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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7월호/379호] 어린이 · 청소년 인권_시험을 위한 공부는 잘못됐다(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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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3-07-10 15:28 조회1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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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위한 공부는 잘못됐다

 

시험이 며칠 남지 않았다. 대안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나는 한 학기에 한 번만 시험을 치지만, 일반 중학교를 다녔을 때 시험에 쫓기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시험 기간이 되면 모두가 약속한 듯 쉬는 시간, 점심시간 가릴 것 없이 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 아침에 집을 나와서 학교와 학원을 간 후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가는 것은 대한민국 학생들의 일상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시험을 치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지, 자신의 배움과 성장을 위해서 시험을 치는지 구분을 못할 정도로 한국 사회는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중 ·고등학교의  중간고사, 기말고사 하나가 내 인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데도, 학창시절 우리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이야기만 듣고 시험만 바라보며 살고 있다. 다수의 학생들은 시험을 치기 위해서 학교를 다니고, 그렇게 학교를 다니기 위해서 학원을 다니고 있다. 과열된 입시 속에서 숨 쉴 틈도 없이 공부를 하고 있고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선생님들 대부분 학생들에게 수능을 치기 위해서, 대학을 가기 위해서 학교를 다니고,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는 거라고 말한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이걸 왜 가르쳐 주는지, 왜 배워야 하는지, 어디에 사용하는지는 전혀 알지도 못한 채 그냥 가르쳐 주니까, 시험에 나온다고 하니까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고 있다. 우리가 학교를 다니고 시험을 치는 이유는 결국 수능이라는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고, 남들이 말하는 좋은 대학과 학과를 가기 위해서라고들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에 따라 차별을 받고 다른 기회가 주어지는 탓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셈이 되어 버렸다. 시험 성적에 따라 학교 선생님과 가족을 비롯한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와 대우가 달라진다. 결국 자신 의지와 상관없이 공부를 하고 학원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자신의 배움을 위해서 시험을 치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치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교육 시스템은 분명 고쳐야 할 점이다. 더불어 친구가 경쟁 상대가 되고 내 옆 자리 친구를 꺾고 이겨야 하는 사회 또한 바꾸어야 할 점이다. 

 

그렇다고 시험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배운 것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며, 모르는 것을 발견하여 다시 배울 수 있게 하는 수단이 된다. 사실 이것이 교육에서 시험의 본질이고 시험이 존재하는 이유다. 시험지 하나로 그 사람을, 그 사람의 인생을 평가할 순 없다. 어떤 사람이 특정 내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알아낼 수 있어도,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는 그 누구도, 그 어떤 수단도 평가할 수 없다.

 

어른들이 시켜서, 외우라고 해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공부를 하는 이유가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나 ‘다른 이가 시켜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하는 분명한 동기와 계기가 있고 이유가 있어야 한다. 과열된 입시, 교육, 사교육 시장은 발전이라고 할 수 없다. 자신의 의지로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며, 자신의 의지와 생각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라면 지금의 교육 시스템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백호영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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