 마라톤은 잊을 수 없다. 1학년 ◯만이는 마라톤 도전 일주일 전까지도 자전거를 제대로 타지 못했다. 담임 선생님의 특별지도는 스파르타식이어서 운동장에서 수없이 넘어지는 장면이 반복되었지만 좀처럼 실력은 늘지 않았다. 성질 급한 짱구쌤이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소리만 고래고래 지르는 밑천만 드러낼 뿐이었다. 전원 도전, 전원 성공을 모토로 7년째 이어지는 우리 학교 자전거 마라톤이 위기에 처해졌고 긴급회의가 열렸다. ◯만이를 위해 교감 선생님이 일대일로 붙어서 10km 자전거도로 대신 운동장을 돌기로 했다. 자전거 마라톤은 10, 20, 30, 40, 50km 코스로 나눠지는데 자기 실력껏 목표를 정하고 도전을 하는 방식이다. 

섬진강을 따라 지리산을 바라보며 달리는 코스는 환상, 그 자체이다. 그런데 자전거 도로는 강가 제방으로 이어져서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하면 위험하기도 하고 완주도 어렵다. 일주일을 앞두고 비상 대책은 세웠지만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던 차에 마침내 ◯만이가 자전거를 제대로 타는 기적이 일어났다. 여느 때처럼 스파르타 담임 선생님의 호령이 한창인 가운데 넘어지지 않고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모습이 교장실에서 포착되었다. 돌고래 소리를 방불케하는 담임 선생님의 환호성이 들리고, 오래 전부터 탔던 아이처럼 천연덕스럽게 자전거를 굴리는 모습이란. 

◯만이는 10km를 거뜬히 탔고 완주 메달을 걸고 하루 종일 으쓱했다. 자전거 타기가 세상을 조금은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내 힘으로 세상을 밀고 나갈 연습이다. 에너지를 아끼고 지리산과 섬진강을 자세히 보고 느끼며 친구들과 협력하며 타는 자전거가 이곳 용방에서 9년째 계속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도 1학년 아이들은 이른 아침 안개를 뚫고 마이카를 몰고 운동장을 가로지른다. 

 

시래기와 수세미가 걸려있는 학교 

수돗가 “어린 사람들을 가르치는 건 처음이었어요. 3학년분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한다는 것도 잘 몰랐어요.” 칩코는 시종일관 아이들에 대해 경어를 사용했고, 웃음은 떠나지 않았다. 칩코는 작년 우리 학교에서 생태 텃밭 교육을 담당해 주신 청년 농부 선생님이다. “우당탕탕 텃밭교실” [2022년 생태 텃밭 교육 공유회]라는 낯선 행사에 참석했다. 방중이라 땡땡이를 치고도 싶었지만 3학년 선생님은 이런 마음을 꿰뚫어 본 듯 잊을만하면 오 늘의 행사를 상기시켜주었다. “많은 분들이 참석했으면 좋겠어요.” “아가씨 대기 중”이라는 대담한 네온사인이 걸린 가요주점 2층 작은 도서관에는 교사, 학부모, 지역민, 생태 텃밭 활동가, 아이들 등 30명이 넘게 모였고 온라인 중계도 했다. 

동근과 상글, 이 보기 좋은 부부는 오늘 행사의 주최자이다. 농부로만 보았던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겼지만 그것도 잘 어울렸다. 1년 동안 구례 지역 3개 초등학교에서 펼친 생태 텃밭 교육을 사진과 함께 설명해 주었다. 남원, 순천 등지에서 지내다가 구례에 정착하며 시작한 청년 농부들의 텃밭교육 이야기는 깊이와 폭을 두루 갖춰, 보는 내내 따뜻한 마음이 가득 했다. “저희는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그 말이 허언이 아님을 준비, 실행, 평가의 치열함으로 보여주었다. 

칩코, 앞서 존댓말이 생활인 착한 선생님이다. 그가 예상치 못한 일은 겸손했고 자기 성찰적이어서 올해 충분한 성공을 예상할 수 있었다. 칩코가 남원에서 살던 때, 공동체를 이룬 동지들과 놀고, 먹고, 살아간 이야기는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것들이어서 부럽고도 부러웠다. 

2-1.png

이탈리아인 들의 3대 모토 Cantare(노래하고), Manzare(먹고), Amore(사랑하고) 를 이미 실현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남은 삶은 이렇게 살고 싶다. “아이들은 칩코 샘이 자신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 알고 있어요.” 윤숙 샘의 말이 꼬쟁이다. 

현경, 처음 본 활동가지만 인상 깊었다. 자급, 교육, 기후행동, 출판. 그가 자신을 설명하는 키워드인데 자급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이 먹을 것을 생산할 수 있어야 자급할 수 있다는 말이다. [순례 주택]에서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 줄 아니? 자기 힘으로 살아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순례씨의 말처럼 나이와 상관없이 자립하려고 애쓰는 사람이 어른이다. 가끔 누구 뒤에 숨으려고 하는 어린 나를 발견하곤 한다. 현경은 이미 자립하고 있는 듯했다. 제일 인상 깊은 것은 출판이다. 그는 이번 생태 텃밭 교육을 온전히 기록한 책을 출판했다.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것이며, 기록은 늘 옳다고 생각하는 나의 모토와도 닿아있다. 

관사로 돌아와 그의 기록을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읽었다. 청년 농부들이 우리 아이들과 펼칠 2023년을 신뢰한다. 청년 농부들과 아이들의 텃밭 활동 결과가 시래기와 수세미로 한동안 우리 학교 수돗가에 걸려있었다. 그 어떤 성과 결과물보다 믿음직했고 흐뭇 했다. 공유회에서 30년 경력의 여성 농민회 활동가는 서툰 농부에게 질 좋은 부엽토를 안내했고, 학부모와 교사들은 그들의 도전에 참여와 응원으로 힘을 보탰다. 

우리 학교는 생태학교를 꿈꾼다. 지리산과 섬진강에 기댄 배움터가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믿었다. 오래 전부터 작은 실천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우유를 포함한 각종 팩들의 분리수거와 화장지 교체를 10년째 하고 있고, 빗물 저금통을 두 곳 운영하고, 유기농 텃밭을 청년 농부들과 가꾸고, 학교에서는 일체의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시골 학교 기간제 교장, 짱구 쌤의 일

“저는 비정규직 기간제 교장입니다!”, “와!” 함께 자리한 교장 선생님들의 환호가 뜻밖이었다. 정규직 교장의 안도였는지, 제 위치를 알고 있는 이에 대한 위로였는지는 알 수 없다. 나는 구례 시골학교에서 일하는 3년 차 내부형 공모 교장이다. 교감을 거치지 않고 공모 절차를 통해 교사에서 곧 바로 교장이 된 이른바 ‘무자격 교장’ 이다. ‘내부형 공모 교장’은 기존의 승진 체제(교사-교감-교장)의 변화를 위해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사에게도 교장에 공모할 기회를 주는 제도로, 학교 현장의 호응과 비판을 동시에 받으며 10여 년째 시행되고 있다. 새로운 리더십 구축을 통해 민주적인 학교 문화 형성에 기여했다는 평가와 함께 ‘ 무자격 교장의 양산’, ‘승진 구조의 와 해’, ‘특정 교원단체의 전유물’ 등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전남은 전체 학교의 2% 정도 시행되고 있다. “왜? 오늘 표정이 안 좋네. 숙제 안 했니? 걱정하지 마, 선생님이 설마 어떻게 하겠냐? 그리고 급식이 마라탕이야!” 아침 교문 맞이, 기간제 교장이 하루 일을 시작한다. 첫 통학차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클래식 FM 라디오가 나오는 블루투스 스피커를 켜고 교문에서 아이들을 기다린다. 요즘 같은 칼바람의 겨울맞이를 하기 위해서는 눈만 빼꼼한 중무장에 쉼 없이 걷기를 반복하며 체온을 올리는 게 상책이다. 아이들 70여 명이 다 등 교할 때까지 손바닥을 마주치며 매일 아침맞이를 하는 것은, 학교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즐거운 곳이어야 한다는 오랜 바람의 실천이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교장을 ‘짱구 쌤’이라 부른다. 그렇게 부르면 교장의 권위는 사라지고 아이들은 버릇없어질 거라는 어른들의 기우는 접어야 한다. 아이들은 누구보다 사리 분별을 잘한다. 이름과 외모에서 나온 ‘짱구 쌤’ 별명은 아이들과 거리를 가깝게 하는 마법의 힘이 있다. 2교시가 끝나면 ‘누구나 교장실’에서 예약한 아이들과 우아하게 차를 마신다. 남자친구, 케이팝, 수업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지는 동안 난 그냥 차를 대접하며 웃어주면 된다. “짱구 쌤, 오늘은 무슨 차에요. 김칫국물 맛이 나네요.”, “보이차야.”, “그럼 남자만 먹어요?” 

일주일에 네 시간 정도 수업을 한다. 30년간 해오던 일이 수업이었으니 멈출 이유는 없었다. 교과와 시간을 담임선생님과 협의하고 체육, 국어, 실과, 창체 등 다양한 수업을 진 행한다. 놀이, 실내화 빨기, 서시천 산책하기, 그림책 읽어주기, 자전거 타기 등 재미와 의미를 주고 싶은 수업 들이다. 

지난해 가을에는 우리 학교 의 대표 교육활동 중 하나인 <섬진강 자전거 마라톤>에서 1학년 아이들의 완주를 지도했다. 아이들과 달리면서 맞은 강바람의 시원함이 지금도 선명하다. 수업을 통해 내가 배우며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다. 본연의 역할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교장의 수업 참여는 여러 면에서 좋은 점이 많다. 정기적인 수업을 통해 교실과 학생들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기고, 교사들의 어려움도 잊지 않게 된다. 제주도 그림책 작가 니카는 “해녀는 페미니스트다. 그것을 증명할 필요도 없다. 그들은 누구보다 강인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짱구 쌤은 이렇게 말 하고 싶다. “교사는 휴머니스트다. 그들은 아이들의 오늘과 내일을 믿는다. 그것은 증명할 필요가 없다.” 

사실 교사 시절, 나는 내가 휴머니스트라는 사실을 증명하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다. 교장이 교실의 교육력을 믿고 전적으로 지원하면 아이들과 교사는 배움과 열정으로 화답한다. 책 임을 지거나 결단이 필요할 때는 계 급장 뒤에 숨지 않아야 하고, 함께 지혜를 모을 때는 그것을 떼고 치열해야 한다. 학교 안에 존재하는 모든 어른은 선생님이다. 아이들에게 수업하는 교사뿐 아니라 교무실과 행정실, 급식과 안전을 담당하는 모든 교직원은 다 선생님이다. 그래서 우리는 성장하는 일을 멈출 수 없다. 모든 교직원과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만들어 학교 건축, 생태 교육을 공부하며 함께 성장해 나간다. 정기적인 수업 공개(나눔)를 통해 자기 수업과 교실을 열고, 교사의 교수법 너머 아이들의 배움을 이야기한다. 교장은 꼼꼼하게 아이들 을 관찰하여 어려운 부분을 지원하면 된다. 우리가 세운 목표를 다 이룰 수 없다고 해도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은 될 수 있다. 

운동장 너머에 노고단이 보이고 울타리를 따라 섬진강 지류인 서시천이 흐르는 아름다운 학교에서 근무하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2년 후에는 그 풍경에 딱 어울리는 세상에 하나뿐인 학교가 다시 지어진다. 긴 복도와 사각형 교실에서 벗어나 천창과 거실, 툇마루가 있는 목조 지붕, 집만큼 편안하고 아늑한 새로운 학교다. 지난 30년 간 교사로 살면서 꿈꿨던 학교 건축에 대한 바람을 남김없이 동료들과 나눈 결과이다. 지난 2년간 모든 용방 가족들이 머리를 맞대고 설계를 함께했다. 어떤 뛰어난 개인도 집단지성을 넘어설 수는 없다. 

10년 전, 17명으로 폐교 위기에서 지금에 이르렀듯, 학교는 소멸의 위기를 넘어 섬진강을 달리는 용방 자전거 마라톤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훌륭한 교사가 훌륭한 교장이 된다 고 믿는다. 여러 평가 속에서도 교사에게 공모 교장의 기회를 주는 제도가 존속돼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이다. 리더십은 자격증으로 부여되기도 하지만, 그것에만 기대기엔 학교와 지역이 몹시 위태롭다. 우리는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No.1이 아닌 Only 1 

우리나라를 찾는 건축가들에게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을 조사하면 매번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는 공간이 있다. 경복궁도, 석굴암도 아닌 종묘.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제례 공간이기 때문이다. 단순하면서도 엄숙한 종묘의 정전 앞에 서면 누구도 옷매무시를 가지런히 하게 된다. 고유의 장소성이다. 17명 폐교 위기의 학교는 열정과 선의를 가진 교사와 학부모의 협력으로 학교 혁신을 거듭해 오늘에 이르렀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온전히 담은 교육 과정, 저마다의 색깔을 빛내주는 학교문화, 즐거운 배움과 쉼이 가능한 공간혁신은 우리 학교의 자랑이다. 그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용방 교육 가족들의 배움은 오래 이어져 세상에 하나뿐인 학교가 되어간다. 그곳 지리 산 자락에 150년 넘은 팽나무와 함께 용방초가 있다. 

3.png

 

이장규 (용방초 교장)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