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말하기.쓰기도 준비..사교육 '들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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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1.05.26. 오후 5:13
황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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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의 1차 예비시험에 참가한 수험생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자료사진)

중고교 현장 '과도기 혼란 심하다' 반발

초.중학교부터 사교육 열풍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황철환 기자 =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 빠르면 2015년에 치르는 2016학년도 수능부터 수능 영어시험을 대체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6학년도 수능 때까지 3차례 시범평가를 더 실시할 예정이지만, 내년에 시행되는 2013학년도 대입의 수시모집부터 일부 대학 및 학과를 대상으로 시범활용토록 할 방침이다.

2011학년도 대입에서도 68개 대학이 국제계열과 어학특기자 전형 등에서 토익이나 텝스 등 기존 영어능력시험을 전형요소로 활용했다.

여기에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만 추가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토익ㆍ토플이나 텝스와는 또다른 새로운 유형의 시험을 준비해야하는 부담은 클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을 수시모집에서 활용하는 대학이나 학과는 사전에 지원을 받고 명단을 미리 공개해 꼭 필요한 수험생만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을 보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 수험생들은 수시모집에 응시한 후 수능에도 응시한다.

이에 따라 고3 때(또는 대입지원자)만 볼 수 있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준비를 하면서 동시에 수능 외국어(영어)영역 준비도 병행해야한다.

2015년에 보는 2016학년도 수능부터 수능 영어영역이 없어지고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성적으로 대체되더라도, 2012-2014년까지 3년간 과도기에는 이런 현상이 이어진다.

사교육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교과부는 교육과정이 그에 맞게 변경되고, 학교 영어시간에 다 소화할 수 있도록 난이도가 높지 않아서 학원에 가서 준비하지 않아도 학교 수업만 충실히 하면 대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가영어능력평가 고등학생용 예비시험을 보고 있는 학생들 (자료사진)

하지만 학원가에서는 벌써부터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을 본격적으로 적용받는 중학생과 초등생들의 수요에 대비해 강좌 개설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일선 학교가 그런 시험을 준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어릴 때 영어를 많이 접한 학생들에게 매우 유리한 시험인 만큼 관련 사교육 시장이 대거 커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또다른 입시학원 관계자는 "조기 유학이나 외국 생활로 영어 말하기와 듣기에 익숙한 학생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험이 될 수 밖에 없다"며 "고교 때만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을 볼 수 있게 한다지만 중학교 때부터 일찌감치 이 시험에 대한 대비를 끝내려는 선행학습 수요에 부응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학원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교원ㆍ교육 단체들은 '학교와 교사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우려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손충모 부대변인은 "과거 한자능력검정시험이 도입되자 초등학생과 성인들 사이에서 한자 사교육 붐이 불었는데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새 시험이 공교육을 오히려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도 성명에서 "외고 입시 개선으로 간신히 영어사교육비 증가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정책은 말하기, 쓰기 대비 사교육 상품의 수요를 재촉해 사교육 시장에 엄청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수능 듣기가 그랬던 것처럼 난이도가 어렵지않고 패턴화된다면 사교육 영향력은 우려보다 적겠지만, 이렇게 불필요한 혼란과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급히 추진할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일선 고교의 한 영어 교사는 "영어 교육과정 개편, 수능개편,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등 줄줄이 이어지는 영어제도 변화 때문에 죽어나는 것은 교사들 뿐"이라며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출제자 및 채점자로 영어교사들이 참여한다는데 이 또한 상당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시험이 학교 교과서 수준의 난도를 유지한다면 이번 시험이 결과적으로 영어 교육을 실용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이날 서울 서울고에서 열린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및 영어과 교육과정 개정 방향 공개 토론회'에서도 사교육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빗발쳤다.

첫 토론자로 나선 권순영(청주 서원고) 교사는 교과부의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도입 및 영어교육과정 개편안을 환영하면서도 "사전에 충분한 기간을 두고 준비하지 않으면 학교현장의 혼란과 사교육을 유발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김봉호(충북 청원 양업고) 교사도 "사교육을 억제하기 위해 준비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과 학교단위 영어 말하기ㆍ쓰기 시험을 오히려 사교육이 홍보하고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픽> 현행 수능과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비교 (서울=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고등학생 대상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 듣기ㆍ읽기ㆍ말하기ㆍ쓰기 4개 영역에 대한 4등급 절대평가로 운영된다. 이 시험은 내년부터 일부대학 수시모집에 시범 활용되고, 빠르면 2016학년도 수능부터 외국어(영어) 영역을 대체한다. zeroground@yna.co.kr @yonhap_graphics(트위터)

이동현(서울 금융고) 교사도 "초등학생들이 국가영어능력시험에서 고득점을 받는 것을 학교생활에 있어서 최종목표로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면 초등학교에서부터 사교육비 증가 등 준비 과열 양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환웅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은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적용 일정이 너무 성급하다. 또 쉽고 재미있는 데다 인성을 개발하고 비판적 사고력까지 키우는 영어교수ㆍ학습방안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은 입시위주의 교육현실을 볼 때 지나치게 환상적이다"고 말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최미숙 대표도 TOSEL(토셀)과 TEPS(텝스) 등 기존의 한국형 영어시험이 있는 상황에서 국가시험을 추가로 만들어 학생들에게 적응 부담만 늘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대표는 이어 "아무리 새 시험이 점수 줄세우기를 지양한다고 해도 학부모 입장에서는 응시 기회가 고3으로 한정된데다 횟수 제한까지 있어 수능을 2번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종배 건국대 교수는 "정부안처럼 국가영어능력시험을 교육과정과 직접적으로 연계시키면 수능 문제 풀이 때문에 기존의 영어 수업이 파행적으로 이뤄지는 문제를 되풀이할 개연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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