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은 결국 늘어난다” 수능 개편안에 학부모는 걱정, 학원들은 반색

김경학 기자
한 학생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지나가며 간판을 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 학생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지나가며 간판을 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안이든 2안이든 새 과목이 추가되면 사교육 수요는 늘어날 겁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 관계자)

교육부가 지난 10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절대평가 과목을 2개에서 4개로 늘리는 1안이나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로 하는 2안을 내놓고 의견을 모아 확정짓겠다고 했다. 이 소식에 귀를 곧추세운 건 사교육계다. 어떤 쪽으로 정해지든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이 추가돼 사교육은 더 활기를 띨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은 문·이과 통합이라는 2015개정교육과정 취지를 살리기 위해 새로 생기는 과목이다. 통합사회는 일반사회·지리·윤리·역사 4개 과목, 통합과학은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4개 과목의 내용을 토대로 한다. 사회는 사회, 과학은 과학 관련 과목끼리 큰틀에서 주제로 묶는 형식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정 과목을 전공한 교사가 4과목이 융합된 부분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며 본래 취지와 달리 통합교과를 쪼개 수업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각 과목별 교사들이 힘에 부친 그 틈을 메우는 것은 사교육 시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15일 학부모들이 많이 들어가는 인터넷 커뮤니티들에는 정부의 수능 개편안 2가지가 발표된 뒤 “통합과목은 어떻게 가르쳐서 어떻게 평가하겠다는 것이냐”, “결국은 학원에서 알아서 해줄 것”,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 아무리 절대평가라지만 공부 분량이 적지 않을 것같다”는 의견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엄마의 정보력’ 운운하게 만들어서, 돈 싸들고 학원이니 컨설팅업체니 찾아가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반면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을 새로 만든 것이 꼭 사교육을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교과서나 출제 유형, 대학반영률 등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사교육이 더 늘어날지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과거의 통합논술 같은 형태로 문제가 출제되면 학교교육만으로 대비하기 어려워 사교육 시장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절대평가 과목인 ‘통합사회·통합과학’이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되고 대학들이 특정 등급 이상에 모두 만점을 준다면 사교육이 그리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입시 전문가들은 사교육이 늘어날 것이냐, 줄어들 것이냐를 기준으로 봤을 때 교육부가 내놓은 수능 개편안 두 가지는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냉정히 말해 사교육을 기준으로만 보면 두 안 모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과목 절대평가를 하면 상대평가 과목인 국어·수학·탐구 과목에 사교육이 집중되고, 전 과목 절대평가로 내신의 비중이 커지면 내신에 사교육이 집중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수능·내신 모두 사교육을 받는 학생 등을 감안하면 전 과목 절대평가로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안이 사교육을 줄이는 측면에서는 낫다는 분석도 있다. 주 교장은 “어떤 방식이든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인을 완벽히 잠재우기는 어렵지만 절대평가로 가는 편이 그래도 낫다”면서 “1안은 국어·수학·탐구 등 상대평가 과목에 대한 공포감이 훨씬 커 사교육에 좀 더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명주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도 “상대평가라면 같은 1등급이라도 표준점수·백분위에서 1%, 0.1%를 올리기 위해 사교육을 하지만 전 과목이 절대평가가 되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대입을 위한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능 절대평가를 넘어 대입 전형을 단순화해야 한다고 이들은 말했다. 나 부회장은 “대입 전형이 복잡해 교사들조차 다 파악하기 어려우니 학부모들은 학원에 가서 컨설팅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사교육 총량을 줄일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면 창의적 인재 양성에 맞게 공교육을 진화시켜 문제풀이식 사교육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 소장은 “정책의 접근을 사교육 막는 것에 두지 말고 공교육 정상화에 둬야 한다”며 “전 과목 절대평가를 바탕으로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이를 통해 사교육도 진화하게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사교육 풍선효과 등 수능 개편안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 오는 31일 개편안 확정 때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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