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 ‘교육’인지 ‘강요’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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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구교육청 ‘사랑나눔통장’ 논란

대구시교육청이 학생들에게 기부문화를 가르치겠다며 기부용 은행통장을 학교마다 단체로 개설하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초·중·고 학교장 회의를 통해 학교가 학생들로부터 대구은행 통장 개설 신청서와 정보 제공 동의서를 받아 단체로 통장을 만들도록 통보했다. 이 통장에 학생들이 100~2000원씩 송금하거나 자동이체하는 방식으로 적립을 한 뒤 필요할 때 학교 단위로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원하는 기관에 지정기탁하는 ‘사랑나눔통장’ 갖기 운동을 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안은 지난 4월 학교 업무 담당자 협의회 때 언급됐다가 실무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시교육청 창의인성교육과가 만든 관련 계획서를 보면, 학생들이 이 통장을 만들어 기부한 실적은 입시 때 쓸 자기소개서의 기부활동증명서로 제출할 수 있으며, 창의적 체험활동 자료로 쓸 수 있는 ‘혜택’이 부여되는 것으로 안내하고 있다. 연말 어려운 이웃 돕기나 난치병 어린이 돕기 등 특별기부 모금활동이 필요할 때는 교사들의 업무를 덜기 위해 부모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을 받아서 모금활동을 하겠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시교육청 창의인성교육과 담당자는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나눔과 배려문화를 실천하며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하려고 나눔통장을 개설해 저축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며 “희망하는 학생만 참여하기 때문에 별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아 전교조 대구지부 수석부지부장은 “희망자만 참여하면 된다고는 하지만 학교 간 실적이 비교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어 학교가 경쟁적으로 통장 개설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며 “대학입시에 필요한 이른바 ‘스펙’을 쌓을 수있다는 점을 내세워 학교가 학생들에게 기부를 유도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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