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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은평구 '연은초등학교' 이전통폐합 통보에

서부교육청 · 학부모간 대립 이어져

[노컷뉴스 송지현 인턴기자] 가을 바람이 유난히 차가웠던 지난 28일. 서울시 은평구 응암동에 위치한 1600평 남짓한 연은초등학교를 비추는 늦가을 햇살이 유난히 외로워 보였다.

그 햇살을 뒤로하고 학교 정문에서는 이 날도 스무 명 가량의 학부모들의 시위가 계속됐다. 확성기를 사용해 떠들썩하거나 전경들에 둘러싸인 살벌한 집회는 아니었지만 피켓을 들고있는 그들의 눈빛은 누구보다 깊어보였다.


“연은초등학교 이전통폐합 결사반대”라는 피켓 뒤로 보이는 교정에서는 연은초등학교 이전 통폐합을 두고 서부교육청과의 학부모단체의 2차 협의회가 진행 중이었다.

지난달 10일 열렸던 1차 모임에 이은 두 번째 협의회지만 교육청과 학부모들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이 날 협의회에는 연은초등학교 이전 통폐합을 추진하는 서부교육청 담당자들과 이에 반대하는 연은초등학교 학부모 단체가 참여해 통폐합을 둘러싸고 설전을 이어갔다.

갈등은 지난 10월10일 연은초등학교가 인근의 응암초등학교로 통폐합되어야 한다는 교육청의 통보로부터 시작됐다. 서부교육청은 출산율 저하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와 응암3동에 새로 입주된 아파트 단지 내 초등학교 신설 필요를 이유로 연은초 통폐합을 결정했다. 지난 8월 재개발로 응암동 7,8,9구역에 힐스테이트 아파트가 들어서자 단지 내 초등학교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협의회에 참석한 녹색어머니회 소속 한 학부모는 “교육청이 추진하려는 연은초 통폐합은 아무런 명분이 없다. 우리 학교는 통폐합 대상이 되는 소규모 학교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재개발 전에 살던 아이들 모두 응암초(연은초가 이전될 학교)로 통학했는데 왜 꼭 새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 내에 학교가 세워져야 하는가”라며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급 아파트 단지 내/외로 학교를 구분지어 아이들에게 이질감만을 키워줄 것이고, 30년도 채되지 않은 학교를 폐교하고 바로 옆에 학교를 신설하면서 혈세가 남용되는 비합리적인 행정처분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 서부교육청 관계자는 적정규모의 학급을 유지하는 것이 경제적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오는 2014년이면 연은초의 총학생수는 500명 가량으로 줄어들 것이다”며 “학생 수가 500명 이상은 돼야 학생들이 교과과정을 제대로 배울 수 있고 인지능력이나 학업태도도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체 학생들에게 똑같은 수준의 혜택이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적정규모의 학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은초의 한 학부모는 “학생 수의 감소가 주된 원인이라면 행정구역 재배치나 학군배정제로 학생 수를 조정하면 된다”며 "근교의 은명초, 북가좌초, 연가초 등에서는 학생 수가 포화 상태라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므로 근교 초등학교 학생들을 연은초등학교로 이전시키는 방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연은초등학교 통폐합이 당국의 수익사업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고 있다. 의혹의 불씨는 2009년 작성됐던 ‘학교 이전 적지의 활용’이라는 연구논문에서 비롯되고 있다.

'서울시 은평구 A 초등학교를 중심으로'라는 부제의 이 연구논문은 인천교육청 소속 공무원이 작성한 것으로 해당 'A교'가 단번에 연은초등학교임을 알 수 있다. 논문은 'A'초등학교를 공동주택지로 전환 개발할 때 약 630억원의 수익이 예측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한 주민은 연은초 이전 통폐합 소문이 돌기 시작한 때와 논문의 연구주제를 결정했던 시점이 맞아떨어진다며 "수익사업 때문에 학교가 통폐합 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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