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배우는 학교 됐으면.."

2011. 5. 1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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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인시위 주인공 이준혁씨

"공부든, 동아리활동이든, 봉사활동이든 가슴으로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배우면서 소름이 끼칠 정도로 말이죠."

올해 들어 재학생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4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본관 앞에서 이례적으로 1인시위에 나섰던 이준혁(20)씨는 11일 여전히 카이스트의 변모를 염원하고 있었다.

이씨는 카이스트의 최우선 과제로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배우는 학교'를 꼽았다. 그러면서 국내 최고 가창력의 가수들이 출연해 화제가 되고 있는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 얘기를 꺼냈다.

"그 프로그램에서 1등과 7등이 별 의미 없는 것처럼 카이스트 학생들도 학교 안에서 낙제라거나 꼴등이라고 고민하지 말고, 가수로 비유하자면 자기만의 노래, 음색을 살렸으면 해요. 꼭 그랬으면 좋겠다고 감히 학우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지난달 1인시위에 나서면서 그는 팻말에 이렇게 써넣었다. "'항상 이길 수는 없으며 나중에 이기기 위해 지금 때로는 질 수 있다.' 서남표 총장님, 말씀대로 행하시면 카이스트를 넘어 대한민국의 승리입니다."

갓 입학한 새내기가 서 총장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 도심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1인시위였지만, 카이스트 교수와 학생들에겐 놀라운 일이었다. 카이스트에서는 학내 현안을 두고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거나 시위에 나서는 일이 매우 드물었기 때문이다. "세번째 학우 일이 터졌을 때 학교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서로 같이 문제를 찾아야 한다고 느꼈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관심을 갖다 보면 언젠가는 집단이, 사회가, 나라가 변하는 거 아닌가요?"

경기 부천의 한 일반고 출신인 이씨는 고교 2학년 때 자퇴를 했다 1년 만에 복학하는 곡절도 겪었다. "그땐 정말 힘들었고 고민도 많았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기말고사 걱정은 없느냐는 물음에 그는 "실패해도 괜찮다"고 잘라말했다. "공부에서는 실패하더라도 다른 쪽에서 성공할 수 있으니까요."

대전/전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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