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나가는 교장들’ 교사에 “우리집 애완견 털 깎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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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1.10.26. 오후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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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손엔 인사권 한손엔 예산권…교사에 횡포·인격모독 도넘어

학부모·비정규직에 대놓고 뒷돈 요구…교원인사도 멋대로

지난 1학기 말, 서울시교육청에는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ㅅ고 한 교사의 민원이 제기됐다. 이 학교 ㅅ 교장이 학부모들에게서 돈을 걷어 사사로이 쓴다는 내용이었다. 시교육청은 감사를 벌여, ㅅ 교장이 2006년부터 5년간 자율학습 감독비, 스승의 날 식사비 등의 명목으로 학부모들로부터 3080만원의 돈을 걷어 이 가운데 최소 2500만원가량을 개인적으로 쓴 사실을 확인했다. 시교육청은 이런 감사 결과를 토대로 최근 ㅅ 교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파면 처분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ㅅ 교장은 이미 학교를 떠난 뒤였다. 시교육청이 감사에 착수하면서 “(이번 사안을) 감사 결과에 따라 처리하라”고 행정지도를 했는데도, 학교법인 쪽이 신입생 모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고 ㅅ 교장을 직위 해제한 뒤 지난 8월 퇴직시킨 것이다. 시교육청은 행정지도를 따르지 않은 책임을 물어 이 학교 이사장에게도 경고 처분을 내렸다.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이 시교육청에서 제출받아 25일 공개한 ‘ㅅ고 민원조사 결과’를 보면, ㅅ 교장에 이어 이 학교에 새로 부임한 ㅈ 교장은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한 교사에게 “이렇게 나가면 학교가 어려워진다. 선생님들이 경찰서로 불려 다녀야 하고 그러면 선생님도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며 ‘협박’한 사실도 드러났다. 시교육청은 ㅈ 교장에게도 경고 처분했다.

교장들이 돈을 받거나 교직원에게 폭언을 하는 등 권한을 남용해 물의를 빚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교장이 예산 편성권과 인사권 등 학교의 주요 권한을 독점하고 있지만, 견제 장치는 미흡하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2006년부터 3년간 교원 징계 현황을 보면, 전체 교원의 2.3%에 불과한 교장이 징계 건수에서는 전체의 10.7%를 차지했다. 특히 뇌물·횡령 관련 징계의 경우 3분의 1이 교장이었다.

경기도 고양시 ㅅ중학교 ㅇ 교장도 지난해 재계약이 막 끝난 기간제 교사에게 10만원권 상품권을 받은 혐의 등이 인정돼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지난 8월께 견책 처분을 받았다. 도교육청 감사 결과, ㅇ 교장은 평소에도 비정규직 교직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금품을 요구했으며, 자신이 기르는 개를 근무 시간에 데리고 와 교직원들에게 계속 안고 있게 하거나 털을 깎으라고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교장은 주로 힘이 없는 계약직, 보조교사 등 비정규직을 많이 괴롭혔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시의 ㅂ고에서는 교지 발간 예산이 책정돼 있는데도 ㄱ 교장이 “예산이 없다”며 1년에 2번 펴내는 교지 발행을 못하게 해 담당 교사·학부모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 학교 교사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교사의 안식년 신청 요청을 거부하거나, 교원 인사 등에서 월권을 하고 있다”며 도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해, 현재 도교육청이 감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ㄱ 교장은 “교지 발행은 1회로 줄였을 뿐이고, 교사들의 민원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홍인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교장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지만 이를 견제할 학교운영위원회가 제구실을 못하고, 교원들도 인사권을 가진 교장에게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교장의 독단적인 학교 운영을 막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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