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불법 왜 사라지지 않나?
현실성 없는 기준·교육정책 탓
학원 운영과 관련된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수강료만 해도 초과징수는 기본에 조정명령 미이행, 기준을 초과한 수강료의 미반환, 미표시 등 모두가 핵심 분쟁의 고리다. 그 외 학원들의 대표적인 불법은 교습시간 연장 운영과 과목이나 시간의 편법 운영이다. 처벌 기준도 무겁다. 특히 과목과 시간 편법 운영의 경우 한 번 적발되면 벌점이 10점, 두 번째는 20점, 세 번째는 30점으로 높아진다.
왜 학원들은 이처럼 강한 처벌 기준이 있음에도 불법 영업을 계속할까? 단속 미흡도 큰 원인이지만 많은 학원들은 불법이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입시 종합반을 운영하는 학원들의 경우 교습시간 연장과 과목의 편법 운영 없이는 영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원은 학생들의 학교 성적이 올라야 입소문이 나고, 많은 학원생을 모으기 위한 대표적인 호객장치가 중간·기말고사 성적 향상이다.
한 입시학원 원장 A 씨는 “원생들이 시험을 볼 때면 핵심 정리를 해줘야 하는데 며칠 동안 국·영·수·사·과 5개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시킨다”며 “그 기간에는 연장 운영과 과목 편법 운영이 보편적 현상이고, 그 걸 해주지 않으면 학원에 학생들이 등록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이 공시한 ‘교습과정별 수강료 기준액’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반응도 있다. 영어만 해도 회화나 문법 등 학원이 주안점을 둔 운영 방식에 따라 운영 경비가 천지 차이로 달라진다. 그러나 시교육청의 기준액은 개별 학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계열에 따라 일괄 적용한다. 학원들이 필수적으로 지출하는 인건비와 재료비, 경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기준을 지키면 손해를 보는 학원도 없지 않다.
특히 사교육비가 폭증한 최근 2년 동안 광주의 수강료 기준액은 고정이었다. 학원비 상한선 제도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지난 1995년, 매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5∼6%씩 인상이 돼왔다. 하지만 광주지역의 경우 2006년 3월 이후 기준액이 인상되지 않았다. 반면 교육비 지출액은 큰폭으로 상승해 전국 7대 도시 가운데 광주가 전체 소득에서 교육비 차지 비중이 가장 높은 도시가 됐다. 학원들이 인상되지 않은 기준액을 수강료 불법 징수로 메운 셈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정부의 교육정책이다. 말로는 사교육비 절감을 외치면서 영어 몰입식 교육을 강조하고, 특목고나 자사고 설립에 열을 올린다. 0교시 부활이나 우열반 운영 등 지나친 입시경쟁 교육이 학부모들의 불안을 가중시켰고, 공교육은 붕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불안심리의 틈바구니 속을 학원들이 파고 든 셈이다.
자녀가 중학교에 다니는 이민성(43) 씨는 “정부의 교육정책으로 볼 때 영어 못 하는 아이는 앞으로 사람 구실하기도 힘들어 보인다”며 “정부가 영어 몰입을 강조하면서 회화 학원들이 대거 늘어났고, 학원비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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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불법 왜 사라지지 않나?-광주드림
