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립초등교 보내려 위장전입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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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1.10.26. 오전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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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일부 학교선 입학생 3분의 1이 경기도서 통학”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둔 이모씨(41)는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의 사립 ㄱ초등학교 입학설명회에 참석했다. 서울에 있는 사립초등학교에 들어가려면 아이가 서울에 거주해야 하지만, 이씨 가족은 현재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살고 있다. 그는 “서울의 친정집으로 딸아이 주소를 옮겨놨다가 학교에 입학하면 다시 지금 사는 일산으로 주소를 옮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양시 덕양구에 사는 김모씨(38)도 이날 둘째 아이를 은평구의 사립 ㄴ초등학교에 보내고 싶어 입학설명회장을 찾았다. 큰딸은 이미 이 학교에 재학 중이다. 김씨는 “나와 두 아이 주소를 친척집이 있는 은평구로 옮겨놨다. 위장전입이 불법인 것은 알지만 아이 교육이 먼저”라고 털어놨다. 고양시에 살며 아이를 서울의 사립초등학교에 보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큰아이 학급의 절반 정도는 경기도에서 다닌다”고 전했다.

경기 지역에서 서울의 사립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아이 주소를 옮기는 ‘위장전입’이 흔하다. 학교들도 상담을 요청하는 학부모들에게 위장전입 방법을 알려줄 정도이다.

지난 15일 은평구의 사립 ㄷ초등학교 입학설명회가 끝난 뒤 한 학부모가 교감에게 “집이 경기도인데 원서 접수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교감은 “아는 사람의 집으로 부모 한 명과 아이 주소를 옮기고 입학이 확정되고 나면 본래 집으로 다시 이전하면 된다”고 답했다. 그는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고, 교육청에서 알게 된다고 해도 크게 문제삼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교 측이 나눠준 입학원서 뒷면의 각서(사진)에는 “지원 아동이 서울 시내에 거주하고 있지 않을 경우 입학 허가를 취소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인터넷 카페에서도 고양, 구리, 안양, 하남 등지의 부모들이 공공연히 위장전입을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역 통장이 전화를 할 수도 있으니, 집 주인에게 잘 말해놔야 한다”는 등 대처 요령까지 쓰여있다.

서대문·은평구에 위치한 사립초등학교 7곳 중 4곳이 경기 지역으로 통학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이들 학교 홈페이지에는 경기 지역으로 운행하는 학교버스 노선·시간표가 나와있다. ㄴ초등학교 관계자는 “통학버스 7대 중 경기 지역으로 4대가 다닌다. 지난해 신입생을 90명 뽑았는데 서울 외 지역에서 온 아이들이 3분의 1 정도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위장전입 자체가 비교육적이지만, 긴 통학시간도 문제다. ㄷ초등학교의 경우 오전 7시45분 일산서구 장항동에서 타는 학생은 1시간15분 뒤인 오전 9시가 돼야 학교에 도착한다. 등하교 시간을 합치면 초등학생이 2시간30분을 길거리에서 보내야 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사립초등학교에 보내려는 이유는 뭘까. 고양시 덕양구에 사는 학부모(36)는 “공립초등학교는 한 반에 학생이 많고 교사가 자주 바뀌어 책임감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설이 좋고 외국어·예체능 교육을 잘한다” “엄마들이 청소나 배식봉사를 할 필요가 없어 맞벌이 주부에게 편하다” 등의 답변도 돌아왔다. ㄷ초등학교 관계자는 ‘교육적 문제점’을 묻자 “부모님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장은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50)은 “초등학교 입학은 아이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는 일인데, 편법이 동원되면 아이들의 정서와 인성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정희완·남지원·배문규·이재덕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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