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증오하고…대학진학 거부하고…기독교 대안학교 학생들에 무슨 일이?

입력
수정2011.11.01. 오전 10:05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한겨레] 포천 크리스쳔리더스국제학교

학부모들 ‘세뇌교육’ 의혹 제기

경찰·교육청 조사하자 문닫아


미인가 기독교대안학교에서 교장이 학생들을 종교적으로 세뇌시키고 부모를 증오하라고 가르쳐, 이에 넘어간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고 있다는 주장이 학부모들로부터 나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기도 포천 크리스쳔리더스국제학교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들은 31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학생들이 이아무개(여·30) 교장으로부터 종교적인 ‘세뇌교육’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이 보여준 학생들의 일기장에는 “교장 선생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내가 가정의 머리가 되어야 하고 부모가 악령에 휩싸여 있으니 내가 구원해야겠다” “부모한테 받은 것은 상처밖에 없다. 가식밖에 없다. 부모를 버려야 한다”와 같은 말들이 적혀 있었다.

학부모 임아무개(50)씨는 “딸(16)이 포천의 한 고등학교에 다닐 때 전교 1~2등에 장학금을 받았던 우등생이었는데, 방학 때 이 학교에서 무료로 영어를 배운 뒤 전학시켜 달라고 조르는 것을 못 이겨 올해 4월에 전학을 시켰다”며 “입학한 뒤로 딸이 집에 한 번도 오지 않고, ‘나를 찾지도 말고 보지도 말자’며 부모와 연락을 끊었다”고 말했다. 학부모 윤아무개(50)씨도 자신의 아들 장아무개(18)군이 2년전부터 이 학교에 다닌 이후로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특히 학생들 가운데 17~20살 사이인 4명은 모두 신학대학에 진학을 하려거나, 필리핀으로 선교를 간다며 대학 진학을 거부하고 있다고 학부모들은 전했다. 이에 학부모들이 월 120만원의 수업료를 학교에 보내주지 않자,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까지 수업료와 용돈을 스스로 벌어 학교를 다니고 있다.

학생들은 경찰 조사에서 “학교가 편하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어 좋다”거나 “학교생활 잘하고 있는데 왜 부모가 나서서 분란을 일으키느냐”며 자신들이 원해서 학교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학부모가 학교에서 데리고 나온 한 초등학생은 “버릇없이 굴거나, 공부를 그만 한다고 하면 교장 선생님이 구둣주걱으로 손바닥과 엉덩이를 때리거나, 손으로 얼굴이나 이마를 때렸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장인 이씨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를 나와 자신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교회를 이어받은 뒤 학교도 함께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 누리집에는 자신들이 전세계 154개 회원국이 있는 ‘내일의 학교’(School of Tomorrow)의 회원학교이며 졸업하면 미국에서 학력을 인증받는 것처럼 소개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내일의 학교’ 한국지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는 회원학교가 없다”며 “크리스쳔리더스국제학교는 ‘내일의 학교’에서 만드는 교과서를 가져다가 사용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 학교 교장과 교사, 학생들은 <한겨레>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미인가 대안학교는 명칭에 ‘학교’를 넣으면 불법”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신고로 지난 14일 경찰의 수사와 교육청의 조사가 시작되자 이 학교는 지난 28일 문을 닫았다.

김지훈 김효진 기자 watchdog@hani.co.kr

공식 SNS [통하니] [트위터] [미투데이] | 구독신청 [한겨레신문] [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