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밥차’ 대학생 복지 운동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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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1.11.01. 오전 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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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원 도시락 인기 숙명여대 학생들이 31일 총학생회가 운영하는 ‘반값 밥차’ 앞에서 도시락을 사고 있다. 총학생회는 학교식당보다 값이 싼 도시락을 주문해 생활비를 아끼려는 학생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ㆍ이대·숙대 등 확산

“원가에 드립니다. 치킨 도시락 2500원, 참치 도시락도 2500원입니다.” 31일 낮 12시쯤 숙명여대 교내 ‘반값 밥차’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오후 1시가 되기도 전에 물량 100개가 동이 났다. 숙대 학생회는 지난달 17일부터 금요일을 제외한 평일에 ‘반값 밥차’를 운영하고 있다. 비싼 등록금에 밥 한 끼 챙겨먹기에도 빠듯한 학생들이 자구책을 마련하고 나선 것이다.

■ 학생식당 대신 ‘반값 밥차’

이날 숙대에서 반값 도시락을 구입한 한지혜씨(23·생명과학과 4학년)는 “밖에서 먹으면 한 끼 5000원은 드는데 저렴해서 구입했다”며 “학생식당은 학교 밖보다 가격은 싸지만 맛이 상대적으로 별로”라고 말했다. 김바다씨(22·시각영상디자인학과 3학년)는 “학생식당 밥값이 입학했을 때와 비교하면 500~700원 오른 것 같다”며 “물가 인상분이 반영됐겠지만, 학교가 학생 밥값 문제는 학생복지 차원에서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숙대 ‘반값 생활비 운동본부장’ 김혜숙씨(21)는 “그동안 학생식당이 학내에서 이윤을 얻는 업체를 위해 가격을 계속 올리면서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만 해왔다”며 “학교와 협상해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10월6일부터 21일까지 16일간 ‘반값 밥집’을 운영했다. 식사는 2200원, 주먹밥은 1300원에 팔았다. 학생식당은 가장 싼 음식도 2500원이다. 서강대 총학생회도 지난달 14일부터 27일까지 밥차를 운영한 뒤 학교 본부에 개선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반값 밥차를 바라보는 시각은 학교마다 다르다.

이대에선 학교 측이 학생들의 식당 리모델링 요구를 받아들이고 모니터링단에게 식권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학생회 측에서는 맛과 메뉴 개선을 위해 학교 측에서 금액을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강대 측은 ‘반값 밥차’를 운영한 학생들이 ‘교내에서 장사를 하면 안된다’는 학칙을 어겼다며 처벌 방침을 밝혔다. 학생들은 이에 반발하며 서명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연세대는 밥차 운영을 따로 하지 않고 지난 1학기에 학생식당 개선운동을 진행했다. 그 결과 2학기부터 학내 한 식당의 백반 가격을 3000원에서 2500원으로 내리는 데 성공했다.

■ 커피전문점 대신 ‘반값 카페’

고려대에선 ‘반값 카페’가 등장했다. 고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26~29일 ‘반값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1000원에 팔았다.

현재 고려대 안에 입점해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14곳으로 ㄱ커피전문점은 3800원에, ㄴ커피전문점은 3600원에 아메리카노를 판매한다. 고대 학생회가 조사한 결과 아메리카노(최저가 기준)를 이대에선 600원, 중앙대 1000원, 서울대·서강대·덕성여대 1200원 등에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대 총학생회 측은 “우리 학교에선 가장 싼 아메리카노도 1800원”이라고 했다.

유지영 고대 부총학생회장(24)은 “커피전문점을 입점시키면서 학생 자치공간, 스터디공간은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며 “(학생들이 조모임이나 스터디를 하기 위해 커피숍을 찾게 돼) 등록금 외에 한 번 더 돈을 내는 셈”이라고 말했다. 성민경씨(21·식품자원경제학과 3학년)는 “커피전문점 자리에 학내 자치공간을 만들자는 주장에 공감한다”고 했다. 3일간 진행된 반값 카페 운동에는 300여명의 학생이 참여해 지지 서명을 했다.

<정희완·배문규·이혜인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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