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지원서 변조해 억지 합격시키는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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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학생 "소녀가장인 제가 만만한가봐요"

[대구CBS 김세훈 기자] 한 종합대학교가 첨부서류를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수시전형 지원서를 임의대로 고쳐 지원자를 억지 합격처리하는 일이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

학교는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합격 취소를 해달라는 학생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어 피해 학생은 희망하는 대학의 정시전형에 지원 할 기회조차 박탈당할 처지에 놓였다.

◈ "수시전형 지원, 알고 보니 부실학교"

1일 대구에 사는 소녀가장 김민정(18.가명 고교 3년)양은 수능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도무지 공부가 손에 잡히질 않는다.

입학을 원치 않는 대학의 수시전형에 덜컥 합격하는 바람에 정시전형 지원 자격을 잃었기 때문이다.

민정이가 경북 경주에 있는 A 사립대가 실시한 수시전형에 지원서를 제출한 건 지난 9월초.

민정이는 "당시 입학설명회차 대학교에서 온 교수님 말만 믿고 기회균형(기초생활수급자) 특별전형으로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실수했다는 걸 알았어요. 그 학교는 교과부가 선정한 부실대학이었습니다"고 말했다.

원서 접수 마감이 끝나기 전, 민정이는 부랴부랴 A학교에 응시 지원 취소를 요청했다.

또 특별전형 지원 전형인 만큼 수급자 증명서 등 별도의 첨부서류는 아예 제출하지도 않았다.

서류미비로 자연스레 불합격 처리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특별전형 지원서가 일반전형으로 둔갑"

그러다 지난 달 12일쯤, 민정이는 A학교로부터 날벼락 같은 합격자 통보를 받았다.

영문도 모르는 채 자초지정을 확인한 민정이는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특별전형으로 낸 자신의 수시전형 지원서가 일반전형으로 바뀌어 있었던 것.

민정이는 "학교가 지원 전형을 멋대로 바꾸면서 내게 동의 한번 구하지도 않았어요. 학교는 내가 실수로 지원서를 잘못 작성했다고 판단해 임의대로 고쳤다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되는건가요”라며 울먹였다.

A 학교는 지원서 수정 경위에 대해 수시로 말을 바꾸다가 급기야는 학생의 어려운 처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지원전형을 바꿨다는 궤변을 늘어놨다.

A학교 구모 교수는 CBS와의 통화에서 "담임선생님에게서 민정이가 소녀가장이라는 소식을 전해듣고 일반전형 방식이 합격에 더 유리한 것 같아 선의로 지원서를 고쳤다”는 터무니 없는 설명을 둘러댔다.

더욱이 학교는 명백한 착오를 시인하면서도 합격을 취소해달라는 학생의 거듭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때문에 민정이는 울며 겨자먹기로 몇몇 전문대학교에 2차 수시전형 지원서를 넣어 둔 상태다.

"A학교는 가기 싫고, 정시 지원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대학에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것밖에 없어요" "기초생활수급자인 제가 재수 할 형편은 되지 않거든요"라고 민정이는 울먹였다.

◈ 입시전문가, "대학은 교과부 징계감"

입시 전문가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통상 입학지원서 제출 서류가 미비 할 경우 불합격 처리하거나 아예 원서접수 처리를 하지 않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계명대학교 강문식 입학처장은 “학교가 임의대로 지원서를 변조한 셈인데 형사 처벌은 제쳐놓고라도 교과부 징계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입학전형지원실 관계자는 "전형과정에서 학교의 행정 착오가 있었다면 학생은 이의절차를 밟아 항의할 수 있고, 학교는 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일부 전문가들은 학교측이 이른바 입학장사에 목을 메다 무리수 둔 것 아니겠냐는 추측도 내놨다.

민정이는 대학교의 안하무인격 횡포에 홀로 맞서면서 몸도 마음도 지쳤다.

"항의하고 애원도 하는 과정에서 학교가 저를 가지고 논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새삼스레 부모 형제 하나 없다는 사실이 원망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1일 취재가 시작되자 A학교는 뒤늦게 불합격 처리 의사를 밝혀지만, 민정이는 앞서 제출한 2차 수시전형 지원 취소가 여의치 않아 또 발목이 잡히고 있다.

hun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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