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채용 비리’ 고리 끊기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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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금품 수수·순위 조작·친지 채용 등 수법도 다양

교육청 ‘위탁’ 권유에 “자율성 침해” 반발 거세


부산의 사학 ㅂ재단에선 2008~2010년 교사 14명이 이사장한테 5000만~1억원씩을 주고 채용시험지를 건네받아 합격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면직됐으나, 징계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낸 뒤 한 달 만에 복직했다. 금품을 건네고 채용된 교사가 버젓이 근무하는 일이 벌어지자 부산시교육청은 강수를 꺼내들었다. 재단이 임용을 취소하지 않으면 이달부터 교사 인건비를 주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런 조처는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광주 사학재단 ㅈ학원은 3년 전 교사 16명을 채용하면서 미리 점찍어둔 6명을 합격시키려고 순위를 조작했다. 이는 와병중이던 이사장이 채용 논의에서 배제된 데 불만을 품고 광주시교육청에 감사를 요청하면서 발각됐다. 광주 ㅅ학원은 5년 전 교사 채용을 대가로 8명한테 4000만원씩 3억2000만원을 받아챙긴 이사장의 손자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돈을 준 이들은 실력자한테 기부금을 내는 줄 알았다가 채용이 되지 않자 문제를 제기했다.

사립학교의 교원채용 비리가 전국적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수법도 금품 수수, 순위 조작, 친지 채용, 알선 사기 등으로 다양하다. 사립학교를 감독하는 시·도교육청들은 교원채용의 투명성을 확보하려고 △공개채용 위탁 △공동 시험 출제 등 방안을 짜내고 있다. 하지만 사학재단들은 ‘인사권과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불만을 표출하며 교육청 쪽의 제안을 외면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6월 신규 교사 채용을 위탁하면 행정적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내용으로 사학재단 20여곳과 양해각서를 맺었다. 부산시교육청은 비리 교사의 임금 지급을 중단하고 사립학교법 개정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광주교육청은 필기·논술·면접의 3단계 전형 가운데 일부를 교육청에 위탁하도록 사학재단들에 권유했다. 필기에서 5배수, 논술에서 3배수를 뽑은 뒤 최종적인 선발권은 재단에 넘긴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교육청에 채용 일부를 위탁한 사학재단은 서울에서 전체 법인 133곳 중 배화여고·동천학교 등 2곳, 광주에서 36곳 중 세종고·동명고·세광학교 등 3곳에 그쳤다.

충북 청주의 서원학원과 청석학원은 1차 전공·교육학 시험, 2차 논술을 충북도교육청에 위탁한 뒤, 최종 3차 실기·수업 시연·면접 등만 자체적으로 시행한다. 서원학원 법인사무국 김성수씨는 “채용의 객관성·투명성·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 학원 안팎으로 반응이 좋다”며 “교육청에 1·2차 시험을 맡기면서 업무량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안민석 의원(민주당)은 “사립학교 교원채용은 국민적 불신과 의혹의 대상”이라며 “우선 시험 위탁, 공동 시험 등을 시행하고,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인사위원회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삼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정책실장은 “사학 주변에는 ‘국영수 교사 7000만원, 예체능 교사 1억3000만원’이라는 풍설이 나돌고 있다”며 “위탁을 거부하는 사학법인들의 속셈은 계속해서 뒷돈을 챙기고, 개혁 성향 교원의 진입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광주 부산 청주/안관옥 김광수 오윤주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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