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근절 노력” 높은 점수… “정부와 소통 부재”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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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1.05.30. 오전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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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학부모·교원·전문가 10명 설문… 진보·보수 따라 엇갈린 성적표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6월2일 전국에서 민선 교육감이 동시 선출됐다. 특히 이 중에서도 곽노현(서울), 김상곤(경기), 김승환(전북), 민병희(강원), 장만채(전남), 장휘국(광주) 등 6명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당선돼 화제를 모았다. 이들 교육감은 이른바 ‘진보교육감’으로 통했다. 진보교육감 당선 1년, 그 사이 우리 사회의 교육지형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진보교육감들의 핵심공약인 무상급식은 다른 지역으로도 파급되며 ‘보편복지냐 선별복지냐’ 논쟁의 불을 지폈다. 무상급식 논의는 이후 정부의 만 5세 공통교육과정과 한나라당의 반값 등록금 논의로 파급되고 있다.

교육비리 근절책과 파격 인사도 진보교육감들의 전매특허다. 체벌 금지로 대표되는 학생인권 신장에도 진보교육감들은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와의 갈등이 커졌고, 일부 정책은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였다.

29일 경향신문이 진보·중도·보수 성향의 교원·학부모·교육시민단체 대표와 교수, 전문가 등 10명을 인터뷰한 결과 진보교육감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한쪽에서는 잘한 정책으로 꼽히는 것이 다른 한쪽에선 잘못된 정책으로 꼽혔다. 진보 성향 인사들은 무상급식과 비리 척결, 학생인권조례, 학업성취도 평가 반대, 혁신학교 추진 등을 잘한 정책으로 꼽았지만, 보수 성향의 인사들은 비리 척결 외에는 평가절하했다.

진보교육감의 정책이 뿌리내리기 힘들었던 이유에 대해서 진보 성향 인사들은 “정부 및 지자체와의 갈등”을 거론했고, 보수 성향 인사들은 대체로 “소통 부재” ”정치적 이념에 매몰” 등 진보교육감 개개인의 문제로 돌렸다.

◇ 비리 척결·문예체 교육 높은 점수 = 보수·진보 인사 모두 교육감들의 비리 척결 노력에는 높은 점수를 주었다. 실제 교육계에서는 진보교육감이 뽑힌 게 ‘비리 교육감’ 때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특히 지난해 선거 직전 터진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의 비리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바꿔놓았다. ‘깨끗한 교육’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6명의 진보교육감은 취임 이후 대대적 사정작업을 벌이고 비리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섰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나 서정화 홍익대 명예교수, 신순용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대표,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학사모) 대표,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 등이 교육계 비리 척결을 잘한 정책으로 꼽았다. 안 회장과 서 교수 등은 진보교육감의 문예체 교육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진보교육감들이 잘못한 정책으로 진보 성향의 인사들은 서술형 평가와 수행평가 확대를 꼽았다.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등은 서술형·수행평가 확대 실시에 대해 “평가 방법을 개선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준비되지 않은 확대 시행으로 현장의 혼란을 부르며, 일부 부작용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 성향 인사들은 교원·학력평가에 소극적인 점, 체벌 전면금지와 학생인권조례 등을 잘못한 정책으로 꼽았다. 서정화 명예교수는 “평가는 교육의 질적 향상과 조직의 활력을 자극하는 기제로 작동될 수 있는데 학력·학교평가, 교원평가 등 평가에 대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답답하다”고 밝혔다. 이성호 중앙대 교수는 “교사의 합법적 권위가 없는 학교 교육은 무의미하다는, 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학생인권조례 추진을 잘못된 정책으로 지적했다.

◇ 교육현장과의 소통 당부 = 앞으로 우선시해야 할 사안으로 진보 성향 인사들은 학교 서열화 해소, 교원 사기 진작, 수업 혁신 등 교육의 본질적 부분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한 반면, 보수 성향 인사들은 수요자 중심의 의견 수렴과 학교 자율, 단위학교 지원을 강조했다. 교원의 사기 진작은 진보·보수 공통적으로 요구했다.

진보 쪽에서는 특히 학교 혁신을 시급한 과제로 봤다. 장은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학교 서열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폐지하고 공교육에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 학교 혁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진보교육감의 교육 개혁이 성공하려면 교육현장과의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양옥 교총 회장은 “교육감은 진보·보수의 개념이 있는 자리가 아니다.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모두의 교육감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순용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대표는 “학부모·학생의 기대와 만족도를 항상 염두에 두는 소비자 중심 교육인식”을, 장은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교육주체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주문했다.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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