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통계상으론 줄었지만, 학생들 “오히려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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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 지난 6월21일 서울 송파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평소 ‘일진’행세를 하던 김아무개(18)군 등 13명은 윤아무개(17)군이 자신들의 말을 무시하고 욕을 한다는 이유로 9시간에 걸쳐 윤군을 폭행했다. 이들은 윤군의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워 땅에 묻는 등 영화에나 나올 법한 가혹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 지난해 8월18일 충북 청주 지역의 중학생인 김아무개(15)군 등 100여명은 각 학교 일진들의 힘을 겨루자며, 파별로 상대방을 지목해 수차례에 걸쳐 1:1 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수십명이 크게 다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 지난 2월24일 경기 포천 지역 고등학생 최아무개(16)군 등 4명은 중학생인 조아무개(15)군 등 3명이 피씨방에서 떠든다는 이유로 무차별 폭행을 해 이 가운데 1명을 사망케 했다.

 

 지난 2008년 이후 학교폭력이 통계상으로는 줄어들었지만, 학생·학부모·교사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학교폭력이 더 많아졌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장소·시간 역시 공원·놀이터와 등·하교길 등 학교를 벗어난 지역으로 넓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이 27일 발표한 ‘최근 3년 간 학교폭력 검거 실태’를 보면, 통계상으로는 2008년 학교폭력 검거 건수가 2만5301건, 2009년 2만4825건, 2010년 2만5175건이었던 것이 올해 상반기에는 1만1186건으로 전년 대비 8.1%(982명)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찰청이 이달 14~20일까지 학생·학부모·교사·경찰 각 1천명씩 모두 4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양적으로‘학교폭력이 과거보다 많아졌다’는 응답이 56.9%로‘줄어들었다’는 응답(20%)에 견줘 2.5배 이상 높았으며, 질적으로도 ‘심각해졌다’는 응답이 73.7%로 ‘약해졌다’는 응답(11.1%)보다 7배 가까이 높았다. 이렇게 학교폭력에 대한 통계수치와는 실제 체감수치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실제 단속되는 학교폭력보다 음지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이 훨씬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학교폭력의 피해유형으로는 협박·욕설이 39.1%로 가장 많았으며, 신체적 폭행 27%, 금품갈취 24%, 집단 따돌림 9.3%로 나타나 피해학생들이 정신적·육체적·물적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음이 드러났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장소는 ‘교실·학교 운동장 등 학교 내’가 61.6%로 가장 많았지만, ‘학교 밖 공원·놀이터’라고 응답한 비율도 22.1%에 이르렀다. 또 등·하교길이라는 응답도 9.5%에 달했다.

 시간적으로는 ‘휴게시간·점심시간’등 학교에 있는 시간이 49.8%, ‘방과 후·휴일’이 24.9%, ‘등·하교 시간대’가 22.4%로 나타나 학교가 끝난 뒤의 등·하교길 등에 대한 관리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피해횟수와 피해기간에 대한 응답결과는 학교폭력이 일부 학생에게 지속적으로 가해진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피해횟수는 1회(45.7%)가 가장 많았지만, 2~3회(40.5%)와 ‘6회 이상 셀 수 없이 많다’는 응답도 8.1%나 됐다. 피해기간 역시 1개월 이내(54.2%)이 가장 많았지만, 3개월 이내(18.9%)와 1년 이상(8.5%)이라는 응답도 상당수였다.

 학교폭력 피해 또는 피해사실 인지 뒤 대처방법에 대해 학생의 경우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알린다’(45.6%)는 응답이 제일 많았지만, 친구와 의논(27.4%)나 전혀 대처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15.9%나 됐다.

 경찰청은 이와같은 설문조사 등을 바탕으로 이날 오후 전국 지방경찰청과 시도교육청, 학부모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학생안전 강화를 위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소수의 가해자에 의한 다수의 피해 가능성 △학교폭력 개념과 현실과의 괴리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로 학교폭력의 가해자는 2010년 기준 전체학생 762만명의 0.3%인 2만5175명인데 견줘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의 학교폭력 피해 경험은 18.7%에 이르러 소수의 가해자가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현실을 보여줬다. 또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서는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간 발생한 각종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자퇴생·퇴학생 등 학생이 아닌 청소년에 의한 범죄(12.6%)는 제외돼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경찰청과 관계기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하교길 형사배치 △학생 안전 전담 경찰관 지정 △방문 조사 및 상담 서비스 제공 △아동안전지킴이와 지킴이집 업주에 대한 전과조회 의무화 △ 학교 내 경비인력 확충과 씨씨티브이 확대 설치 등의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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