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목원대 학생준칙, '깜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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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1.10.20. 오후 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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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인권연대 기자]
14일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목원대생 김아무개씨가 '등록금 인하 서명운동을 허가해달라'며 이틀째 1만 배를 하고 있다. 김씨는 학교 측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1만 배 후 분신'하겠다고 밝혔었다.
ⓒ 홍현진

[기사대체 : 20일 오후 6시 20분]

최근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3일 동안 무려 7800배의 시위를 김 아무개 학생이 있었다. 김씨는 '1만배 후 분신자살'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동상 근처에 내걸고 있었다. 대전에 있는 목원대학교 재학생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 학생은 학교당국이 등록금 인하 서명운동을 불허하자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목숨을 건 1만 배 시위를 선택했다. '비리재단퇴진'도 아니고 '총장퇴진'도 아닌 '등록금 인하 서명운동'을 하겠다는 데도 못하게 막는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인권연대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오마이뉴스>보도를 접하고 제일 먼저 궁금한 것은 목원대의 학칙이었다. 해당 학생이 서명운동을 하려하자 목원대 당국이 '서명운동은 학칙에 위반된다'며 '징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원대 홈페이지를 들어가 '학생준칙'을 찾아보았다. 깜짝 놀랐다. 아래는 학생준칙 의 일부 조항을 발췌한 것이다.

총장이 학생단체 해산 명할 수 있다?

7조 - 학생은 교내외를 막론하고 항상 학생증을 휴대하고 본교 교직원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이를 제시하여야 한다.

12조 - 학생회 조직 외는 학생단체는 인정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학칙 제 60조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3조 - 학생은 종교(기독교), 봉사, 학술, 예술, 체육, 친교, 기타 학생회 임무 수행의 목적 이외의 단체를 조직할 수 없다.

19조 - 총장은 학생단체가 설립목적이 위배될 때, 학내 질서를 문란케 할 때, 단체 활동이 부진할 때, 기타 단체 존속을 인정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임원개선이나 해산을 명할 수 있다.

20조 - 학생 또는 학생단체가 교내 ? 외 10인 이상의 집회를 할 때는 학생처장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며 허가 신청서는 행사 10일전, 등록된 학생단체의 정기집회는 2일전까지 제출하여 허가를 받아야 한다. 모든 단체의 활동은 학기말 시험개시 1주일 전부터 시험 종료일 까지 금지한다. 집회 종료 후 즉시 학생처에 집회결과를 보고하여야 한다.

23조 - 학생 또는 학생단체가 발간하는 정기, 비정기의 간행물은 총장의 사전 승인 없이는 발행할 수 없다.

48조 - 학생회 선거 실시 절차에는 학생처 직원이 참관할 수 있다.

항상 학생증을 휴대해야 한단다. 학생회 외에는 학생단체를 인정하지 않는단다. 단체활동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해산을 명할 수 있단다. 학생이 집회를 할 때는 학생처장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단다. 시험을 볼 때는 집회가 금지된단다. 비정기 간행물에 대해서까지 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단다.

이게 중?고등학교 교칙도 아니고(중?고등학교 교칙이 그러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군사정부시절의 대학 교칙도 아닌 김 씨가 다니고 있는 목원대의 2010년 4월 26일자로 개정된 학생 준칙이다. 게다가 사문화된 것도 아니고 김 씨의 경우처럼 여차하면 칼날을 세워 행동을 제약한다.

혹시나 해서 지역의 또 다른 사립대학인 B대학과 서울의 Y대학의 학칙을 살펴보았다. 일부 조항이 시대 상황에 맞지 않거나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었지만 목원대와 같이 조목조목 하나하나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제약하고 있지는 않았다.

학교 밖에서도 집회는 '신고제'인데 교내에서 학생들이 집회를 '열흘 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과 '모든 학내 간행물의 총장 사전승인' 조항은 출판과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21조를 위반한 것이다.

학생단체의 결성에 관한 조항은 학내 정치성향의 단체 결성을 비롯한 다양한 성격의 단체결성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데다 단체 해산까지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보안법을 연상시킬 정도다. 애매한 규정은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자의적 해석 여지도 농후하다.

학생증 소지와 학생회선거의 학생처 직원 참관조항에는 흘러간 흑백영화의 어색한 연기를 보는 듯해 헛웃음만 나온다.

새삼 대학의 사회적 기능이 어떻다느니 하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기성세대들이 최소한 대학의 학칙이 부끄럽지 않은 대학에서 학생들이 생활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김 씨가 다니는 목원대에도 법학을,사회학을, 정치학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교칙을 놔두고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계시는지 묻고 싶다.

<오마이뉴스>의 후속기사에도 나왔지만 김 씨는 다행히 학교 측에서 서명운동을 허가해 주기로 약속해 1만 배를 채우기 전에 학교로 돌아갔다고 한다. 서명운동과 유인물 배포를 놓고 3개 월동안 학교 측으로부터 받은 압박으로 김 씨가 느꼈을 분노와 외로움에 대해 깊은 위로를 전한다. 아울러 김씨가 11월부터 계획하는 등록금 인하요구 서명운동이 예전보다 많은 학우들의 관심 속에 진행되길 바란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기회에 또 다른 김 씨와 같은 학생들이 나서서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학칙 개정운동도 함께 벌였으면 한다. 젊은 청춘마저 학칙과 같은 권위에 순종하는 사회에 희망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나쁜 학칙'이라면 분노하고 싸워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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