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의견수렴' 항목 없는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서

교육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낸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서 서식.

교육부가 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서에 학부모 의견 수렴에 대한 내용을 필수 항목으로 포함시키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사립학교의 경우 학교운영위원회 '심의'가 아닌 '자문'만 받도록 해 학부모와의 공식적인 합의 과정 없이도 연구학교 신청이 가능한 상황이다.

12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이 각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낸 '2015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 적용 방안 연구'에 따르면 단위학교는 다음달 10일까지 연구학교 신청서를 작성해 관할 교육청에 제출하면 무조건 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다. 연구학교로 지정되면 최대 1000만원의 연구비, 유공교원 가산점 등을 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단위학교가 연구학교를 신청하기 전 학교운영위원회의 의견을 묻도록 했다. 학운위에는 교사, 지역주민 외에도 학부모가 구성원으로 참여하므로 학운위 논의를 거치면 학부모 의견도 공식적으로 수렴되는 셈이다.

공립학교는 학운위의 심의를, 사립학교는 자문만 거치면 된다.

하지만 이는 연구학교 신청 필수사항이 아니다. 연구학교 신청서 서식을 보면 학교·학생·교원현황, 업무담당, 교과서 수요량, 연구주제, 실행목표 등의 항목이 포함돼있을뿐 학운위 논의 내용에 대해 기재하는 란은 없다. 학교장 마음대로 연구학교 신청을 결정해도 서류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다만 국·공립학교는 학교장이 학운위 뜻과 다른 결정을 내릴 경우 이를 교육청에 보고해야 하며 이에 대해 교육청이 재심의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사립학교의 경우 학운위의 '자문'만 받으면 된다고 명시했기 때문에 학부모가 법인이나 학교장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당 공문을 받은 한 시교육청 관계자는 "사립학교의 경우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도 연구학교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현장 혼란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초중등교육법 32조에 따르면 사립학교 학운위는 심의기구가 아닌 자문기구이므로 관련 법을 따른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학부모 단체에서는 교육부가 말한 의견 수렴 과정이 요식행위로 전락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은순 참교육학부모회장은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문제는 국민적 반발이 큰 사안이므로 반드시 학운위 심의를 거쳐 여러 분야의 의견을 수렴하는게 맞다"며 "이 마저도 무시하고 일부 학교장이나 법인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독단적으로 연구학교 신청을 추진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미 1600여개 사립학교 법인에서는 국정교과서에 찬성하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어 현장 갈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는 지난해 11월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공개된 직후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정화 찬성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에 소속된 초·중·고교 법인은 901개, 소속 학교는 1654개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