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정보로 홍보 마케팅?... 얼빠진 교과부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강정민 기자]

"엄마, 교원평가 안 할 거야?!"

아이가 들어오면서 거의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따진다. 나는 학교에서 하라는 교원평가를 안 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10일)은 아이의 불만이 폭발했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보낸 교원평가 안내문은 다섯 장이 넘는다. 학교에서 같은 주제로 이렇게 여러 번 안내문을 보낸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다. 작년엔 안내문을 한두 번 보내고 별 말이 없어서 교원평가를 안 했는데,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내키지 않았지만 교원평가를 위해서 'NEIS(국가교육정보시스템)' 사이트에 접속을 하였다.

교원평가를 하려면 NEIS 사이트에서 학부모 회원가입을 한 후,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본인확인을 해야 한다. 회원가입을 원치 않는 경우에는 비회원으로 교원평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공인인증서를 통한 본인 확인이 꼭 필요하다. 물론 서비스 이용에는 제한이 있다. 교과부는 공인인증서가 없는 학부모는 '무료' 학부모용 공인인증서를 신청하라고 했다. 공인인증서가 없는 나는 학부모용 공인인증서 신청 버튼을 클릭했다.

그랬더니 관련 약관이 나왔다. 내가 동의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꼼꼼히 하나하나 확인을 했다. 이용약관 동의, 개인정보 수집 이용 동의, 개인정보의 홍보 마케팅 동의 등이 나온다. '개인정보의 홍보 마케팅 동의' 항목에서 내 눈이 멈췄다. 이상하다. 왜 이런 내용이 있지? 자세한 설명이 담긴 작은 글씨를 읽었다.

본인 확인 받으려면 '개인정보 제공' 동의하라고?

나이스 사이트의 학부모 서비스
ⓒ 나이스 누리집

"한국정보인증은 고객님께서 제공하신 개인 정보를 이벤트 등 광고성 정보전달, 공인인증서비스 및 기타서비스의 홍보 및 마케팅, 접속 빈도 파악 또는 회원의 서비스 이용에 대한 통계 파악 등에 활용하고자 관계 법령에 따라 고지하오니, 동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벤트 등 광고성 정보전달? '동의하지 않는다'에 체크를 했다. 그리고 '확인' 버튼을 누르니 가입이 안 된다. 기가 막혔다. 교과부는 교원평가를 위해서는 공인인증서가 꼭 필요하며 공인인증서가 없는 학부모에게는 무료 인증서를 신청하라 했다. 그런데 학부모는 개인정보를 한국정보인증에서 홍보 마케팅 자료로 제공하는 데 동의해야 한단다. 과연 이런 자세한 내용을 알고 '학부모용 공인인증서'를 신청한 학부모가 얼마나 될까?

교과부는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런 항목을 용인했을까 궁금해졌다. 교과부에 전화해 의견을 물었다. 교과부 NEIS 담당자의 의견은 "학부모용 공인인증서 발급 시 개인정보의 홍보 마케팅 활용에 동의해야 하는 항목이 나온다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확인 후에 교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NEIS는 어마어마한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다. 학부모 회원의 경우 학부모의 성명과 주소, 연락처, 주민번호, 자녀의 성명과 주민번호 그리고 성적과 건강기록까지.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정보가 해킹당할 위험성과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교과부는 개인정보에 대한 더욱 더 철처한 보호의지를 가지고, NEIS 시스템을 만들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교원평가는 다 끝나는데 12월에 고치면 무슨 소용

학부모용 공인인증서 신청시 '개인정보 홍보 마케팅 동의'를 하지 않으면 가입이 안 된다.
ⓒ 나이스 누리집

교과부에서 연락을 했는지, 공인인증서 서비스를 하고 있는 '한국정보인증'에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건 담당자는 학부모용 공인인증서 가입절차에 대한 해명 차원에서 전화를 했다고 했다.

담당자는 "현재 시스템상에서는 다섯 가지 항목을 일괄 동의해야 가입이 되는데, 이것을 개별 동의로 바꿀 계획이다"라고 했다. 그러면 개인정보 홍보 마케팅에 동의를 안 해도 가입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바꾸는 데 "기술적인 문제로 시간이 필요하다"며 "12월에 완료할 예정이니 그때까지 양해를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정보인증이 개별동의로 바꾸겠다고 말한 12월이면 올해 교원평가가 사실상 끝난 시기이다(내가 사는 지역은 교원평가를 11월 25일까지 해야 한다. 교원평가 기한은 교육청별로 다르지만 대부분 11월 말, 늦어도 12월 초까지 하게 돼 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학부모는 고치기 전 시스템으로 학부모용 공인인증서를 신청하게 된다.

또한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하라고 한 것이니까 별 의심 없이 약관에 동의를 하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학부모들은 원치도 않게 자신들의 정보가 홍보 마케팅에 ?용되는 것을 감당해야 한다. 그런 피해를 봐야 하는 학부모가 한둘이 아닐 텐데, 과연 이 일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최근 주요기사]
☞ "애들이 아픈 건 다 네 탓"등돌린 남편
☞ '성분' 속인 막걸리, 청와대 납품... 여깁니다
☞ 환경부 장관님, 자기 얼굴에 침 뱉으셨군요
☞ 연두색 배낭에 도시락... 원순씨, 북한산에 떴다
☞ "그 여배우의 노출을 나만 몰랐다니까!"


오마이뉴스 아이폰 앱 출시! 지금 다운받으세요.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