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국제중 비리 사설 비교해보기

2013. 6. 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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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6월18일에는 '핵실험 이후 북한문제'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한겨레 사설] 영훈·대원 인가 취소하고, 국제중 전면 재검토해야

서울시교육청이 영훈·대원 국제중에 대해 한달 이상 종합감사를 실시하고 어제 발표한 내용을 보면 '부정·비리의 온상'이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다. 두 학교의 인가를 취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중이라는 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요구된다.

가장 심각한 비리는 입시 부정이다. 영훈중의 경우 입학관리를 총괄하는 교감, 입학관리부장, 교무부장의 주도로 성적을 조작해 미리 정해놓은 학생을 합격시키거나 떨어뜨린 사실이 드러났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서 부정이 있었던 것도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사례를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많은 소문이 돌았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 두 학교 모두 서류 심사 때 인적사항 가림(봉인) 조처를 이행하지 않고 개인별 채점표 등 관련 서류를 폐기한 것도 의혹을 더한다. 장학금 지원 계획 미이행, 교사 채용 부정, 이사장의 학교 회계 관여, 징계권 남용 등도 가벼운 일이 아니다.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비리가 저질러진 것으로 보인다.

두 학교는 글로벌 인재 육성, 장기 해외 거주 학생의 교육연계성 강화, 조기유학 폐단 해결 등을 설립 취지로 내걸고 2009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모집했다. 하지만 졸업생이 대부분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에 진학하는 등 '대학입시 명문고'로 이어지는 사다리 구실을 해왔다. 학부모가 부담하는 교육비는 대학 등록금을 웃돌고, 국제중 입시를 겨냥한 사교육 시장도 커지고 있다. 신입생의 절대다수는 사립초등학교나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인 강남 3구 출신이다. 국제중에 가려는 초등학생의 성적을 올려주려고 반 전체가 학교생활기록부를 고치는 교육 파행도 보고된 바 있다. 명문대 진학과 인맥 형성이라는 특권을 일찍부터 보장받으려는 일부 계층의 욕구가 일그러진 교육과 결합해 갈수록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는 것이다. 부정과 비리는 이런 구조의 필연적인 산물이다.

두 학교는 국제중으로서 존속할 이유가 없다. 재단 임원을 바꾸고 학교 운영을 개선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당국은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두 학교의 인가를 취소해 부정과 비리의 고리를 끊기 바란다. 나아가 의무교육인 중학교 단계에서 이런 예외적인 학교가 왜 필요한지를 본격적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무엇보다 중학생 차원의 글로벌 인재라는 개념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우리 교육현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 뒤에도 국제중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적어도 국공립으로 전환해 제대로 된 운용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 사설] 성적 조작 국제중 지정 취소 검토해야

서울에 있는 영훈국제중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성적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학교의 교감, 입학관리부장, 교무부장 세 명이 공모해 학생이 제출한 서류 등에 매기는 주관식 채점 점수를 조작했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감사 결과를 보면 이 학교가 교육기관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학교 측은 특정 학생을 합격시키기 위해 만점을 주고도 점수가 부족하자 멀쩡한 학생의 점수를 깎았다고 한다. 공정성을 잃은 학교, 양심을 판 교육자를 지켜보는 학부모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국제중이 2009년 설립된 이후 입학을 둘러싼 비판은 쉼 없이 쏟아져 나왔다. 국제중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외국어고교 등 특목고로 진학하다 보니 국제중 입학은 특목고 입학은 물론 명문대로 직행하는 티켓처럼 여겨진 탓이다. 영훈국제중의 한 학부모가 얼마 전 학교에 2000만원을 내고 아이를 입학시켰다고 폭로하고, 대원국제중은 지난 3년간 100여 명의 학생을 편입학시킨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외고 등 특목고의 입시 과열 현상은 입시제도 개선으로 어느 정도 수그러들고 있으나 국제중만이 여기서 예외가 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점수 조작에 가담한 교감 등 11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법인이 내야 할 경비 11억여원을 학교에 부담시킨 이 학교 이사장에 대해 임원 승인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문제를 덮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시교육청 감사팀은 점수 조작 과정을 밝히면서도 누가 혜택을 받았는지 명단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부유층 자녀가 점수 조작으로 합격됐다는 의혹을 해소하는 건 교육당국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시교육청은 점수 조작 과정에서 학교 측과 학부모 간 금품수수 등의 비리가 없었는지 밝혀내야 한다.

현재 국제중은 글로벌 인재를 조기 육성한다는 설립 취지에 반하고 있다. 비리와 반칙이 판치는 국제중이 과연 존립할 의미가 있는지 교육당국에 묻고 싶다. 시교육청은 두 학교의 국제중 지정을 취소하고, 일반계로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논리 대 논리]비판 한목소리…해법은 '제도 폐지' '강한 처벌' 온도차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한겨레와 중앙은 모두 국제중 비리가 심각해서 학교 관계자들을 처벌하기만 해서는 부족하다고 보았다. 비리 학교인 영훈과 대원에 대해서는 국제중 인가를 취소하고 일반계로 돌리라고 했다.

두 신문은 한목소리로 국제중이 설립 취지와 맞지 않게 입시 학교가 되어버렸다고 비판하며, 국제중 폐지를 검토하라고 했다.

똑같이 국제중을 비판하지만 강조하는 부분이 다르다. 한겨레는 사회 제도가 잘못되어서 문제가 계속 생기니 제도를 바꾸자는 쪽이다. 중앙은 비리를 제대로 처벌해서 부정을 없애자는 쪽이다.

한겨레는 부잣집 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따로 있어서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국제중은 연간 학비가 1000만원이 넘고 영어 수업이 가능한 학생들을 모집한다. 초등학교 때 영어 사교육을 받고 비싼 학비를 낼 수 있는 부유층 학생들이 아니면 이 학교에 입학하기가 어렵다. 상류층 사람들이 자신들을 사회에서 구별 지어 부유층 인맥을 만들기에 좋고 입시에도 유리하니까, 일부 학부모는 부정 입학에 유혹을 느낀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한겨레는 부모의 재산에 따라 학생들이 가는 학교가 달라지지 않아야, 입시 비리를 저지르고 싶은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교육 불평등이 비리를 부른다고 보고, 국제중 폐지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중앙은 입시 부정이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며 당국의 조사가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학교 관계자들이 검찰에 고발되었지만 점수 조작으로 부정하게 입학한 학부모와 학생들 명단은 공개하지 못했다. 그러니 부유층 자녀가 점수 조작으로 합격했다는 의혹이 풀리지 않았다. 학부모와 학교 사이에 금품이 오고 갔는지도 밝혀내라고 했다. 비리에 대한 조사가 부실하면, 사람들은 비리의 유혹에 넘어갈 확률이 높아진다. 여러 의혹을 확실히 파헤쳐야, 앞으로 우리 사회가 입시 부정에 경각심을 갖게 된다. 중앙은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와 학생이 반칙을 할 때, 징벌을 무겁게 해서 입시 비리를 억제하고자 한다.

부정과 비리가 터졌을 때, 그 비리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징벌하기만 해서는 안 되고, 그 비리가 생겨난 사회 제도에 대해서 점검하는 일도 필요하다. 살펴보면, 중앙은 비리 척결을 통한 정의 구현을 목적으로 한다. 중앙에 대해서는 국제중 제도 자체에 대해서 살피지 않고 입시 부정 자체를 주로 문제 삼았기에, 국제중 입시 비리의 뿌리인 특권층 학교에 대한 사회적 문제제기는 희석시킨다고 비판이 가능하다.

이 비판에 대해 중앙에서는 비리를 저지른 두 국제중을 인가 취소하고 일반계로 돌리라고 하고, 전체 국제중에 대해서도 존재 의미에 대해 의문을 표했기에, 국제중 제도 자체에도 사회적 문제를 제기했다고 방어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중 제도 자체가 특권층을 형성하고 비리를 생기게 하는 원인이 되었음에 대해서 더 설명했으면, 이런 비판은 사전에 예방되었으리라고 본다.

한겨레는 부유층이 내부 인맥을 형성하는 국제중이 문제의 뿌리라고 보고, 국제중을 없애고자 하는 태도가 분명하다. 하지만 똑똑한 학생들에게 특별 교육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반발할 수 있다. 비리는 비리대로 바로잡고, 우수 학생을 위한 교육은 그것대로 해야 인재가 길러진다고 반론이 가능하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이 반론에 대답하려면, 한국에서 수월성 교육에 대해 오해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우수 학생을 위해 학교를 따로 만들어야만 수월성 교육인 줄 아는데, 세상이 다 그렇지는 않다. 영국과 미국은 비싼 학비를 받으며 고급 교육을 하는 사립학교가 있다. 하지만 핀란드와 캐나다 같은 복지국가들에서는 경제력에 따라 학교가 나뉘지 않고 학생들이 같은 학교를 다니며 학교 안에서 수준별로 맞춤 교육을 받는다.

학교 안에서 수준별로 학급이 나뉘지만, 우열반 시비가 없는 이유는 각 학급에서 받은 성적이 대입에 동등하게 인정되기 때문이다. 내신 위주로 상급학교에 가고, 수준이 낮은 학급에서 공부한 학생이 그 교실의 교사에게 점수를 잘 받으면 우수반에 가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게 배려한 부분이 이 정책이 성공한 기반이다. 한겨레가 수월성 교육이 평등 교육과 어긋나지 않게 운영되는 사례를 이야기했다면, 단순한 찬반논쟁을 넘어 더 나은 교육 체제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리라고 본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수월성 교육과 평등 교육

수월성 교육(Excellence)은 학생을 뛰어나게 만드는 교육이다. 한국에서는 우수 학생을 국제중이나 자율형 사립고나 특목고에서 따로 가르쳐야 수월성 교육으로 아는데, 정확하지 않다. 영국과 미국은 학생이 수준에 따라 학교를 선택하고 혜택을 다르게 누려서 한국의 통념과 비슷하다. 부유층이 다니는 사립학교는 매우 뛰어나고, 중산층 지역의 학교는 보통이고, 빈곤층 지역은 몹시 열악하다.

하지만 수월성 교육은 학교를 평준화로 통합한 나라에서도 진행된다. 핀란드와 캐나다에서는 우수 학교를 따로 만들지 않고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자기 능력에 맞추어 교육 기회를 얻고 각자 성공할 길을 보장 받는다. 이때 수월성 교육은 학교 안에서 수준별 교육으로 이루어진다.

평등 교육(Equity)은 개인별로 수준을 맞추어 배려하는 교육이다. 평준화, 농어촌 특별전형이 여기에 들어간다. 개인 차이에 상관없이 똑같이 대우받는다는 뜻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니다. 한국 사회가 이때까지 기계적인 평등 교육만 했지 실질적인 평등 교육을 한 경험이 별로 없어서 오해가 있다. 실제로 평등 교육은 개인별 맞춤 교육에 가깝다.

한국에서 수준별 학습을 하는데 제대로 안 된다. 그 이유는 학급은 수준별로 만들고 평가는 똑같이 하기 때문이다. 상급학교 진학에 반영되는 평가를 수준별로 하지 못하니, 수업 내용 또한 수준별로 될 수가 없다. 결국 한국의 수준별 학급은 상위권 학급에만 도움이 되고, 나머지 학급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해롭게 된다. 우수 학생들이 상급반으로 빠져나가서 수업 분위기가 더 나빠지기에 그렇다. 교사가 수준별로 학급마다 평가를 하고, 낮은 학급에서 점수를 잘 받으면, 그것만으로 상급학교 진학을 할 수 있어야 수준별 학습은 본래 취지대로 운영되게 된다.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비교연구(그래픽 참조)를 보면 학교를 통합해서 운영하는 핀란드와 캐나다가, 학교를 분리해서 운영하는 나라들보다 성적이 더 높다.

[추천 도서]미국과 캐나다 사례 탐구호모 에코노미쿠스 시대의 교육성열관 지음, 문음사 펴냄2004년캐나다 교육 이야기박진동·김수정 지음, 양철북 펴냄2013년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해서 가는 제도는 지금 논쟁 중이다. <호모 에코노미쿠스 시대의 교육>은 미국 교육에서 학교선택권이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 자세히 설명한 책이다. 학술서여서 읽는 데 끈기가 필요하지만, 국내에 있는 어느 책보다 학교선택권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정확하게 담겨 있다.

캐나다는 학교 간 격차가 적고, 사회 계층이 학교에서 통합되어 있다. <캐나다 교육 이야기>는 조건이 다른 학생들이 학교에 같이 다니며, 각자의 능력에 따라 배려받는 체제가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준다.

이민자가 썼기에 한국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쏙쏙 뽑아 알려준다. 평등 교육이 수월성 교육과 대립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진행되는 내용은 꼭 살펴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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