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공약도 몰라”…‘깜깜이’ 교육감 선거, 이대로 괜찮나

김태훈 기자
2018년 4월 10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동시지방선거 아동공약 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서울시장 및 교육감에게 제안하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2018년 4월 10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동시지방선거 아동공약 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서울시장 및 교육감에게 제안하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교육감 선거를 하는 줄도 몰랐는데…한 달 뒤라고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 이진원씨(38)는 “한 번도 후보를 본 적이 없다”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반문했다. 이씨가 살고 있는 대구는 27일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교육감 예비후보가 아무도 등록하지 않은 지자체다. 이씨도 시장과 구청장, 시·구의원 예비후보들의 거리 유세는 간간히 봤지만 교육감 선거는 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대구에선 현직 강은희 교육감이 단독출마해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깜깜이 선거’는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는 6월1일 실시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17개 시·도마다 각각 교육감을 뽑지만 어떤 후보가, 어떤 공약과 정책을 제시하는지를 파악하고 있는 유권자는 드물다.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그나마 학부모들이 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많다고는 하나 아직도 어떤 공약이 나오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당에 소속된 후보들을 뽑는 선거와 성격이 다르니 후보와 공약을 알리는 플랫폼이라도 갖추는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교육감 직선제는 지방자치제가 확대되며 교육자치를 실현한다는 취지로 2006년 12월에 도입됐다. 직선제 도입 직후에는 각 시·도별로 교육감 임기가 끝나면 선거를 실시했기 때문에 2007년 부산에서 첫 직선 교육감이 나왔고 2008년 서울, 2009년 경기·충남·경북 등에서 각각 단독선거를 치렀다.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교육감을 함께 뽑게 된 것은 2010년부터였다.

문제는 교육감 직선제가 본격 실시된 지 12년 넘게 흘렀음에도 이러한 깜깜이 선거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바로 직전인 2018년 지방선거를 치른 후 중앙선관위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권자의 관심도가 가장 낮은 선거는 교육감 선거(43.6%)로, 광역단체장(72.3%), 기초단체장(66.9%)은 물론 지방의원(46.9%)보다 떨어졌다. 이 여론조사에서는 교육감 후보 이름과 공약을 알지 못한 채 투표했다는 응답 비율이 21.2%에 달한 반면 알고 했다는 비율은 41.3%에 불과했다.

다른 선거에 비해 교육감 선거가 유독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선거철마다 깜깜이 현상이 반복되면서 모든 관심이 후보 단일화에만 쏠리는 문제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현직 교육감의 위상과 인지도를 다른 후보들이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다, 진보와 보수로 양분된 각 진영의 표를 단일후보가 독식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는 정치공학의 논리만 강하게 남은 탓이다. 이 때문에 정치 논리를 따를 바에야 아예 교육감 후보도 정당이 낼 수 있게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정당공천제나 러닝메이트제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교육감 선거의 정치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교육감 후보를 정당이 공천하는 방안이나 시·도지사 러닝메이트제를 실시하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교육감 선거가 정치화된 상황 자체가 문제라 그런 대안은 해법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한 명만 뽑는 선거보다는 여럿을 뽑는 선거가 더 민주적일 수 있다”며 교육감 대신 교육위원을 직선제로 뽑아 교육위원이 간선으로 교육감을 선출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유독 교육감 직선제만 폐해를 거론하는 주장이 온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전 제주대 교수는 “교육감을 직선제로 뽑기 때문에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주민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지, 관선으로 임명되거나 정당 공천을 거치면 권력이나 각 당의 이해관계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감 후보마다 각자의 인물과 정책을 주민들에게 전달하기 어려운 문제는 매니페스토 방식의 선거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고 교수는 “후보들의 모든 유세와 홍보활동, 비용까지 선관위가 일임하는 완전선거공영제를 실시하면 직선제에서 나타나는 깜깜이 선거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