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운동장' 방치…"애들은 답답, 부모는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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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CBS 최호영 기자] '감람석 운동장'에서 1급 발암물질 석면이 대량으로 검출됐지만 운동장 폐쇄 후 후속 대책이 늦춰지면서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27일 경남 밀양 밀주초등학교.

지난해 12월 조성된 이 학교 감람석 운동장은 법정 기준치보다 무려 37배가 넘게 석면이 검출된 곳이다.

석면이 다량 검출됐다는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이 의뢰한 검사 결과가 나온 지도 일주일을 넘겼지만 여전히 파란색 천막을 덮어 놓았을 뿐 별다른 조치는 전무한 상태다.

이렇다보니 10개월 동안 무방비 상태로 발암 물질에 노출된 아이들은 천진하게도 건강 걱정보다는 뛰 놀던 공간이 없어져 불만이 가득차 있고 이를 지켜보는 학부모들의 속은 타 들어가기만 한다.

아이들은 출입이 금지된 운동장 밖을 벗어난 곳에서 맴돌며 공놀이 등을 하고 있지만, 좁은 공간에서 엉키다보니 제대로 놀 수도 없다.

체육활동도 제약받고 있다. 심지어 학교 밖을 벗어난 인근 잔디 터에서 공을 차기도 한다.

초등학교 2학년인 한 아이는 "선생님이 발암물질이 나왔다고 해서 운동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며 말했고, 또 다른 3학년 아이는 "공을 차고 싶은데 놀 수가 없다"며 불만섞인 목소리를 털어놨다.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학부모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한 어머니는 "항상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의 운동화나 양말속에 돌가루 같은게 묻어와 방이 엉망이 될 정도였다"며 "발암 물질이 포함됐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의 일기장에는 운동장에서 뛰놀고 싶은데 못 놀아 답답하다는 내용이 가득하다"며 "석면이 포함된 사실을 몰라 시공한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발암물질이 나왔는데도 천막막 쳐놓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불만을 표현했다.

학교 측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천연광물질이라 소개해 감람석을 깔았는데 석면이 포함됐다는 소식에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다"며 "학교 내부에서도 노출된 것에 대해 우려가 있었고, 일부 학부모는 학교에 찾아와 건강검진을 해야 하는게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남교육청은 석면이 다량 검출된 부분을 인정하고는 있지만 재시공을 하려해도 교과부 소관이라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실제 경남교육청이 지난 19일 자체 시료를 채취해 검사를 의뢰한 결과에서도 밀주초와 하동초는 법정 기준치보다 각각 15배, 17배 초과한 수치가 나왔다.

하지만 교과부가 시료 채취 외에 다음달 초 해당 학교에 대한 대기와 주변 석면 오염도 조사를 벌인 뒤 10월 중순쯤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여 재시공 여부는 그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감람석을 걷어내야 하는 게 기본 원칙이지만 교과부의 사업이다보니 지시에 따를 수 밖에 없다"며 "교과부 지시없이 자체조사를 했다고 항의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석면 잠복기가 10-20년이다보니 건강 검진을 해도 정확한 수치가 안나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었다"며 "아이들의 건강이 최우선인만큼 다른 방안이 없는 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saac0421@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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