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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종편 개국 1년과 차기 정부의 과제 201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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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5-12-16 14:19 조회1,7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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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종편 개국 1년과 차기 정부의 과제

 

종편이 개국 1년을 맞았다. 작년 이 맘 때 종편 4사는 개국을 기념하는 그들만의 잔치를 벌였다. 이 자리에는 박희태, 최시중을 비롯해 종편 도입의 주역들이 참석해 샴페인을 터뜨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영상을 통해 “종편 개국으로 방송 콘텐츠가 더 풍부해지고, 글로벌 미디어 그룹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축하메시지를 전했다. 같은 시각, 행사장 밖에선 언론노동자 1천여명이 겨울바람을 맞으며 종편 출범을 규탄하는 총파업 집회를 벌였다.

 

개국 1년을 맞은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예상은 했지만 종편의 연말 성적표가 너무 초라하다. 종편 4사는 글로벌 미디어그룹은커녕 국내 시장에서조차 외면을 당했다. 연평균 0.5%의 시청률은 종편이 처한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종편 4사는 올 상반기에만 총 1,200억원에 달하는 누적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고, 매출액 역시 예상치의 절반에 못 미쳤다. 지금까진 ‘죽을 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편 1년의 현주소는 정부 정책 실패의 결과다. 이명박 정부는 재벌기업과 보수신문의 방송진출을 골자로 하는 미디어법을 충분한 논의 없이 밀어붙였다. 국민 3분의 2가 반대하는 정책을 사회적 합의 없이 불법날치기로 처리해버렸다. 종편사업자 선정심사도 밀실에서 뚝딱 해치웠다. 합당한 의견을 무시하고 비판에 귀를 막으면 반드시 뒤탈이 나게 마련이다. 2010년 마지막 날, 최시중씨가 종편사업자로 무려 네 곳을 발표하는 순간 종편도입은 ‘정책’이 아니라 ‘정략’임이 입증됐고, 종편사업자에겐 ‘재앙’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당시 정부는 종편 도입으로 방송산업내 4천 5백개를 포함해 2만여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겨나고, 방송콘텐츠의 다양성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래서 미디어법을 ‘민생법안’이자 ‘개혁법안’이라 국민에게 설명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낸 자료에 따르면, 종편개국으로 생겨난 일자리는 2011년말 기준 931명에 불과하다. 종편 중 일부가 정리될 거라는 시장의 중론을 고려할 때 이마저도 매우 불안정한 고용상태로 봐야 할 것이다.

 

방송콘텐츠가 다양해졌다고 보기도 힘들다. 방통위 조사 결과, 종편 4사의 월평균 프로그램 제작 건수는 8건 정도에 불과했다. TV조선은 5.4건, 채널A는 6.2건에 그쳤다. 재방송 비율도 높다. 종편 4사의 재방송 비율은 50~60%에 달해 지상파의 3배 수준이다. 그나마 시선을 끈 프로그램도 유명작가의 드라마이거나 지상파 프로그램을 답습한 것으로 새로운 콘텐츠라 평가하기에 궁색하다. 애초 정부가 종편을 추진하며 국민에게 내세운 정책목표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종편방송사들은 시청자와의 약속을 어겼다. 최근 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종편 4사가 승인과정에서 제출한 사업계획의 이행률이 평균 40%도 안 된다고 발표했다. 고품격 콘텐츠와 공정한 보도로 시청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정치적 편향성은 아예 노골적이다. TV조선은 개국하자마자 박근혜 후보를 “형광등 100개를 켠 듯한 아우라”라고 추켜세워 편향성 시비를 빚었다. 한 종편은 “안철수의 단일화는 더러운 작당”이라는 발언을 뉴스 프로그램에서 내보냈다. 최근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는 채널A에 대해 “심의하는 것 자체에 회의감을 느낀다”는 말까지 나왔다. 성폭력 범죄 수법을 자세하게 재연‧묘사하거나 노출장면을 내보내고, 자살 소동을 생중계하는 등 선정성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당초에 공언한 고품격, 공정한 방송은 온데간데없다.

 

시청률 부진과 경영실적 악화 탓에 일각에서는 그대로 두면 종편이 제 풀에 정리될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안일한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우선, 개국 1년밖에 안 된 종편의 상업적 실패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최근 종편의 시청률이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고, 프로그램 투자축소에 따른 경비절감으로 월별손익도 균형을 맞춰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청률 자체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최근 종편 4사의 메인뉴스 시청률을 합치면 수도권에서 4~5%대에 이른다. JTBC를 제외한 종편 3사의 보도프로그램 편성비율이 50%에 이른다는 얘기도 나왔다. 종편은 지상파 뉴스 형식에서 벗어나 뉴스를 오락성 강한 쇼처럼 만들고 있다. 미국 폭스뉴스가 사용한 선정적 모델을 차용하고 있다. 노골적인 편향성은 중독성이 강하고, 시청자에게 빠르게 파고든다. 심의기구로부터 가장 많은 제제를 받고 있는 채널A의 <박종진의 쾌도난마>가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종편의 저질 저널리즘은 시간이 지날수록 방송계 전반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생존 경쟁이 격화될수록 종편 방송들의 시장교란행위, 특혜요구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미 종편들은 자신의 실패비용을 시장 약자인 외주제작사에 전가하고 있다. 아울러 종편들은 시청률 수준에 걸맞지 않은 수준의 정부광고를 편중 지원 받고 있다. 자연 질서를 해치는 4대강 보를 유지하기 위해 세금을 쏟아 붓는 것처럼 미디어 생태계의 오염원인 종편의 생존을 위해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셈이다. 내년 중에는 종편에 광고주기 위한 수신료 인상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종편의 폐해를 막기 위해선 새로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차기 정부는 무엇보다 앞서 종편 선정과정의 진상을 규명하고, 종편에게 제공되고 있는 특혜정책을 제거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과의 비대칭규제를 해소하고, 동등 규제 원칙을 회복해야 한다. 동등규제의 원칙은 프로그램 내용에도 적용해야 한다. 시청자 관점에서 종편은 지상파 방송과 차별성이 없는 만큼 내용규제에 있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게 맞다. 지상파 방송의 종편화를 막기 위해선 시급한 과제다. 중장기적으로는 종편 승인 당시 스스로 제출한 사업계획의 이행여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재승인시 객관적 평가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국회는 2009년 7월 22일, 18대 국회에서 벌어졌던 언론악법 날치기의 위법, 위헌성을 해소하기 위한 미디어법 재논의 작업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무너뜨린 공영방송체제를 복구하고, 미디어 민주주의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한 전면적인 법제도 개선 작업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종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대선에서 종편 추진 세력을 심판하고, 미디어 생태계 민주화를 이룰 수 있는 정권을 선출해야 한다. 미디어 민주주의의 향배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선택의 과제는 결국 국민들의 몫이다.

 

2012년 11월 30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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