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 0명 'MB학교'... "죽기 직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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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윤근혁 기자]
19개 교육시민단체들의 모임인 행복교육연대가 23일 오전 교과부 앞에서 '자사고 정책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 윤근혁

"방금 폭탄 맞고 죽기 일보직전이라니까요. 우리 학교 어떻게 할지 답변할 사람 한 명도 없습니다."

23일 뚜껑을 열어본 결과 8학급 293명 모집(정원 외 모집 포함)에 지원자 0명. 사상 초유의 0% 응시율을 나타낸 서울시교육청 소속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동양고 관계자가 24일 오전 털어놓은 말이다.

학부모의 '귀족 학교' 외면에 파산위기... 워크아웃 감행

동양고만이 아니다. 다른 상당수 자사고도 술렁이고 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한 자사고가 서울에서만 전체 26개교(전국 모집 하나고 제외) 가운데 42%인 11개 교다. 평균 경쟁률도 '미달 사태'로 논란이 된 지난해의 1.39대 1보다도 낮은 1.26대 1에 그쳤다. 2010학년도부터 학생들을 뽑기 시작한 자사고가 3년 연속 미달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해 교육비 1000만 원에 이르는 '귀족 학교'를 학부모들이 외면한 탓이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지난 10월 한 자사고에 대해 사상 초유의 워크아웃(파산직전 긴급 지원)을 감행하고 혈세 7억 원을 슬그머니 지원하기에 이르렀다. 워크아웃 신청 학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사정이 심각하게 돌아감에 따라 당초 자사고를 입안한 이주호 교과부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교육시민단체들은 물론 시·도교육청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몇몇 진보 교육단체는 최근의 '역사교과서 관련 교육과정 실정'과 함께 묶어 이 장관 퇴진운동을 검토하고 있다. .

자사고는 2007년 '이명박 후보 일류국가비전위 교육분과위원장'을 맡은 현 이주호 장관이 입안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MB표 학교'다.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사고 100개교 지정계획이었다. 이 장관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처럼 자신의 자사고 정책을 치켜세웠다.

<서울신문> 2007년 10월 12일 자 5면 기사.
ⓒ 서울신문 PDF

"자사고의 취지는 해당 학교만 우수 학교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학교 모델을 만들어 확대시키는 것이다. 다른 학교도 이에 자극을 받아 더 잘 하려고 경쟁할 것이다. (중략) 자사고는 경쟁의 촉매제가 될 것이다." - 2007년 12월 26일 자 <서울신문>

"지금도 특목고 가려는 학생들 사이에 과외가 적지 않다. 들어가려는 학교 자체가 적어서다. 자사고 등 300개 학교를 일반고에서 전환하면 그만큼 학생이 들어갈 기회가 많아지게 되고 과외비도 줄게 될 것이다." - 2007년 10월 12일 자 <서울신문>

서울시교육청 "자사고 때문에 일반고 학생들 피해"

이 장관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위 간사,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교과부차관, 교과부장관을 거치며 이 자사고 정책을 밀어붙여왔다. 이 과정에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의 전폭적인 힘을 빌려 전체 자사고 51개 가운데 53%인 27개교를 서울에 지정했다.

임정훈 전교조 대변인은 "자사고 정책이 사실상 실패한 것은 이 장관이 빚어낸 참극"이라고 지적했다.

참교육학부모회, 흥사단교육운동본부 등 19개 교육시민단체가 모인 행복세상을여는교육연대의 한만중 상임집행위원장도 "3년 연속 미달 사태는 자사고 정책의 파산을 뜻하는 것"이라면서 "이 문제를 만든 이 장관이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자사고 입시 자율화 시행령'과 같은 꼼수를 쓴다면 더 큰 화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도 "자사고 미달 사태의 책임은 경제 여건으로 입학 자격을 구분 지은 이 장관에게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미달 사태에 대해 "일반고 학생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교육청 한 중견관리는 "동양고 주변 학교를 비롯해 미달 자사고 주변의 일반 고교의 학급당 학생 수가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지역 178개의 일반고 가운데 15%에 이르는 27개교가 일반고에서 자사고로 전환했는데, 이들 학교가 미달되다보니 주변 고교로 학생들을 더 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시교육청 중견관리는 "자사고로 고교정책을 엉망으로 만든 이 장관이 결국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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