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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7월호/379호] 정책_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2028 대입, 상상해 보기(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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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3-07-10 14:55 조회1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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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2028 대입, 상상해 보기¹

 

1. 수능 킬러문항 논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수능 킬러문항으로 인해 온 나라가 시끄럽다. 교육과정 내에서 문제가 출제되어야 하고, 사교육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풀 수 있어야 한다. 당연한 출제의 원리가 그동안 변별력을 이유로 묵인된 것도 사실이다. 킬러 문항은 통상 정답률이 한 자릿수 정도에 그치며, 2가지 이상의 성취 기준이 결합되어 있으며, 다른 문항에 비해 문제 풀이 시간이 상당히 많이 소요된다. 이러한 킬러문항은 사실 최상위권 학생에게 관심사이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고난도 문제보다는 다른 문항에 시간을 많이 쓰는 것이 입시 전략상 더욱 현명할지 모른다. 아무튼, 킬러문항이 사교육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본다면, 정의 내지는 공정의 관점에서 마땅히 개선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수능에 관한 여러 문제를 묵인하였고, 오히려 정시 확대를 추진하였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수능 개선에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면서, 사실 여러 복잡한 마음이 든다. 한때 외국어고등학교 입시가 많은 비판을 받았었다. 예컨대, 토익, 토플, 텝스 등 공인 영어점수를 외고 입학과정에서 요구했었는데, 이는 공교육과 별개의 과정이었기에 사교육 의존도가 높았고, 정의롭지 않은 입시라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 외고 입학전형은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는데, 그러한 결정적인 개선은 노무현 정부가 아닌 이명박 정부에서 이루어졌다. 기시감이 드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수능 킬러문항의 불합리성을 개선하겠다는 현 정부의 원칙과 방향에 동의를 하면서도, 아쉬운 마음도 든다. 전투도 중요하지만, 전쟁은 더욱 중요하다. 전투가 올해의 수능 개선이라면, 전쟁은 2028 대입안이다. 2022 개정교육과정 개편으로 인해 대입 전형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 2022 개정교육과정의 핵심은 고교학점제이다. 고교학점제의 가치와 철학이 2022 개정교육과정에 담겨져 있다면, 대입 전형 역시 함께 바뀌어야 한다. 당장의 킬러문항 개선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문제는 2028 대입안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이다. 

 

2. 고려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고교학점제는 단일 정책이 아니다. 책임교육, 진로, 학생 주도성, 선택권 보장, 다양성 등의 가치를 담고 있다. 출석 일수만으로 졸업을 허용하는 양적 체제에서 성취 기준을 중심으로 졸업 여부를 판단하는 질적 체제로 전환을 도모한다. 일회성 체험 활동 위주로 구성된 진로교육이 아니라 교육과정과 수업을 통해서 자아 발견과 역량 개발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일방적으로 주어진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자신의 흥미, 관심, 진로, 수준을 고려하여 과목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각 고등학교는 교육과정을 특화함으로써 학교마다 고유한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과정 속에서 학생 주도성이 발현된다. 

 

하지만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고교학점제의 어려움은 복잡한 정책 속성에 있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체제, 대입, 교원 수급, 학교시설 등과 연동된다.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기-승-전-대입으로 보면, 결국 입시경쟁의 상황으로 인해 고교학점제 역시 취지와 달리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자유학기제도 취지는 좋았지만, 일정한 왜곡 현상을 겪다가 점차 축소되는 길을 걷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고교학점제와 대학전형을 유기적으로 잘 설계해야 한다. 

 

3. 대입 개선의 가능성은 없는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인원은 2000년에 89만 8천 명에 이르렀으나 2023 수능 응시자는 44만 8천여 명으로 떨어졌다. 대교협이 발표한 2025년 대학 모집인원은 34만 844명이며, 2025학년도 입학전형 기준으로 본 전문대 전체 모집인원은 16만 3,473명에 달한다. 지원자 수보다 대학 선발인원이 훨씬 상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각 대학교는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속적인 학령인구가 감소되는 현실은 압축적 근대화의 과정에서 상대 경쟁을 바탕으로 변별의 기능을 중시했던 교육의 문법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평가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 즉,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결과중심 평가에서 과정중심 평가로, 정량 중심에서 정성 중심으로, 서열화 목적에서 피드백 중심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각 대학의 상황은 어떠한가? 수능 중심의 전형으로 들어 온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을 위해 대학을 자퇴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어떤 인재를 뽑아야 하는가에 관한 대학의 고민도 깊어진다. 향후, 수능 위주의 전형이라고 해도, 생활기록부의 정량 내지는 정성 요소를 고려함으로써 고3 학생들의 공교육 이탈을 막고, 동시에 대학의 전공에 대한 관심 정도를 깊게 살펴보려는 대학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25학년도 대입전형부터는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대학별로 자율적으로 반영한다. 성적은 중요한 대입 전형의 고려요소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대학이나 학과의 지속 발전가능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고교 교육과 대학을 연계하려는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4. 대입 설계의 원리와 방향은 무엇인가?

첫째, 연계의 원리이다. 고교학점제와 대입 전형의 지향점은 서로 연계 또는 일치해야 한다. 동시에, 교육과정의 철학과 지향점이 수업으로, 평가로, 기록으로 이어져야 한다. 

둘째, 성찰의 원리이다. 기존 대입 전형이 지닌 각각의 성과와 한계를 인정하면서 강점은 살리고, 단점을 최소화해야 한다. 

째, 공정성 재해석의 원리이다. 공정성이 곧 수능 확대는 아니다. 5지 선다형에 대한민국 교육을 가둘 수는 없다. 수능 역시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학생마다 강점이 있다. 그동안 수능이 대입전형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보완 내지는 보조 기능으로 비중을 서서히 낮추어야 한다. 수능은 학생이 지닌 최소한의 학업 역량을 확인하는 장치이면 충분하다. 다양성의 가치 안에서 공정성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학생마다 강점을 보이는 영역이 각자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자율성의 보장 원리이다. 대학의 선발 철학을 바탕으로 대학에게 학생 선발의 권한과 자율성을 보장한다. 좋은 학생을 뽑아야 한다는 절박성을 대학은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공공성의 원리이다. 대학의 자율성 보장은 공공성이 보장되는 가치 안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부모의 계층 배경 효과를 최소화하면서, 공교육의 가치와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대입 제도를 설계한다. 

여섯째, 전문성의 원리이다. 대학의 선발 전문성과 학교의 평가 전문성을 인정해야 한다. 평가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내부의 노력과 함께, 다각도의 내·외부 검증 장치를 고안해야 한다. 전문성을 토대로 신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입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이러한 원리를 고려한다면, 우선 수학능력시험의 비중을 낮추어야 한다. 수능은 9등급 절대평가로 전환하며, 수능 반영교과는 1학년 때 배우는 공통교과를 중심으로 설정하면서 과목별로 일반선택과목을 영역별로 각각 한 과목 정도 추가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내신 절대평가를 도입하면서, 부풀리기 방지를 위하여 동점자 정보 등을 동시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 정성평가와 과정평가를 강화하면서, 수시와 정시 통합하여 새롭게 대입을 재구조화해야 한다. 그 첫걸음으로 정부는 정시 40%를 일률적으로 강제하지 않아야 한다. 대학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30년 된 수능은 더 이상 교육의 절대반지가 될 수 없다. 그것을 내려놓을 때 새로운 길이 보인다. 2028 대입안이 곧 발표가 되면 10년 정도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 사회와 미래교육을 말하면서, 대입 제도는 왜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는 것인가? 새로운 대입체제를 상상하고, 연구하고, 설계해야 한다. 지금이 대입 제도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적기이다.  

 

정리 :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

 

1) 2023년 6월 20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주관으로 열린 위풍당당 2028 대입포럼 컨퍼런스에서 발제한 원고의 일부를 재구성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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