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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8월호/380호] 사설_마녀사냥을 멈추고 교육 공동체를 회복하자(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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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3-08-09 14:21 조회1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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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을 멈추고 교육 공동체를 회복하자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에 조의를 표한다. 아직 진상규명이 끝나지 않았지만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자신이 일하던 일터에서 죽음을 결심하기까지 심정이 어땠을지 생각만 해도 너무나 안타깝다. 고인의 죽음 앞에 누구도 ‘내 탓이 아니야’라고 단언하긴 어려울 것이다. 부모, 동료, 제자, 선배, 후배의 마음으로 공감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고인의 죽음을 악용해 정치적 입지를 높이고, 단체의 이익을 강화하려 하는 비열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첫째날 서울시교육청 앞 추모 행사에서부터 감지되었다. 국기에 대한 경례로 기자회견을 시작한 어느 단체는 고인의 죽음을 학생 인권과 진보 교육감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렇게 화살은 처음부터 엉뚱한 상대를 겨눴고 결국 버릇없는 학생들을 길러냈던 ‘학생 인권 조례’가 과녁이 되었다. 교육부와 일부 교육청, 여당 정치인들은 여기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게다가 7월 22일 쿠키뉴스 기사에는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최근 발생한 초등 교사의 극단적 선택은 학생 인권 조례가 빚은 교육 파탄의 단적인 예로 과거 종북주사파가 추진했던 대한민국 붕괴 시나리오의 일환”이라고 한 발언이 실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억지다. 

전국에서 학생 인권 조례가 있는 지역이 6곳(경기, 서울, 광주, 전북, 충남, 제주)이고 조례가 없는 지역이 11곳인데 교권이 붕괴된 이유가 학생 인권 조례 탓이라면 조례가 없는 대구, 경북, 세종 등은 교권이 신장되었나? 7월 25일 정의당 정책위원회가 발표한 ‘2017~2021년 5년 간 교사 100명당 평균 교육활동 침해 건수’에 따르면 학생 인권 조례가 있는 지역이 0.5건이고, 없는 지역이 0.54건이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학생 인권 조례 제정 이후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교권은 급격하게 추락하고 공교육이 붕괴되고 있다”는 주장은 명백히 틀렸다. 

 

더욱 우려되는 지점은 정치권의 갈라치기에 부화뇌동한 일부 교사들이 학부모를 일반화해 과도한 혐오를 쏟아내고 있는 부분이다. 초등학생들이 등교하는 학교 앞에 빽빽하게 들어선 근조 화환에 아이들의 트라우마를 걱정해 방학식까지 며칠만 자제해 달라 호소한 학부모가 교사들의 집단 공격에 ‘자기 아이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학부모’로 몰렸고,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죽은 공교육 앞에 선 교사 일동’이 내건 “학부모가 죽였다. 교육청도 공범이다. 너희들은 살인자다.”라는 문구는 언론에 그대로 공개됐다. 학부모에게 당한 갑질 사례를 모아 발표하는 교사 단체들과 이를 그대로 받아 쓰는 기자들을 보면 ‘학부모를 악마화해서 얻는 것이 무엇인지’ 답답하다. 사례를 모은다면 교사에 의한 학생의 피해 사례가 훨씬 많다. 하지만, 교사와 학부모의 반목은 아이들의 성장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듯이 학생인권조례를 손질하고, 아동학대 면책법안을 만들고, 교권 침해 조치를 생기부에 기재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방안까지 일사천리로 추진하는 교육부와 국회에 묻고 싶다. 당신들이 만들려는 학교는 어떤 곳인가? 그런 학교에 자녀와 손주를 보내고 싶은가?

이 사건의 화살은 교육 당국을 겨냥해야 하고 우리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 주민센터나 구청에도 심각한 민원인이 있지만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도록 방치하진 않는다. 독박 육아처럼 ‘독박 교실’을 만든 교육 현장을 개선하고, 코로나 3년이 남긴 학생, 교사, 학부모의 정서적·사회적 공백과 불신, 불통을 해소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 공동체가 나서서 함께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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