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공개추진 중단하라
이명박 정부의 여러 정책 가운데 가장 걱정되는 분야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연 “교육이다”라고 말하겠다. 경제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지만 이 대통령의 전공이 그 것이라 하니 “언젠간 좋아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라도 갖는다. 한데 교육은 아니다. 극소수의 특권층과 부유층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자녀들의 앞이 안 보인다”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월 출범하자마자 영어몰입교육, 우열반 편성, 자율형사립고 확대 등의 교육정책을 쏟아냈다. 모두가 무한경쟁을 강조한 것들이다. 공교육 무력화와 사교육 시장 팽창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는 정책들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 실시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강남·서초 등 이른바 부자동네의 지지를 받은 후보가 당선돼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예측을 낳고 있다.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학교별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매년 국가에서 실시하는 초·중·고 학업성취도 시험 점수를 공개하겠다는 것. 한마디로 전국의 학교와 학생들을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공교육 붕괴와 사교육 팽창’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경쟁은 필요하다. 경쟁 없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경쟁에는 반드시 갖춰야 할 요건이 있다. 바로 공정성이다. 공정하지 못한 경쟁은 특혜일 뿐이다. 경쟁의 논리를 앞세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평가에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대한민국 사회의 교육양극화는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서울 강남과 수도권으로 대표되는 일부 부유·특권층과 지방, 특히 농어촌 지역간 교육격차는 하늘과 땅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을 하나의 단위로 묶어 평가를 하고 그 성적을 공개한다 하니 국민들이 걱정을 하는 것이다. 평가 결과야 불을 보듯 훤하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특목고 학생들이 맨 윗줄에 서고 지방과 농어촌 지역 학생들이 맨 끝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전국 학교별 학업성취도 공개를 당장 중단해야 하는 이유다. 거듭 강조하지만 현 상황에서의 전국 단위 학력평가는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 차별만 심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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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성취도 공개 추진 중단하라-광주드림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