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비도 서열화…특목고가 ‘일반고 4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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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올 1학기 국외여행 비율 80% 달해…자사고도 2.4배

“학교·부모따라 여행조차 차별…저소득층 지원 늘려야”


서울지역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인 ㅇ고에 다니는 ㄱ아무개(16)군은 지난 5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ㄱ군은 지난 1학기에 캄보디아, 대만, 중국 상하이, 베이징, 제주도 5곳 중 원하는 곳을 선택해 수학여행을 갈 수 있었지만, 사회적배려대상자(사배자)인 그로서는 수학여행비 부담 때문에 제주도를 택했다. 제주도 수학여행비는 1인당 45만원으로, 중국 베이징(68만8000원), 상하이(70만4000원), 대만(73만원), 캄보디아(107만원)보다 저렴했다. 때문에 일반학생의 23%는 제주도를, 77%가 국외를 간 반면 사배자의 37%는 제주도를, 63%는 국외여행을 갔다.

ㅇ고의 한 교사는 “자사고 지정 전인 2009년에는 제주도로 한 학년이 모두 수학여행을 갔는데, 자사고 지정 뒤 학부모의 경제적 수준이 높아지고 학생들도 국외여행 경험이 많아 국외여행이 늘고있다”며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한부모 가족 보호 대상자 등인 사배자 학생들은 아무래도 비용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아 13일 공개한 ‘2011학년도 1학기 전국고교 수학여행 현황’ 분석을 보면, 특목고와 자사고의 수학여행비는 일반계고보다 각각 4배, 2.4배 높았다. 이는 2010년 8월 기준으로 수도권 지역 특목고와 자사고의 수학여행비가 일반계고보다 각각 3.2배, 1.9배 많았던 것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학교 서열화에 따른 수학여행비 서열화가 심화됐음을 보여준다. 또 국외여행 비율도 특목고와 자사고가 일반계고보다 각각 15.6배, 8배 많았다.

일반계고 내에서도 수학여행비 차이가 있었다. 2011년 서울지역에서 후기일반고 지원율이 가장 높았던 ㄱ고는 유럽(284만원), 미국(268만원), 중국(65만5000원)으로 수학여행을 갔는데, 한 학교 안에서도 수학여행비 차이가 최대 4배나 났다.

그러나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수학여행비 지원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교과부 지원은 없으며, 서울시교육청이 2011년부터 62억원 예산을 들여 기초생활 수급자 등에게 고등학생 23만5000원, 중학생 16만5000원, 초등학생 13만4000원씩 지원하는 등 일부 시·도 교육청은 자체 예산을 통해 지원하고 있으나 전액은 아니다. 권영길 의원은 “수학여행에서조차 학생들은 다니는 학교와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차별받고 있다”며 “저소득층 자녀가 차별 없이 수학여행을 갈 수 있도록 예산을 늘려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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