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꿈조차 엄마가 조종하지는 않습니까 ?

송현숙 기자

‘학습 플래너’로 스스로 커가는 역삼중·노량진초 사례

서울 노량진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담임교사로부터 학습 플래너 작성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노량진초교 제공

서울 노량진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담임교사로부터 학습 플래너 작성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노량진초교 제공

“우리학교 아이들에게 물어보세요. 누구든 구체적으로 자기의 꿈과 계획을 말합니다.”

서울 강남구 역삼중 강선옥 교장이 자신 있게 얘기한다. 강 교장이 역점을 두고 벌이는 학습 플래너 쓰기가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강 교장은 매주 월요일 오전 전교생을 대상으로 10분 정도 학습 플래너에 대해 강의하면서 한주를 연다. 직접 시청각 자료도 준비하고 도움이 될 만한 방송 프로그램도 함께 틀어주면서 설파하다보니 역삼중 학생들은 학습 플래너의 중요성을 귀에 박히게 듣는 셈이다.

“요즘 아이들 중엔 엄마에 의해 조종되는 모습이 너무 많아 안타까웠죠. 엄마의 조종대로 잘 부응해 설령 명문대에 간다 하더라도 대학 졸업 후까지도 엄마에게 모든 것을 묻고 의지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방향을 정하고 자기 발로 서는 ‘나침반’ 같은 아이들로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플래너 쓰기는 성적향상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그려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학기 초에 나눠준 ‘역삼 플래너’에는 학교의 모든 행사들이 들어가 있다. 아이들은 이를 참고해 공부계획과 자신의 일정을 적어넣으며 플래너를 짧은 독서감상문으로, 알림장으로, 공부의 파트너로 사용한다.

함께 팀을 이뤄 플래너 쓰기를 지도하고 있는 최성희 교감과 김현숙 교무부장, 김한순 진로상담교사 모두 아이들이 플래너를 쓰면서 달라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노량진초등학교 학생이 작성한 학습 플래너 예시.<br />노량진초교 제공

서울 노량진초등학교 학생이 작성한 학습 플래너 예시.
노량진초교 제공

하루 일과를 미리 점검하고 할 일을 미리 계획하다 보니 수업태도도 좋아지고 집중도가 한결 높아졌다. 올해 탁상형 달력 스타일로 바뀐 플래너를 책상에 세워두고 끊임없이 계획을 체크하는 아이들을 보면 교사들도 대견해한다고 했다. 서울 강남 한복판이라는 지역 특성상 소위 ‘학원 뺑뺑이’를 돌던 아이들이 많았는데, 자기 시간에 대해 파악하면서 과외를 끊는 아이들도 늘어갔다.

학습 플래너 덕분에 사교육 의존을 줄이고 자기주도 학습을 늘리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자율 공부방’도 자연스럽게 정착하고 있다. 지난해 선착순으로 90명을 모집했는데 일주일도 안돼 마감됐다. 플래너와 자율 공부방 참석만으로 평균 10점이 오른 학생도 있다.

서울 노량진동 노량진초등학교도 전교생들이 플래너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학년과 고학년용 학습플래너와 학교행사가 담긴 탁상용 달력을 나눠주고 교사들이 거의 매일 지도한다. 1년 목표와 월 단위, 주 단위, 하루 단위의 목표가 초등학교 때부터 습관이 되는 것이다.

학습 플래너 쓰기를 책임 지도하고 있는 이승희 교사는 “목표를 정하고 우선 순위를 스스로 정하게끔 지도하다 보니 예전엔 즉흥적으로 ‘우리집 가서 놀래?’라던 아이들이 이젠 해야할 일을 생각하고 스스로의 생활을 조절하게 됐다”면서 “이건 굉장히 큰 변화이고 나중에 사회생활에서도 꼭 필요한 자세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지난해 초등학교 4학년인 작은 딸에게도 플래너를 하나 갖다주며 그 효력을 가까이에서 실감했다. 처음엔 플래너 쓰기를 아주 귀찮아하던 딸이 올해는 플래너 노트 없이도 스스로 메모지에 할 일을 적고 다음날의 계획, 주말계획까지 미리 체크하는 모습을 보면서 습관의 위력을 절감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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