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특목·자율고 ‘학생부 조작’ 사실로

송현숙 기자

‘다소 다혈질적인 면’ → ‘올곧은 성품이 돋보임’… 빈 칸엔 ‘다양한 독서’

교육청, 23개교 1261건 적발·220여명 징계

서울지역의 상당수 특수목적고와 자율형 사립고에서 고3 수험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무단으로 정정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5일 서울시내 308개 고교 가운데 학생부 정정 건수가 많은 30개 학교를 선정해 감사를 벌인 결과 23개교에서 1261건의 지적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학생부 부실관리와 관련해 교장·교감·교사 29명을 경징계(감봉·견책)하고, 198명에 대해선 주의·경고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감사 결과 학생부 정정은 일반계고보다 내신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자율형 사립고와 특목고에서 많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 대상 30개 고교 가운데 특목고 11곳(외고 6곳·국제고 1곳·과학고 2곳·예술고 2곳), 자율형 사립고 9곳, 일반계·특성화고 2곳, 자율형 공립고 1곳 등에서 학생부 무단정정 사례가 발견됐다.

서울 특목·자율고 ‘학생부 조작’ 사실로

주로 대입 전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진로지도(550건)나 독서(359건), 특별활동상황(268건), 봉사활동(8건) 등의 내용을 임의로 수정하거나 추가 입력 또는 삭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입학사정관제 확대로 학생부 기록이 중요해지면서 고1·2 때의 생활기록부 내용을 입시에 유리하게 바꿔준 것이다.

예를 들어 ‘다소 다혈질적인 면이 있으나 남자다운 멋과 의리가 있음. 자신의 감정을 조금만 더 조절한다면…’은 ‘남자다운 멋과 의리가 있고 올곧은 성품이 돋보임’으로 바뀌고, 아예 빈 칸으로 남아 있던 창의적 재량활동 영역은 ‘다양한 독서와 이를 바탕으로 글을 작성’했다는 내용으로 탈바꿈했다. 특정 직종의 꿈을 장기간 키웠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1학년 때 외교관, 2학년 때 교수, 3학년 때 교수’였던 장래희망을 1~3학년 모두 ‘교수’로 통일하는 식으로 장래희망을 수정하는 등의 사례도 적지 않았다. 대부분 학생과 학부모의 요청에 따라 3학년 담임교사가 내용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부 문제는 학교에 대한 신뢰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사안인 만큼 앞으로도 감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생부의 신뢰성 문제가 불거지자 서류 무단정정 행위를 ‘학생 성적 관련 비위’로 분류해 관련자를 중징계한다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교비 수십억원을 횡령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외고 재단 이모 전 이사장과 감사 2명에게 취임승인 취소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은 지난해 학교 법인카드를 백화점이나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등 생활비 명목으로 3억1000만원을 썼다. 이 전 이사장 일가가 2005년부터 이런 식으로 빼돌린 돈은 17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6월 구속기소되면서 이사장직에서 물러났지만 교육청 감사가 시작될 때까지 이사 신분은 유지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재단 측이 7일까지 이 전 이사장 등이 저지른 비리를 바로잡고 손실액을 회수하지 않을 경우 현 이사장과 이사 6명의 임원 취임 승인도 취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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