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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시민 바보 취급하는 방송사업자들 201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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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5-12-15 16:50 조회1,8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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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시민 바보 취급하는 방송사업자들

 

씨제이헬로비전 등 케이블방송(종합유선방송사업자)이 KBS2의 디지털 및 아날로그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케이블방송 이용자는 1월 16일 오후 3시부터 17일 오후 7시까지 28시간동안 KBS 2TV를 볼 수 없었다. 사업자간 분쟁에 의해 시민의 보편적 접근권이 봉쇄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시민의 권리 침해가 명백한만큼 재발 방지 조치, 분쟁 사업자 책임 추궁, 규제기구의 정책 개입에 대해 차분하고 엄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국가는 모든 시민이 접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을 통해 미디어 정보를 제공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아울러 미디어 주권자는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정보를 수집하고 취사선택할 수 있는 정보의 자유를 갖는다. 현행 방송법과 저작권법에 따르면 KBS1과 EBS를 의무재전송 채널로 지정하되 동시 중계방송 권리를 적용하지 않는다. 이를 제외한 다른 지상파방송사업자는 동시 중계방송 권리를 갖는다. 따라서 유료방송사업자가 허락을 받지 않고 지상파방송을 재전송할 수 없다. 한편 케이블방송은 지상파방송이 갖는 무료보편성의 특성과 난시청 해소 기여를 들어 재전송 대가를 요구해왔다. 이처럼 사업자간 각각의 권리를 둘러싼 분쟁과 협상의 여지는 얼마든지 열려 있다. 그러나 송출 중단 같은 실력 행사로 인해 이번처럼 시민의 정보 취득.향유의 자유가 침해되는 일은 두 번 다시 용인할 수 없다. 방통위 한 상임위원의 말대로 지난 해 11월 HD 송출 중단과는 질이 다르고 매우 악의적인 횡포인지라 응분의 책임이 따라야 한다.

 

방통위는 예고된 사업자간 분쟁을 효과적으로 조정하지 않았다. 지상파방송과 케이블방송은 지난 2007년부터 재송신 대가를 둘러싼 갈등을 빚어왔다. 2009년 11월 지상파방송은 재송신 금지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2010년 9월 지상파방송 저작권 인정, 지상파 동시 재전송 행위 금지를 골자로 한 판결이 났다. 방통위는 제도개선 전담반을 운영했지만 사실상 사업자간 협상을 수수방관하는 모습이었다. 2011년 11월28일 양 사업자간 협상이 결렬되자 케이블방송은 8일간 KBS2, MBC, SBS의 HD 방송 송출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방통위는 지상파의 간접강제 신청 때 보여준 태도와 마찬가지로 지상파를 설득한다는 이상의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케이블방송이 지상파방송 재송신 중단을 위해서는 주요시설 변경 승인과 약관 변경 신고가 필요한데, 방통위는 이를 불허함으로써 재송신 중단을 저지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케이블방송이 1년 이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감내하고 중단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고, 결국 과징금과 과태료 몇 푼으로 씨알이 먹히지 않는 현실과 조우하고 말았다. 종합편성채널 도입 등 정책 집행에서 보여준 속전속결의 특혜 개입과 비교할 때 기존 사업자간 분쟁에 대해서는 사업자끼리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의 극히 자유방임적 태도를 보여준 셈이다.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방송사업자와 케이블, 위성을 사용하는 유료방송사업자 사이 분쟁의 배경에는 방송의 직접 도달 범위의 문제 즉 직접수신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방통위는 유무료 방송사업자를 구분하지 않고 시장 논리를 설파하고 경쟁 부추기에 바쁜 지라 무료보편적 방송서비스를 위한 직접수신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 유료방송 이용자는 지상파방송을 잘 보기 위해 유료방송에 가입한다. 2011년 KISDI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료방송 이용자의 80.2%가 지상파방송 시청 가능 여부가 중요하다고 응답했고,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2.2%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지상파방송을 보기 위해 2중의 수신료 부담을 지면서 유료방송에 가입한다. KBS는 법원의 판결을 들어 케이블방송의 송출 중단에 비난을 퍼부었지만, 난시청 해소 등 직접수신을 확대하는 노력은 안 한다. MMS 등 무료보편적 방송서비스에 관한 KBS의 계획과 방통위의 정책은 동시에 실종됐다. 이런 와중에 시민을 볼모로 한 지상파방송사업자와 케이블방송사업자의 실력 행사가 벌어진 것이다. 100원이든 280원이든 잇속 대로 합의하더라도, 부디 사업자들은 재송신 대가의 원천이 시민의 수신료라는 점을 상기하는, 최소한의 염치는 갖추길 바란다.

 

 

2012년 1월 18일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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