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감사원 감사 반발 헌법소원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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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초점] 적립금·기부금 등에 대한 전면 감사에 발끈… 재감사와 검찰수사 막으려는 초강수 해석 속 고려대 등도 뒤따를 태세

연세대가 등록금 책정 기본 자료를 수집하려고 벌인 감사원의 전면 감사에 반발해 헌법소원 등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21>은 감사원의 감사 기간 중 연세대뿐만 아니라 고려대·이화여대 등 수도권의 사립대학들이 법적 대응과 관련해 교감한 사실도 확인했다. 준비를 마친 연세대가 소송에 나서면 대형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줄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11월 감사원의 감사 결과 공개를 앞둔 시점에서 ‘등록금 인하를 위한 조처’라는 정부의 태도와 ‘대학의 자율성’을 앞세운 사립대학 입장 사이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연세대 “사립대 감사 범위 넘어섰다”

지난 7월7일부터 9월23일까지 실시한 이번 감사원의 전면 감사는 대학의 비협조로 실시 초기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연세대의 경우, 감사 기간 중 총장 명의로 교직원들에게 감사와 관련해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모종의 조처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전자우편이 발송됐다. 같은 기간 감사원 감사에 대한 법적 조처를 논의하기 위한 교무회의가 열린 사실도 확인됐다. 당시 감사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당일 감사가 제대로 진행됐을 리 없다”며 “(소송을) 한다는 쪽으로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세대는 한 대형 로펌에 소송 검토를 의뢰했다. 해당 로펌은 헌법소원 등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연세대 쪽에 전달했다. 현재 연세대는 다른 대학들과 교감하며 소송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연세대의 헌법소원 추진은 그것이 대다수 사립대학의 뜻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로 감사 시기 서울 시내 주요 사립대학의 기획실과 기획예산처 등 기획 단위의 책임자들이 감사원 감사의 부당함과 그에 따른 조처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연세대와 고려대 등 복수의 대학 관계자들은 “각 대학의 기획 담당 책임자들이 만난 적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겨레21>의 취재 과정에서 대학 관계자들은 소송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조심스러워했다. 연세대와 고려대 정도를 제외하면 대학 이름이 나가는 것조차 꺼릴 정도였다. 이유는 무엇일까. 반값 등록금에 대한 요구가 사회적 대세가 된 상황에서 헌법소원이 자칫 ‘등록금 인하 반대’라는 사회적 낙인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또한 헌법소원이 견제·감시받지 않는 성역으로 남겠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유명 사립대학들이 등록금 인하라는 명분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감사원 감사에 대해 헌법소원이라는 강수를 두려는 이유와 그 근거는 무엇일까. 헌법소원 등이 가능한 시기를 놓치고 감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비리 사실이 드러나 강도 높은 감사가 재차 이어지거나 검찰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헌법소원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된 셈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연세대가 가면 우리도 간다”는 식의 방침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립대학 쪽에서 소송 근거로 내세우는 논리는 감사원 감사의 두 축인 대학에 대한 회계검사와 직무감찰 모두 감사원이 사립대를 감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감사원법 23조를 근거로 하는 회계검사의 경우 사립대학이 국가보조금을 받고 있으니 보조금 지급에 한정된 선별적 감사여야 하지만, 이번 감사는 적립금·기부금 등을 아우르고 있어 부당하다는 해석이다. 24조가 규정하는 직무감찰의 경우 원칙적으로 법에서 사립대학 감찰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니 시행하는 것 자체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논리를 세웠다. 연세대의 한 교수는 “등록금을 낮추겠다는 목적만으로 감사원의 감사가 법적으로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사학이 지금까지 이렇게 전면적으로 대학의 자유를 침해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 “당연히 진행했어야 할 감사”

특히 예민하게 받아들인 부분은 기부금 감사였다. 한 연세대 관계자는 “기부금은 정부 지원과는 무관한 것으로 기부자의 신원이 외부에 노출되는 경우 그 개인에게 돌아가는 불이익이 있을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며 “감사원은 자기네 권한 밖임에도 그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감사를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고려대의 기부금 자료 제출과 관련된 감사 방해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감사원이 이번 감사에서 등록금 인하라는 대의를 앞세워 사립대학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만은 확실하다. 다만 <한겨레21>이 확인해보니 대학 쪽의 주장과는 달리, 실제 감사 과정에서는 기부자와 관련된 부분은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 쪽에서는 이미 사립대학의 헌법소원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었다. 감사원은 이례적으로 <한겨레21>의 취재에 직접 나서서 해명했다. 감사원은 감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감사원의 이런 태도는 공식 견해를 밝히기를 꺼리는 사립대학 쪽의 태도와 대조적이다. 감사원의 적극적인 해명은 등록금 인하와 사립대학의 견제·감시라는 대의명분에서도 우위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논란이 되기 전 충분한 해명을 통해 오해를 불식하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일부 사립대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사립대학에 대한 전면감사가 처음은 아니다”라며 “최근 10년간 사립대에 대해 4차례 감사를 한 바 있다”고 말했다. 2006년 ‘사학지원 등 교육재정 운용실태’ 감사 때도 국고지원금뿐만 아니라 교비 및 법인회계 전반의 운용실태를 점검해 횡령 등 범죄행위에 대해 검찰에 수사 요청도 했다는 것이다. 당시 감사에서 서울의 ㅁ대, ㄱ대 등 전국 23개 사립대학이 전면감사를 받았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연세대 등 이른바 명문 사립대의 경우 설립 이후 교육과학기술부조차 감사를 하지 않아온 것은 사실”이라며 “처음으로 강도 높은 감사를 받아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익적 차원에서 보면 하지 말았어야 할 것이 아니라 당연히 진행했어야 할 감사가 뒤늦게 행해진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법적 근거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해명했다. 감사원에서 발간한 <감사원사>를 보면, 감사원법상 감사 대상과 관련한 조항을 1973년 개정하며 그 취지를 밝혀놓았다. 그 안에는 “재정 보조를 공여받은 자와 사학법인 등 특별법에 의하여 설립되고 그 임원이 정부에 의하여 임명되거나 임명승인되는 단체”를 언급하며 사립대학이 감사 범위에 있음을 명기하고 있다.

헌재도 국가개입 필요성 밝혀

헌법소원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헌법재판소도 2001년 결정에서 사립학교와 국·공립학교의 실질적 동일성 등을 이유로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가 교육의 공공성에 의한 제한을 받으며 국가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며 “헌법재판소도 견제를 받지 않겠다는 사립대학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는 11월로 예정돼 있다. 감사 결과에는 사립대학 내에서 저질러진 법 위반 내용이 상당수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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