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비위로 얼룩진 교단①] 학생 노리는 교사… 시작하면 끝을 모르고 뻗는 손

※ 편집자주=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성비위로부터 자유로운 학교가 없다. 학생들은 성추행·폭행 대상이 됐고, 확인된 관련 사례 건수는 최근 3년 새 3배로 급증했다. 교사, 교수 등 피의자의 상당수가 다시 수업에 복귀하고, 학교는 이를 감추고 덮기에만 급급한 가운데 학생들은 제2의 고통을 받는다.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교단의 성비위 사건들을 들여다보고, 근절 대안을 찾아본다.

본분과 책임을 망각한 교사들의 손이 학생들을 향하고 있다. 학생을 상대하는 생활에서 본보기가 돼야할 교사들은 자신의 권한을 우월적 지위로 착각해 지우기 힘든 상처를 남기고 있다. 위신을 따지며 문제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동여매는 학교는 사실상 이 같은 행동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예방 관리 및 사후 조치 등을 다시 한번 촉구하고 있다.

◇ 전력 있어도 다시 교단에… 한번 손대기 시작하면 수십명 피해

지난 2014년 교실에서 8개월 간 7차례에 걸쳐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충남의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 A씨가 올해 5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학업성취도 평가시험의 답안을 고쳐줬다는 것을 빌미로 피해학생을 유인해 거듭 추행을 저질렀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전력, 범행 수법과 횟수, 범행이 반복된 점 등을 감안하면 습벽이 인정된다”며 “이 건은 ‘소아성애증’으로 인한 범행이며, 그 증상을 치료하지 않으면 재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십여 년 전 경기도의 한 초등교사로 재직하면서 10살짜리 제자 7명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해임된 전력이 있다. 당시 A씨는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면서 공소가 기각됐고, 2002년 충남에서 임용시험을 보고 다시 신규 채용됐다. 이에 학부모들은 인물 검증 없는 교사 임용이 벌어지고 있다며 분노했다.

지난 8월엔 전교 여학생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72명을 성추행해 파문을 일으킨 여주 지역의 고등학교 교사 2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체육교사이자 교내 인권 담당 안전생활부장직을 맡고 있던 교사 B씨는 지난해 4월부터 여학생 31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학교의 또 다른 교사 C씨는 2015년 3월부터 3학년 담임교사로 재직하면서 학교 복도 등에서 마주치는 여학생 55명의 엉덩이 등을 만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교사는 ‘안마를 해주겠다’는 등의 얘기를 하며 접근해 학생들의 신체를 만지거나 옆구리를 꼬집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여학생 중 14명은 B씨와 C씨 모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교실 및 승용차에서 초등학생과 수차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세상을 놀라게 한 경남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 D씨는 지난 29일 파면됐다. 도교육청은 사안이 사안인 만큼 D교사가 더 이상 교사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D씨는 죄를 인정하며 징계위에 참석하지 않았다.

피해학생과 9차례 성관계를 한 D씨는 휴대폰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얼굴이 나온 반나체 사진을 보내기도 했으며, “학생이 너무 잘 생겨서 충동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당시 D씨는 기혼녀로, 자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성비위로 인한 교원의 징계 건수는 2014년 44건에서 지난해 135건으로 3배가 늘었다. 학교 성비위 사건이 잇따르면서 교육부가 ‘교육공무원 징계령’,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 등을 개정해 징계를 강화했지만 실효를 거두진 못했다는 진단이다.

지난해 박경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실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교원 성비위 징계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성비위로 징계 받은 교원 258명 중 43%에 달하는 111명이 여전히 학생들과 함께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 중 33명은 경징계 중 가장 낮은 징계인 ‘견책’ 처분을, 56명은 낮은 중징계에 속하는 ‘정직 1∼3개월’ 또는 ‘정직’ 처분을 받고 교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의 징계 사유는 학생 성희롱 및 성추행,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준강간, 수업 중 학생 다리와 치마 속 촬영, 학생 신체를 쓰다듬거나 만짐 등이었다. 특수강간, 미성년자 성매매 등으로 해임, 파면 처분이 내려져 교단에 설 수 없게 된 ‘배제징계’ 교원은 146명이었다.

나명주 참교육학부모회 수석 부회장은 “징계를 받더라도 교원소청심사위원회나 행정심판 통해 복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피해학생에겐 평생 트라우마로 남는 일인 만큼 다른 법과 형평성을 따질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권한을 권력 삼아”… 손 놓고 있는 동료 교사들

학부모 및 전문가들은 교내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교사가 학생 위에서 관리하고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갑을 문화’를 꼽았다. 성적은 물론 생활태도 등에 대한 주문을 하면서 학생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무리한 요구 등을 함부로 해도 된다는 권의의식이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홍창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은 “학생과 교사 간 성문제를 바라보는 인식 차이가 여전히 큰데 교사들 중에선 자신이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교사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학교생활 중 발생하는 성비위와 관련해선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학생들의 기준에 맞춰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자신이 저지른 성비위가 학교에서 불거지더라도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면서 범행을 계속한다”며 “학생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생활기록부 작성 등의 권한을 권력 삼아 자신의 행동이 무방하다고 해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학생의 정신적·육체적 고통보다 학교의 위신 등을 더 중요하게 보는 동료 교사 및 학교장의 안일한 대처도 도마에 오른다. 여주의 한 고교에서 교사 두 명이 2년여에 걸쳐 여제자 72명을 성추행 했지만, 학교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추행을 목격하거나 얘기를 전해들은 동료 교사들이 있었을 텐데 식구 감싸듯 손을 놓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권현정 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학생을 상대로 한 성비위를 동료 교사들이 눈 감고 덮어주는 분위기가 피해학생의 신고를 지연시키는 결정적 원인이기도 하다”면서 “교사들이 학교 안에서 다시 2차 피해까지 낳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학교라는 폐쇄적 공간에서 성비위가 상당기간 용인됐다는 얘기이며 이를 무마하는 데 급급한 환경 또한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며 “학생들의 피해상황을 제때 외부로 알릴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허술한 현 징계체제로는 성비위 사건을 끊지 못할 것이라고 피력한다. 앞서 2015년 교육부는 ‘학교 내 교원 성범죄 근절을 위한 고강도 대책’을 발표하면서 일명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을 적용해 교원 성범죄에 대한 재발방지를 분명히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파면, 해임 등 배제징계에 해당하는 징계를 받은 심각한 사건은 오히려 더 증가했다.

나 부회장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시행되고 있어도 문제의 교사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대책이 있느냐고 교육당국에 문의를 하면 형식적 답변만 돌아온다”며 “교단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특별법 제정 등의 강력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전했다.

권 소장은 “교사는 사회적 책무가 큰 사람으로 설령 아이들이 느끼지 못하더라도 성적으로 아이들의 기준을 혼란시키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교사 스스로 윤리와 도덕성을 제고하는 자정 노력을 해야 하며 학교, 교육청 차원에서는 결단을 갖고 명확한 예방교육과 사후처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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